나르시시스트 남편과 산다는 건

여섯 번째 이야기

by 달빛여우



“네가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나도 세상이 환해지는 것 같았어.”


훗날,

남편 역시 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을 때 나는 조금 놀랐다.


그 말은 오래된 기억 속 한 장면을,

다시 선명하게 불러냈다.


강의실로 들어오던 그의 모습,

그날의 공기까지도 다시 느껴지는 듯했다.


그렇게 시작된 연애였다.


아빠가 돌아가신 지 반년.

그때의 나는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집 안은 적막했고,

마음은 텅 비어 있었다.


아무리 울어도 채워지지 않는 그 빈자리를,

그 사람이 채워주었다.


말이 많지 않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날씨,

힘들어하는 순간까지도 잘 기억하는.

내가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먼저 알아채는 사람이었다.


고마웠다.

내 감정을 세심하게 살피고,

작은 변화에도 반응해 주는 그 사람이 든든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아빠를 잃고 흔들리던 내 마음을 다시 붙잡아 주는 듯했다.


말없이 손을 잡아주던 손길은 따뜻했고,

그 따뜻함 덕분에 나는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내가 다시 숨 쉴 수 있도록,

아빠가 멀리서 건네준 선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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