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이야기
그날도 그는 학교 앞에 서 있었다.
무심히 지나치던 친구가 내게 툭 던진 말이 아직도 귀에 남아 있다.
“야, 너는 학교랑 집만 오가는 앤 데, 뭐가 불안해서 저래?”
농담처럼 흘러간 말이지만,
그 순간 내 마음은 묵직해졌다.
그의 행동이 정말 내가 감당해야 할 사랑일까,
처음으로 그 믿음이 흔들렸다.
가끔은 나도 생각했다.
혹시 그가 너무 유난스러운 건 아닐까.
내가 잠깐 연락을 놓치면 수십 번의 전화가 쌓이고,
누구와 있었는지, 왜 답이 늦었는지 하나하나 확인하는 모습.
그게 정말 필요한 걸까.
돌아보면,
내가 그걸 문제 삼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우리 아빠도 그랬으니까.
엄마와 내가 곁에 없으면 불안해했고,
늘 우리를 눈으로 확인해야 마음을 놓았다.
그래서 그의 행동도 단순히 애정의 방식이라고 믿었다.
그것 외에는 내가 내린 결정에 그는 늘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그 말은 따뜻했고, 고마웠다.
그래서
나는 그를, 아빠와 엄마 다음으로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랑은 내가 선택한 것 같았고,
내가 지켜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