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남편과 산다는 건

열한 번째 이야기

by 달빛여우



“교회 다니는 아가씨는 우리 집이랑 안 맞을 텐데 뭐 하러 만나.”


불교 신자라던 그의 어머니가 그렇게 말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직접 들은 말이 아닌데도,

마음 한구석이 서늘하게 식어갔다.


내가 가진 믿음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그저 조용히 교회에 다니며 내 삶을 살아왔을 뿐이다.


그것이 누군가의 기준에서는 ‘안 맞는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게 서글펐다.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미 선이 그어진 것만 같았다.


“그냥… 엄마가 좀 보수적이셔. 너를 몰라서 그래. 만나면 분명 좋아하실 거야.”


그의 말은 위로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부정하는 것처럼 들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엄마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엄마의 표정이 굳어졌다.


“사람을 보지도 않고 반대하는 집안은 나도 반대야. 이쯤에서 끝내.”


엄마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평소 그를 좋게 생각하던 엄마 입에서 그런 단호한 말이 나오자,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려고 꺼낸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는 뒤돌아나가는 엄마를 붙잡았다.


“엄마, 그게….”


엄마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그 말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빠 없이 우리 셋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에

늘 웃음을 지어 보이던 엄마였다.


그 웃음 뒤에 얼마나 많은 눈물이 숨어 있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엄마를 아프게 했다.


하늘에 계신 아빠가 슬퍼할 것 같았다.


사랑은 우리 둘만의 것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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