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이야기
“우리… 그만하자.”
결국, 나는 그 말을 꺼냈다.
순간, 그의 얼굴이 굳었다.
“지금 무슨 소리야?”
놀란 눈빛이 나를 꿰뚫었고, 목소리는 떨렸다.
"헤어지자고."
나의 담담한 어투에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를 설득하려 애썼지만,
내가 흔들리지 않자 곧 분노로 치달았다.
“말도 안 돼. 우리가 왜 헤어져?”
믿기 어렵다는 듯 묻고 또 물었다.
“부모님이 반대하시잖아. 여기서 정리하는 게 맞는 것 같아.”
내 목소리는 조심스러웠지만,
그 안에는 흔들림 없는 결심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를 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날 이후,
그는 매일 집 앞에 나타났다.
문 앞에 서서 전화를 걸고,
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나는 너 없으면 안 돼.”
“헤어지면… 나는 진짜 죽을지도 몰라.”
처음엔 그 말이 너무 무서웠다.
내가 내린 결정이,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혼란과 죄책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의문이 생겼다.
저 사람이,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맞을까.
이별 앞에서 힘들어하는 건 이해했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모습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그 친구, 또 왔니?”
엄마는 웬만하면 나서지 않으려 했지만,
날들이 계속되자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결국, 오빠까지 나선 후에야
그의 발걸음은 멈췄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