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남편과 산다는 건

열세 번째 이야기

by 달빛여우



전화번호까지 바꿨다.

그렇게 나는 그와 완전히 단절되기로 했다.


그게 최선이라 믿었다.

그래야 끝낼 수 있을 테니까.


그는 아니었다.


내 가장 친한 친구를 통해 소식을 물었고,

때로는 내 주변 어딘가에서 우연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우리는 만나지 않았지만,

그는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고

어딘가에서 신호를 보내는 듯했다.


처음엔 그의 끈질김이,

그의 감정이 모두 나를 옥죄는 것처럼 느껴졌다.


숨이 막혔고,

다시는 그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묘한 감정이 생겼다.

헤어졌는데, 헤어진 게 아닌 것 같은 느낌.

그가 없는 일상 속에도 그의 흔적이 남아 있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너에 대한 마음이 저렇게 크다면,

다시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은데… 넌 어때?”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말 한마디가 너무 무거웠다.


어느 겨울 저녁,

우리는 다시 마주 앉았다.


익숙한 카페,

익숙한 자리였지만 공기는 낯설었다.


“잘 지냈어?”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는 잠시 웃더니 말했다.


“나는… 잘 못 지냈어.

너 없으니까,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더라.”


그 말에 나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진심을 담은 눈빛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 순간,


지난 시간의 거리와 상처가 잠시 멈춘 듯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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