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욕망은 결국 어긋난 삶을 만들어낸다.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는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살아갈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각자가 살아가는 위치에 따라, 보이는 풍경은 한강의 아름다운 뷰가 될 수도 있지만 사방이 가로막힌 지하가 될 수도 있겠죠.
<시티 뷰>는 한강의 아름다운 뷰를 볼 만큼 여유 있는 중산층 사람들의 삶을 '속물적으로' 그려낸 소설입니다.
인천의 '송도'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작가님이 정말 상세히 조사했는지 생생하고도 현장감이 넘치는 소설이었습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인물의 거침없는 씀씀이를 엿볼 수 있지만, 그 거침 속에는 약간의 공허함이 담겨 있는 듯한 소설.
<시티뷰>를 간단히 리뷰해 보겠습니다.
페이닥터로 살아가는 석진, 송도의 유명한 필라테스 센터를 운영하는 수미.
40대에 들어선 두 부부의 삶으로 간단하게 줄거리가 요약되지만, 주인공들의 내면은 그렇지 않습니다.
석진은 섬사람 출신으로, 섬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한 인물입니다. 그 삶 속에서 자연히 독기를 품게 되고 내면에 칼날 같은 날카로움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외모를 가진 남자이지만, '의사'라는 직업 덕분인지 아름다운 외모의 '수미'를 만나 겉으로 보기엔 행복한 삶을 사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의사의 삶이 그렇듯 돈으로는 여유롭지만 시간적으론 여유롭지 못한데, 이는 수미도 마찬가지입니다. 필라테스 센터를 운영하는 수미 또한 바쁘기에 그들은 가정부를 두어 아이들을 키웁니다.
그들의 삶은 겉보기에는 화려하고 알콩달콩해 보이지만, 실상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는 않습니다. 그 둘은 각각 서로의 외면과 직업을 보고 결혼한 것처럼 보이거든요.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한 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뛰어난 직업 또는 외모를 위해서 혹독한 자기 관리를 하고 자기 계발을 한 인물들입니다
그 과정에서 뒤틀린 욕망을 잉태하게 되고, 그 뒤틀린 욕망을 더 뒤틀린 방법으로 해소하고 자기합리화하는 모습은 서로가 너무나도 닮았습니다.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삶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그들이 이토록 억눌려가며 살아가는지, 그리고 점점 어떻게 비틀어져 가는지를 볼 수 있는 것이 소설의 진짜 주요 줄거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시골 쥐들은 말이야, 항상 뭘 그렇게까지 하냐 싶을 만큼 해야 해. 노력도, 연기도, 서울말도. 도시 쥐 비슷하게 보이려면
섬사람 출신인 석진은 열심히 공부하여 의대에 진학합니다.
거기서 만난 동기들은 강남 학군 출신들로, 자신과 달리 경제적인 여유가 넘쳐 흘렀습니다.
방학 때 여기저기 놀러 다니면서도 폴로셔츠와 에어조던 운동화를 색깔별로 갖출 수 있었지만, 석진은 과외를 세탕 씩 뛰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습니다.
보다 못한 룸메이트가 왜 그렇게까지 하냐면서 묻자, 석진이 한 대사였습니다.
시골쥐가 서울쥐들을 따라잡기 위해선, 서울쥐가 놀 때 뒤에서 악착같이 살아야 합니다.
그들이 입는 옷과 생활방식은 전부 여유로운 돈에서 나오는 것일 텐데, 그 돈은 시골쥐한테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피, 땀, 눈물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저는 대학을 수도권에 나오진 않았지만, 취직을 수도권에 하면서 몇몇 동기들을 봤습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서울쥐들의 모습을 보면 웃고 떠들면서도 약간의 거리감을 느끼고는 합니다.
최저시급을 주는 계약직으로 취업했는데 차를 바로 사서 끌고 다니거나 비싼 옷을 입고 다니는 동기들.
비싼 오피스텔에 덜컥 들어가서 살기도 하고, 뭔가 여유가 넘쳐흐르는 그들의 모습은 시골출신인 제가 보기에 약간 주눅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더욱 악착같이 이것저것 공부를 하고 일을 하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
그들과는 다른, 저만의 무기와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 말이죠.
어쩌면, 저의 이런 모습도 석진처럼 억눌린 욕망과 열등감을 잘못된 방향으로 발현시키고 있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설령 이것이 사실이라 한 들, 저는 이 행동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시골쥐의 곳간은 저절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분주한 발걸음으로 채워지니까요.
시골쥐인 저도, 당장 인천에 올라와서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도시 속 사람들과 삶의 격차를 느낍니다.
저는 원룸에 살지만, 그들과 비교하면 마치 반지하에 사는 것처럼 더욱더 밑으로 꺼져버리고 맙니다.
이렇게 격차를 느끼게 되면, 자연스럽게 열등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 열등감을 건강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억제하게 되면 사람은 조금 뒤틀리는 것 같습니다.
그 뒤틀림은 잘못된 욕망을 낳고, 행동하게 하여 삶을 뒤틀어버립니다.
그 잘못됨은 당사자 본인도 알고는 있지만,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 멈춤은 곧 자신의 삶을 부정하게 만들거든요.
자신의 삶을 부정하게 되는 순간, 사람은 무너져 내리기에 결국 잘못된 방향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릇된 순환고리가 만들어집니다.
<시티 뷰>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고 해석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도시 속에서 억제된 욕망을 가지고 사는 부부의 뒤틀린 삶을 그려낸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그 뒤틀림을 읽다 보니, 저 자신도 비슷한 뒤틀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시티뷰 속 인물들과 별 다를 바 없는 속물적인 인간이란 것을 말이죠.
화려한 네온사인도 그 불빛이 꺼져버리면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오듯, 도시 속 삶도 어찌 보면 그와 다를 바 없는 듯함을 이야기하는 소설. 그 어둠 속에서 불빛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든 소설.
<시티뷰> 리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