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업에 종사하게 된 일본 소년은 그렇게 청년이 되어 간다.
우리나라의 20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대학에 진학합니다.
대학 또한 사회이고, 중/고등학교도 분명 사회이긴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사회는 보통 직장생활을 뜻하죠. 저는 20살 때 정말 철없었던 거 같은데, 다행히 대학교를 다니면서 서서히 머리가 크고 예의를 장착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에 뛰어들 때는 어느 정도의 예의범절과 지성을 갖춘 뒤였죠.(그럼에도 힘들었지만..)
하지만, <우드잡>의 영화 속 주인공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일본 청년이 임업이라는 거친 사나이들의 사회로 뛰어듭니다. 우당탕탕 고생을 하면서 서서히 청년으로 성장하고, 텃세 심한 마을에서도 서서히 받아들여지는 힐링이야기.
그 내용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입시에 실패한 청년 히라노 유키는 여자 친구에게도 이별 통보를 받으며 절망적으로 20대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다 우연히, 홍보 전단 표지의 여자 모델이 예쁘다는 이유로 임업에 뛰어들게 됩니다.
(영화 속 설정 이긴 하지만, 20살 남자애는 진짜 그럴 수 있긴 합니다..)
한 달간 수업을 듣고, 1년간 연수를 하게 되는 과정이었는데, 그 연수를 가무사리 마을이라는 산속 깊은 마을에서 하게 됩니다. 히라노 유키는 거기서 손이 거친 이다 요키라는 사수를 만나고, 그의 집에서 식객생활을 하며 산림관리 연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주인공이 마음을 빼앗겼던 여자 모델은 알고 보니 마을의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는데, 그녀와도 우여곡절 많은 일이 있지만 서서히 가까워집니다. 미숙해도 열심히 일하던 주인공은 서서히 마을에 받아들여지고, 전통적인 축제에도 참석하며 마을의 일원이 됩니다.
하지만, 히라노 유키는 1년간 연수만 하는 일종의 계약직 신분이었고 시간은 금세 흘러 1년이 지나가버립니다. 이제는 떠날 때가 된 히라노 유키. 사람들과 감동의 작별 인사를 하고, 그토록 바라던 도시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웬 걸? 도시로 돌아오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이 나부끼는 도로를 걷다 보니 주인공은 뭔가 힘들고 낯선 느낌을 받습니다. 그는 도시 사람이 아니라, 가무사리 마을의 사람이 된 것이죠.
결국, 주인공은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다시 가무사리 마을로 떠나는 전철을 타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사람마다 각자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꼽으라고 한다면 누구나 '청춘'을 말할 겁니다. 이 청춘의 정확한 시기는 또 개인마다 달라지죠.
누군가는 10대의 학창 시절이나 20대를, 또 다른 이는 30대라고도 하고 지금 이 순간순간도 청춘이라고도 하지만.. 저는 가장 청춘이라는 말에 부합하는 시기는 20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청춘, 말 그대로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
100세 인생이라고 가정하고 1/4로 뚝 나눴을 때의 25살 시기가 바로 봄이 시작되는 시기니까요.
각자의 가능성이 새싹처럼 돋아나기 시작하는 때.
무수한 가능성으로 펼쳐진 백지도 아름답지만, 그래도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여백으로 남아있어서는 안 됩니다.
각자가 자신의 그림을 그려가며 서서히 도화지를 완성해 나가는 시기죠.
하지만, 저는 이 청춘의 시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했습니다.
지금 브런치북으로 연재 중인 작품들을 보시면 알겠지만, 제20대 청춘은 사실 암흑기였습니다. 편입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였고, 편입 생활도 코로나로 인해 그렇게 순탄치 않았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계약직 생활을 하며 일부 친구들을 사귀긴 했지만, 여전히 정규직도 되지 못한 채 '미생'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20대 보다 서른 살인 지금이 훨씬 더 즐겁습니다.
제 청춘의 시작은 지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적성에 맞는 업무도 찾았고, 제가 좋아하는 취미 활동들도 찾았으며, 제가 원하는 생활을 유지하는데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원체 소박한 사람이라..)
저의 20대 시절 10년은 얼룩진 시기였지만, 지금의 30대는 새로운 page가 펼쳐져서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느낌입니다.
지난 20대의 page를 펼치기보다, 현재의 page를 그려나가는 지금이 저는 정말 즐겁습니다.
몸과 마음이 젊어야만 청춘일까요?
내가 다시 시작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펼치기 시작하면 나이가 어찌 됐든 청춘이 아닐까요?
이번 청춘은 후회하지 않게, 열심히 살아봐야겠다는 다짐.
<우드잡>을 보며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상으로 리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