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학 리뷰

쓸쓸한 청춘의 숲 <노르웨이의 숲> 후기

고독과 음울을 먹고 자라난 청춘.

by Nos

INTRO


청춘이라고 한다면, 보통은 10대 ~ 20대의 시절을 말합니다.

체력이 가장 왕성하고, 사회에 물들지 않아서 호기심과 순수함이 가득 살아있는 시절.

그만큼, 미숙하여 상처도 많이 받지만.. 삶의 모든 감정과 경험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나이.


개인적으로, 이 시절에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남은 삶의 운명과 가치관이 결정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저는 청춘이 사람의 일생에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청춘에, 조금은 음울하고 가슴 아픈 사랑을 한 청년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노르웨이의 숲>입니다.


줄거리


주인공 와타나베 토오루가 독일의 함부르크 공항에서 노래를 들으며, 추억을 회상합니다.

어느덧 중년이 된 그가 대학시절의 청춘을 떠올리며.. 아니 어쩌면 한 여자와 얽힌 그 시절을 떠올리며 청춘을 되돌아보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미숙하지만, 나름대로 어른스러우려고 노력했던 주인공의 이야기가 그렇게 펼쳐집니다.


소설 속 인상 깊은 문장들


9월 두 번째 주에 나는 대학 교육이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나는 대학 4년을 지겨움을 견뎌내는 훈련 기간으로 삼기로 작정했다.


저는 대학을 오로지 취업을 위한 시간으로만 보냈기 때문에, 주인공의 이러한 심정에 이해가 갑니다.

그저 학위만 취득할 생각에 빠졌던 저는 대학의 모든 수업과 과정들이 지루했고, 이걸 왜 이렇게까지 배우고 과제를 해야 하나 의문에 휩싸였었죠.


그냥 이런 의문 없이 무작정 공부를 했으면 좀 더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던 저는 적당히 공부만 하고 자격증 취득에 더 열을 올렸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난 지금은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네. 저는 여전히 주인공처럼 대학교육은 쓸모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과 배움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고 노는 것. 사회생활을 좀 더 배우는 게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나이대의 청춘들이 모이는 장소는 대학이 거의 유일하니까요.


주인공 와타나베 토오루가 공부에 크게 흥미를 못 느낀 점은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대학 생활 전체를 지겨움을 견뎌내는 시간보다는 다른 친구들과 더 어울리면서 지냈다면.. 상처가 덜 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너처럼 자신의 껍질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가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야


와타나베 토오루가 사랑했던 나오코(여자주인공)가 한 말입니다.

우울하고 정신적으로 허약했던 나오코는 아무래도, 자기 자신이 낯설고 참을 수 없을 만큼 혐오스러웠던 거 같습니다. 하루 종일 붙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인데, 그 자신이 너무 싫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자기 자신이 낯설고 불안정하면,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불안정하고 음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오코는 결국, 이 불안정한 세상에서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내가 말하는 노력은 그런 게 아냐. 노력이란 건 보다 주체적으로 목적의식을 가지고 행하는 거야.


방향을 정하지 않고 그냥 무작정 노력을 하면, 길을 잃게 됩니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하게 정해야만, 쓸데없는 노력을 하지 않고 필요한 노력만 하게 됩니다.

갈 길을 찾기 힘든, 방황하는 청춘들이 한 번쯤은 곱씹어봤으면 하는 문장이네요.


사람이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은 그럴 만한 때에 이르렀기 때문이지. 누군가가 상대에게 이해받기를 바라서 그렇게 되는 게 아니야.


우리가 누군가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게 될 때에는 내가 그 사람과 같은 위치에 이르렀거나 성숙했을 때, 아니면 똑같은 상황에 처하게 됐을 때입니다.

꼰대라고 생각했던 상사가, 내가 그 위치에 오르고 보니 그저 관리자로써 최선을 다하려고 했던 것임을.

내가 절대로 그렇게 되지 말자고 했던 선배의 말과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보게 되면서, 우리는 상대방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를 절대로 버리지 않아. 왜냐하면 난 그녀가 좋고 그녀보다는 내가 더 강하니까. 나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거야. 그리고 성숙할 거야. 어른이 되는 거지. 그래야만 하니까. 지금까지 나는 가능하다면 열일곱, 열여덟에 머물고 싶었어.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난 이제 십 대 소년이 아니야. 난 책임이란 것을 느껴. 봐, 기즈키, 난 이제 너랑 같이 지냈던 그때의 내가 아냐. 난 이제 스무 살이야. 그리고 나는 살아가기 위해서 대가를 제대로 치러야만 해.


소년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기보다, 그저 행동을 하고 보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청년이 되어가면서 슬슬 본인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무언가를 선택하면, 무언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삶의 대가.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누구보다 강해지고자 하고, 성숙해져야 하는 마음.

어쩌면 현재 30대 남자들이 가지게 되는 마음을 대변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삶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고 끝까지 책임져야만 한다는 삶의 진리.

그 진리를 20살에 깨닫고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주인공의 마음가짐이 멋있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END


가장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시기에, 가슴 아픈 사랑을 하게 된 와타나베 토오루.

자신의 청춘에 거대한 쓸쓸함을 남긴 그녀를 평생 동안 추억하게 될 그의 모습을 보면, 청춘이 참 무섭게 느껴집니다.

어떤 청춘을 보냈어도, 지나고 나면 아쉬움과 후회가 남기 마련이지만 그 아쉬움과 후회가 남은 삶을 갉아먹을 수도 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청춘시절에 가슴 아픈 사랑을 하고, 마음속에 쓸쓸한 숲을 만들게 된 와타나베 토오루의 이야기.

화려하진 않지만, 유려하면서도 부드러운 이야기의 흐름은 왜 이 소설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지 알겠더군요.


청춘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은 한 번쯤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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