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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분석연구원의 삶 <아무튼 실험실> 후기

시험분석연구원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

by Nos

INTRO


여러분들은 시험분석연구원이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쯤 들어봤거나, 알 법은 하지만 사실 제대로 모르실 겁니다.

저도 시험분석연구원으로 근무 중이긴 하지만, 사실 워낙 다양한 분야가 존재하다 보니.. 저 또한 빙산의 일각만 알 뿐이네요.


하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정의를 해본다면.. '성적서'나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일련의 시험방법을 통해 분석하여 실험결과를 얻어내려는 연구원들이라고 감히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 실 실험을 수행하기 위해 작업하는 공간을 '실험실'이라고 하죠.


그 실험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에세이.

간단한 문장 여러 가지만 살펴보겠습니다.


* 시험과 실험의 차이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시험 : 이미 검증된 이론이나 기술을 바탕으로 결과를 측정하여 합격과 불합격 등을 구분하는 것.

실험 : 과학적 이론이나 현상을 관찰 및 측정하여 이론을 검증하는 것.


하지만, 여기서는 실험 = 시험이 거의 같은 느낌으로 해석하셔도 무방할 듯 합니다.


책 속의 문장들


실험에서는 사소한 부분이라도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기필코 그 대가가 혹독하게 되돌아온다.


시험방법이 명확히 정해진 시험을 그대로 한다면, 일련의 절차를 무조건 따라야 합니다.

시약 하나, 과정 하나를 생략하기만 해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거든요.

특히나, '성적서'를 발급하는 시험분석연구원들이라면 더욱 조심해서 시험을 수행해야 합니다.

정확한 시험방법을 통해 내가 분석하고자 하는 항목의 농도를 정확히 도출해 내야, 신뢰할 수 있는 성적서를 발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얘기는 비단 시험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도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사소하게 넘긴 과정은, 반드시 다시 되돌아와서 해결을 요구하니까요.


실험의 기본은 반복되는 일상을 방심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시작


실험은 그 특성상 항상 반복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직장인들도 자신의 업무가 반복적이라도 느낄 테지만.. 특히나 실험은 더욱 그렇습니다.

저희는 정말 매일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거든요.


실험의 목적이 바뀌지 않는 한, 내가 하는 실험은 변함이 없고 요구하는 항목도 똑같다 보니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똑같은 내일이 반복됩니다.

몇 개월만 지나도 내가 하는 시험이 숙달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이때부터, '방심'이란 게 생기게 되죠.


그 잠깐 시약을 만지면서 '에이 설마~'하는 식으로 장갑을 안 꼈다가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다치기도 합니다.

실험에 중요한 과정을 모르고 깜빡하여 다시 실험을 하게 되기도 하죠.

매일매일 똑같은 실험을 반복하면서도, 항상 방심하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실험의 가장 기본이라는 점. 다시 한번 상기시킨 문장이었네요.


실험의 기본은 변함이 없다. 두려워하지 말기. 계속 새로운 것을 습득하기.


아마, 이 말은 일반적인 분석연구원보다는 대학원생에게 적합한 말일 듯합니다.

저처럼 재단 법인에서 성적서를 발급하는 시험분석연구원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습득하긴 하지만, 대부분은 똑같은 시험을 수행하면서 굉장히 루틴한 업무를 수행하거든요.


하지만, 대학원생이나 학자들은 연구과정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적용해 보는 과정을 거치는 듯합니다. 그 과정은 매일매일이 공부일 테며, 막막한 미지의 대양을 헤쳐나가는 것이나 다름없겠죠.

그럼에도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것을 습득해 나가며 실험을 해나가야, 원하는 결과나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실험실 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그렇게 의심 없이 그저 성실하기만 한 나를 깨닫는 일이었다. 생각 없이 매일 똑같은 실험을 반복하기만 하는 나는 로봇과 뭐가 달랐을까. 아니 효율성으로 따지자면 나는 로봇만도 못한 것 아닌가


작가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너무나도 공감되지만.. 솔직히,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적혀있는 실험방법대로 실험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시험분석연구원의 운명이고, 그 실험방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똑같은 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거든요.


시험분석 업무가 가장 편하면서도, 힘든 점이 바로 이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일매일이 똑같고 반복적인 삶은 평탄하지만, 지루하고 새롭지 않으며 너무나도 로봇과도 같은 일이라는 것.

효율성으로 따지면 로봇만도 못한 게 분명하고, 언젠가는 정말 로봇한테 대체당할 운명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오늘도 똑같은 실험도구와 방법으로 실험을 할 수밖에 없죠.


이 지점에서, 많은 분석연구원들이 일을 그만두지 않나 싶습니다.

저 또한 지금, 이 점 때문에 고민 중에 있네요.


END


시험실에서 근무를 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세이.

흰 가운을 입었지만, 그 가운은 위험한 물질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입는 것일 뿐.

누구보다 치열하게 실험을 하여 정확한 시험결과를 얻기 위해 분투하는 연구원의 삶.

그 애환을 잠깐 엿볼 수 있는 에세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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