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으로 살아남기

잠깐 숨 좀 고르고 살아갈까.

by Nos

진우는 회사를 도망치듯 그만두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야근, 회의, 회의를 위한 회의, 그리고 새벽 퇴근.

프로젝트 마감이 다가오면 그는 온몸으로 일정을 막아야 했다. 일정은 늘 무리였고, 무리는 늘 당연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러다 정말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장이 아니라, 말 그대로였다.

가까스로 출근하던 어느 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그냥 이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면 좋겠다.


그날 그는 사직서를 썼다. 그리고 도망치듯 회사 밖으로 나왔다.

진우는 얼마 안 되는 퇴직금과 상여금, 그리고 그동안 모아둔 저축액을 정리한 뒤 자취방을 뺐다. 월세와 물가가 싼 노량진으로 향했다. 좁은 고시원에 자리를 잡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었다. 두 평 남짓한 공간이었지만, 온전히 자신의 시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첫 한 달은 회복 기간이었다. 밀린 드라마와 영화들을 보고, 고시원에서 제공되는 라면을 끓여 먹으며 그는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아무도 그에게 메신저 답장을 요구하지 않았고, 회의실로 부르지도 않았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통장 잔고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계산해 보니 한 달에 100만 원씩 써도 5년은 버틸 수 있었다, 진우는 지금까지 충분히 열심히 살아왔다. 명문대를 졸업했고, 남들보다 많은 스펙도 쌓았다. 그래서, 조금은 쉬어도 되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이력서를 다시 지원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번에는 공공기관 쪽이었다. 정규직도 아니고 인턴이나 계약직 쪽으로. 학력을 쓸 수 없는 건 아쉬웠지만, 자격증과 경력만으로 서류는 거저먹기였다.


벌써부터 일할 생각은 없었기에, 그는 면접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면접을 보러 다녔다. 2주 동안 열 군데쯤. 분위기를 보러 간다는 핑계였다. 그때 진우는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공기관은 면접비를 꼬박꼬박 챙겨준다는 것이었다.

적게는 3만 원, 많게는 5만 원. 열 번의 면접이 끝났을 때, 그의 손에는 40만 원이 쥐어져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쏠쏠한데?”

교통비를 빼도 나쁘지 않았다. 면접은 짧게는 5분, 길어야 한 시간. 대부분은 10분 만에 끝났다. 10번의 면접동안 순수 면접 시간만 따지면 두 시간 남짓이었다. 시급으로 환산해 보니 10만 원이 훌쩍 넘었다.


진우는 면접비로 국밥을 먹으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다시 취직하기 전까진, 이걸로 생활비를 충당해도 되지 않을까.

힘들게 모은 돈을 까먹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알바를 하자니 또 애매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쁘지 않은 선택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면접을 볼 곳이 없어지거나, 마음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만 면접비로 생활해 보자.

재밌을 것 같았다. 진우는 혼자 웃었다.


그때, 진우의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안녕하세요. 00 기관 담당자입니다. 서류전형 결과, 아쉽게도 귀하께서는 이번 전형에 합격하지 못하셨음을 안내드립니다.]

처음으로 불합격 문자를 받은 것이었다.

역시, 세상은 그렇게 만만 한 건 아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첫 면접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