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면접 준비

떨리는 취준생의 첫 면접 준비.

by Nos

기말고사를 끝내고 나자, 민기는 비로소 자신이 취업준비생이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보다도,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감각이 먼저 찾아왔다. 강의실 대신 책상 앞에 앉아 자소서를 열었다. 이미 몇 번이나 고쳐 쓴 파일이었지만, 막상 다시 보니 마음에 드는 문장은 딱히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몰랐기에 그냥 사용해 보기로 했다. 마침, 지원해 볼 만한 공고가 두 개가 떴다. 둘 다 체험형 인턴이었는데, 그동안 틈틈이 써둔 덕분에 지원은 빠르게 끝낼 수 있었다.

제출 버튼을 누르고 나서야 민기는 노트북을 덮었다. 그제야 숨을 한 번 내쉬었다.


합격 발표까지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서류 접수만 해도 보통 2주, 마감 이후에도 다시 1~2주를 기다려야 했다. 최종 입사까지 두 달 가까이 걸린다는 사실을, 민기는 이번에 처음 제대로 실감했다. 기다리는 동안 졸업식이 있었고, 사진을 몇 장 찍었고, 별다른 실감 없이 본가로 돌아왔다.


자취를 더 하고 싶었다. 하지만 통장 잔고는 그 마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생활비라는 단어가 이렇게 무겁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고향 집으로 돌아오니 방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책상 위에 남아 있던 오래된 필통과, 벽에 붙은 대학교 시간표 자국이 묘하게 낯설었다. 민기는 그 방에서 다시 취준생의 생활을 시작했다.


늘어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규칙을 만들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부모님과 함께 밥을 먹는다. 괜히 늦잠을 자면 하루가 통째로 무너질 것 같았다. 짧게 동네를 산책한 뒤, 집에 돌아와 기사 실기 시험을 공부했다. 공부하다가 집중이 흐트러지면 채용공고를 훑어봤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올해 취업 계획을 다시 세우고 있었다. 계획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다. 어느덧 서류 발표일이 다가왔다. 민기는 휴대폰을 괜히 여러 번 집었다 내려놓았다. 이미 하나의 서류는 탈락이었다. 메일 제목을 열어보는 데에 걸린 시간은 불과 몇 초였지만, 그 몇 초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남은 기회는 하나뿐이었다.


최저시급을 받는 체험형 인턴조차 경쟁률이 높았다. 5대 1을 넘겼던 기관에서는 탈락했다. ‘그래도 여긴 경쟁률이 높았잖아.’ 민기는 스스로를 그렇게 위로했다. 오늘 발표를 기다리는 곳은 경쟁률이 조금 낮은, 3대 1 정도였다. 규모도 크지 않고, 이름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은 기관이었다.

서울에 있는 곳이었기에, 합격하면 다시 자취를 해야 했다. 편입한 대학에서의 자취생활이 꽤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민기는 합격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수도권에서 생활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는 서류 발표 당일 하루 종일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오후 3시. 드디어 연락이 왔다. 합격이었다.

민기는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가, 혼자 웃었다. 고작 체험형 인턴 서류 합격일 뿐이었다. 그것도 경쟁률이 낮은 곳의 서류였다. 그런데도 마음이 이상하게 가벼워졌다.

‘내가 쓴 자소서도, 아주 틀리진 않았구나.’


자신감이라는 단어를 쓰기엔 아직 조심스러웠지만, 적어도 완전히 잘못된 방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벌써 합격한 사람처럼 기관 위치를 검색하고, 주변 지도를 들여다봤다. 서울 월세는 비싸다던데, 조금 멀리 살아야 할까. 그러다 스스로를 다잡았다.

‘면접도 아직 안 봤잖아.’

면접은 일주일 뒤였다. 1분 자기소개와 지원동기, 공통 인성질문은 이미 준비해 둔 상태였다. 하지만 그 외에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기관 후기는 거의 없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인턴 후기들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곳은 5분 만에 끝났고, 어떤 곳은 한 시간 넘게 질문을 했다.


불안은 구체적이지 않을수록 커졌다. 민기는 차라리 할 수 있는 만큼 준비하고, 그다음엔 쉬기로 했다. 동네 서점에서 공공기관 면접 책을 하나 샀다. 인턴 후기들을 모아 질문을 정리했고,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나씩 써 내려갔다. PPT로 정리하면서 그는 스스로를 면접관이라고 상상해보기도 했다.


이틀이 지나자, 더 이상 준비할 것도 없었다. 답변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다. 문제는 실전이었다. 머리가 하얘지지는 않을까, 질문을 듣자마자 아무 말도 못 하는 건 아닐까. 다만 대학 시절 발표를 떠올리면, 민기는 이상하게도 큰 긴장을 한 기억이 없었다. 면접도 결국은 사람 앞에서 말하는 자리라면, 해볼 만하지 않을까.

면접 전날, 민기는 정장을 입고 마산역으로 향했다. 캐리어에 넣기엔 구겨질까 봐 입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구두까지 신은 자신의 모습이 조금 어색해 보였지만, 어쩐지 나쁘지 않았다.


기차 안에서 그는 창밖을 보다가, 준비해 온 자료를 훑어보다가, 그러다 결국 잠들었다. 서울역에 도착하자 인파와 복잡한 호선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민기는 자신이 조금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했다.


오후 4시쯤, 회사 근처에 도착했다. 체크인 시간까지 남은 한 시간 동안 주변을 걸었다. 합격한다면, 이 동네에서 살지도 모른다. 원룸 건물들을 올려다보며 그는 잠시 멈춰 섰다. 서울 외곽의 평범한 거리였지만, 그에게는 충분히 새로웠다.

오후 5시에 모텔에 체크인 한 그는, 오랜만의 모텔이 낯설면서도 아늑했다. 불편한 정장을 어서 벗어 옷걸이에 걸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슬슬 배가 고파진 그는 모텔 근처에 해장국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서울에 있는 해장국집은 지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물의 색도, 김이 오르는 방식도 비슷했다. 차이가 있다면 가격이 천 원쯤 더 비쌌다는 것뿐이었다. 민기는 계산서를 한 번 더 내려다봤다. 과연 서울에서는 흔한 해장국마저도 이렇게 값을 치러야 하는 걸까. 그는 그 질문에 굳이 답을 내리지 않았다.


처음으로 서울의 물가를 체감한 그는 다시 모텔로 돌아왔다. 침대에 몸을 던지고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낯선 얼룩이 있는 천장이었다. 민기는 준비해 둔 1분 자기소개를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문장이 점점 의미를 잃었다.

그때 문득, 반신욕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샤워를 마친 그는 조심스럽게 몸을 담갔다. 물이 허리를 감싸자 긴장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 오늘 하루 종일 쌓였던 피로가 물속으로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민기는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며 내일의 장면을 떠올렸다. 면접실, 낯선 얼굴들, 그리고 질문들.

따뜻한 물은 생각보다 빨리 식어갔다. 민기는 그 사실을 의식하면서도 금방 몸을 빼지 않았다. 괜히 조금 더 버텼다. 마치 이 온기가 사라지면,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서였다.

결국 물에서 나와 수건으로 몸을 닦고, 침대에 누웠다. 방 안은 조용했다. 창밖에서는 간간이 차 소리가 들렸지만, 그것마저도 멀게 느껴졌다. 민기는 알람 시간을 한 번 확인하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내일은 아침부터 다시 긴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오늘의 따뜻함은 여기까지였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서울의 밤공기는, 생각보다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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