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의 첫 면접

처음은 누구나 떨리는 법이다.

by Nos

모텔에서 숙박한 민기는 잠에서 일찍 깼다. 낯선 장소에서 잠을 잘 못 자는 민기였지만, 이상하게 모텔은 편안했다. 전날 반신욕을 좀 하고 잔 덕분일까. 긴 여행의 피로가 깔끔히 씻긴 그는 여유롭게 면접을 준비했다.


오전 10시부터 면접이었지만, 회사 근처의 모텔에서 숙박한 덕분에 시간은 충분했다. 아침으로는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히 삼각김밥과 커피를 사서 먹었다. 샤워를 하면서 1분 자기소개를 중얼중얼거려 보고, 정장을 미리 입은 채 면접 질문을 다시 상기시켰다.


충분히 준비할 만큼 준비한 거 같았는데, 면접 시간이 다가올수록 갑자기 불안해졌다. 지원 분야 관련 뉴스를 찾아 읽으니, 생소한 지식과 내용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 민기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아무리 인턴이라 하더라도, 생각보다 어려운 질문이 나올 수 있고 그 질문에 잘 대답해야 비로소 합격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첫 면접인 만큼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했다.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면접을 이 정도만 준비했던 걸까. 슬슬 나갈 준비가 되자, 민기는 셔츠를 잠그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잠근다고 두 번이나 다시 채워야 했다. 평소보다 숨이 막히는 듯한 셔츠를 입은 그는 핸드폰으로 여러 자료를 찾아 읽으며 부리나케 벼락치기를 시작했다.


분명 아까 전까지만 해도 자신감이 넘쳤었던 민기는 그새 자신감이 뚝 떨어졌다.

미처 몰랐던 내용이 쏟아져 나오자, 그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어제부터 한심하게 쉬기나 하고 이런 건 왜 공부를 안 해뒀나.


걸어가는 길목에서 열심히 벼락치기 공부를 했지만 부족한 것 같았다. 몰랐던 내용과 관련뉴스가 쏟아지니 미칠 것 같았지만, 민기는 허겁지겁 열심히 공부했다.

머리에 한 줄 정도는 간신히 남겼을 무렵, 면접장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아담하지만 묘한 위압감이 있는 건물이었다.




"면접은 5층 회의실에서 할 예정이라, 5층에 있는 대기실로 가겠어요?"

"넵, 알겠습니다."


면접장에 도착하여 인사담당자에게 가니, 5층으로 안내를 받았다. 회사 규모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다 보니, 건물은 생각보다 아담했다. 민기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핸드폰으로 열심히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 벼락치기가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민기는 어느새 약간의 자신감이 생겨있었다.


5층 면접 대기실에 도착하니, 정장을 입은 지원자들이 앉아 있었다. 다들 긴장한 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민기는 힐끗 쳐다보았다. 본인처럼 아직 앳된 얼굴이 남아있고 풋풋한 사회초년생들 같았다. 이들도 모두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인턴을 하고 싶어 오게 된 것이겠지.


"민기 님은 기술 쪽 체험형 인턴이라, 채용공고에서 보셨듯이 1명만 뽑게 되거든요. 여기 제일 처음 1조에서 면접을 보게 되십니다."

"네, 감사합니다."

면접 배치표에는 각 조 마다 1시간씩 면접을 보게 된다고 적혀 있었다. 민기는 첫 번째 조였고, 다른 지원자 3명과 함께 들어가게 되었다.

4명이나 같이 들어가는 그룹면접이라니? 민기는 차라리 다대일의 구조로 한 명씩 보고 싶었다.


그룹면접임을 알고 나서부터 민기의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다. 긴장된 나머지, 안 떨던 다리까지 떨고 있는 걸 발견한 민기는 애써 손으로 진정시키며 한 손으로 핸드폰을 마저 봤다. 입이 바싹바싹 말라갈 때 쯔음, 드디어 호명이 이루어졌다.

"면접 1조 이신 분들은 저 따라와 주시겠어요?"

인사담당자의 말에, 민기를 비롯한 나머지 지원자 3명까지 한 번에 자리에 일어섰다.

민기를 제외하고는 전부 여자였다.


"아까 적힌 배치표 번호대로 줄 서주시겠어요? 회의실에 도착하면 그대로 앉으시면 됩니다."

민기는 앞에서 두 번째였다. 담당자는 다시 한번 줄을 확인한 뒤, 앞서 걸어 나가기 시작했고 지원자들은 그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면접이 시작되었다.




"지원한 분야의 사업을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원자분은 분야가 좀 다른데도 이렇게 지원한 이유가 있을까요?"

"다른 지원자분이 말한 내용과 다소 겹치는 거 같은데, 다른 아이디어는 없나요?"


면접장에서 쏟아지는 면접관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총 4명으로 이루어진 면접관들은 각자 포지션이 조금 다른 듯했다. 공격적인 면접관, 분위기를 조금 풀어주는 듯 가볍게 질문을 하는 면접관, 예상치 못한 압박 질문을 하는 면접관 등등.


분위기는 편안했지만, 질문은 날카로웠고 지원자들은 긴장의 끈을 풀지 못했다. 민기의 옆에 앉아있던 지원자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말을 거의 하지 못하기도 했다. 대답을 잘 못한 나머지, 고개를 숙인 모습은 마음 아팠지만, 민기는 자신이 살고 봐야 했다.


지원자들은 생각보다 잘하기도 했고, 못하기도 했다.

어떤 지원자는 정말 아나운서와 똑같은 톤으로 말을 해서, 민기는 절로 기가 죽었다. 하지만 그 지원자는 외워온 답변만 앵무새처럼 답변하고 질문과는 전혀 다른 답변을 했기에 좋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 것 같았다. 다른 지원자는 너무 완벽했다. 주어진 질문에 맞춰서 답변을 할 수 있었고, 답변 또한 외워온 듯한 느낌 없이 차분하게 대답하였다. 게다가, 관련 경력도 이미 있어서 민기가 보기에도 너무 매력적인 지원자였다.


민기는 처음 면접을 한 것 치고는,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답변을 꽤 잘한 것 같았다. 준비해 온 면접 질문 안에서 대부분 질문이 나오기도 했고, 예상치 못한 질문은 다른 지원자가 답변을 하는 동안 빠르게 생각하여 답변을 잘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무난했다. 다만, 다른 지원자 한 명이 너무 매력적이라 합격은 어려울 것 같았다.

지원자 각자 질문을 10개 정도는 받았을까.

체감상 2시간은 지난 거 같은 기분이 들었을 때, 면접이 끝이 났다.


"수고하셨습니다. 지원자분들은 이제 나가셔도 됩니다."

민기는 일어나면서, 괜히 의자를 한 번 더 털고 자리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면접장을 떠났다.

인사담당자가 다시 문을 열어주더니, 대기실로 안내하였다.


"면접 확인서를 요청하셨던 분은, 양식을 비치해 두었으니 가져가시면 됩니다. 아, 그리고 면접비 받아가시면 됩니다."

대기실에는 새로운 직원 한 명이 봉투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가지런히 놓인 흰 봉투에는 미리 금액이 담겨 있는 듯했다. 민기는 받자마자, 일단 5만 원은 아님을 직감했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전투 같은 면접이 끝나고, 면접비까지 받고 나자 민기의 기분은 그새 풀렸다.

시간은 오전 11시.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는 13시로 잡아놨기에, 딱 점심을 먹고 출발하면 될 것 같았다.


면접비를 받고 나서, 민기와 같은 지원자들은 똑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방금 전까지 같이 전투를 마친 '전우'나 다름없었지만, 이 중에 한 명만 뽑히는 경쟁자이기도 하기에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결국, 어색한 침묵을 서로 유지한 채 1층에 도착했다. 각자 어색하게 인사를 나눈 뒤, 그들은 서로 각자의 길을 갔다.


민기는 면접장을 나오자마자, 공기가 이렇게 달콤한 건 줄 처음 알았다. 그보다 더 달콤한 건 면접비였다.

봉투를 열어 확인해 보니, 1만 원권 4장이 담겨있었다. 공공기관은 면접비를 준다더니 사실이었다.


긴장이 풀리고 나니, 서서히 허기가 몰려왔다.

첫 면접 치고는 잘 본 거 같아서, 잘만하면 합격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나 좀 재능 있는 거 아니야?'


긴장했던 모습은 벌써 잊은 채, 민기는 자신 있게 서울역으로 향했다.




면접 결과는 담백했다. 예비 1번이었다.

처음에는 메일로만 문자가 올 줄 알았던 민기는, 발표날 하루 종일 메일함을 새로고침했다. 정작 결과는 문자로 바로 와서 맥이 빠졌다.


역시, 민기가 봐도 매력적이었던 지원자가 뽑힌 게 틀림없었다. 그럼에도, 민기가 예비 1번이었다는 건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2등이라는 게 아닌가.

세상은 2등을 기억해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면접 세상에서 2등은 1등이 될 여지가 있다.


첫 면접에 이 정도 결과면 준수하다 생각한 민기는, 다른 채용공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지원할 만한 공고는 없었다. 딱히 급하게 일을 해야 할 필요는 없었지만,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지원자들의 수준을 느꼈기에 민기는 조바심이 났다.

어쩌면, 지금 지원자들이 오히려 실력이 높지 않았던 거라면? 취업시장에는 훨씬 더 한 괴물이 득시글거린다면?


면접학원까지 다니고, 발성 연습까지 한다는 인터넷 이야기는 민기의 마음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설마, 자격증을 더 따기 전까지는 이런 인턴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면? 체험형 인턴 서류 경쟁률은 심하면 10대 1도 넘었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기사 자격증이 여러 개 있어도 서류 불합격했다는 후기가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면접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요즘의 취업시장이, 기이하면서도 무서웠다.

민기는 저번 면접을 복기해 봤지만, 딱히 실수했거나 부족했던 점을 찾을 수는 없었다. 정말, 다른 지원자 때문에 그냥 떨어진 것이라는 결론이 났다.


이래서, 운이 중요하다고 하는 건가 보다. 민기는 마음을 비우고 다른 채용공고가 나올 때까지 자격증 공부나 마저하기로 했다. 그렇게, 면접 결과가 나오고 나서 3일이 지났을까. 간간이 울리던 070으로 시작하는 스팸 전화에도 심드렁해질 무렵, 02로 시작하는 전화가 왔다. 전 번 지원한 인사 담당자의 전화번호였다.

민기는 부리나케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민기 님 본인 맞으실까요?"

"앗, 네 맞습니다."

"아, 네 다름이 아니라, 앞 선 지원자분이 채용을 포기하셔서, 민기 님이 최종 합격하셨는데 다다음주부터 출근 가능할지 여쭤보고자 전화드렸습니다."

"어.. 네 가능합니다!"

"넵,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난 뒤, 민기는 소리를 질렀다.

그의 첫 사회생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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