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로봇처럼 부릴 수도 있지 않을까.
세상은 너무나 발전했다. 꿈속에서도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시작은 연봉과 복지가 좋기로 유명한 회사였다. 모든 초과수당을 챙겨주고, 아침, 점심, 저녁을 챙겨주며 개인 법인카드까지 지급해 주는. 법인카드로는 야간 택시비와 업무에 필요한 교육비까지 챙길 수 있었다. 바리스타와 헤어디자이너까지 고용하고, 건물 안에 따로 직원을 위한 숙소까지 제공해 줄 정도로 복지는 최고였다.
그만큼 퇴사율과 이직률이 높았다.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람에겐 적합했지만, 워라밸이 중요한 사람에겐 최악의 회사였다.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람도, 이만큼까지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또 적었다. 이렇다 보니, 일은 많은데 사람은 잘 안 구해졌고 인력난은 극심했다.
회사는 계속해서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었기에, 이 성장을 뒷받침해 줄 인력이 필요했다. 기존의 인력들이 이미 2인분은 해주고 있었지만, 회사는 3인분이 필요했다.
회사의 고위층들은 고심 끝에,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바로, 꿈속에서도 근무하는 방법을 말이다.
세간에는 꿈을 조작할 수 있게 해주는 기계가 이미 발명되어 있었다. 수면 패턴, 뇌파 등을 임의로 조작하여 원하는 꿈을 실감 나게 꿀 수 있게 해주는 기계는 인기가 높았다. 다만, 가격은 일반 시민들이 부담 없이 이용하기에는 꽤 비쌌다. 값도 값이지만 유지비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 기계를 이용하여, 꿈속에서도 근로자들을 일하게 시키는 건 어떨까 싶었다. 기계가 데이터를 조작하여 꿈을 생성하는 과정에 개입하면, 사무실과 회사의 컴퓨터 네트워크 망에 충분히 접속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자본과, 내부 기술 인력들을 이용하여 가능성을 검토했다. 세상은 이미 너무나 발전하여 충분히 가능했다. 기술적으론 문제없었지만, 문제는 윤리였다.
일주일 내내 주 100시간에 가까운 근무를 시키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잠을 자는 와중에도 일을 시키다니?
정상적인 상황이 아님을 회사는 알았다. 하지만, 회사는 늘 그래왔다.
비정상적이었기에,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언론이 이를 알게 되면 큰일 날 것이기에, 비밀 서약서까지 꼼꼼하게 준비한 회사는 지원자들을 은밀히 소집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내건 조건은 나름대로 파격적이었다.
야근 수당과 똑같이, 꿈 수당도 주겠다는 것.
다만, 수면 시간의 전부를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므로 꿈속에서 수행한 업무량을 계산하여 지급해 주는 것이었지만. 회사는 악랄하면서도 계산적이었다.
지원자들은 질릴 대로 질린 표정이었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잠을 자는 시간도 돈을 벌 수 있다니? 몇몇 지원자들은 혹해서 자원하였고, 이들을 대상으로 테스트가 이루어졌다.
테스트는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 회사는 지원자들이 속한 팀의 팀장과 사수들까지 꼼꼼하게 설계하여 꿈속 사무실을 배치했다. 팀장과 사수는 지원자가 언제 이렇게까지 일을 했는지 놀라워하며 칭찬했다. 지원자들은 돈도 더 받고 칭찬도 더 받으니 더욱 기분이 좋았다.
회사는 회사대로 인력난을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인건비는 더 나가긴 했지만, 그들의 자본에는 큰 타격이 없었다.
경영팀에서 지출된 비용과 회사의 업무 성과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직원들을 꿈에서까지 일을 시키게 하는 것이 더욱 이익이 높았다. 회사는 점점 더 욕심이 생겨 수당을 좀 더 높이기로 결정했다.
야근수당보다도 더 높은 수당을 약속한 방침에, 지원자들은 더욱 몰렸다.
회사는 새로운 사업을 더 확장하기 시작하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윈윈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몸은 그렇게 버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가장 먼저 꿈속 근무를 자원했던 지원자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바로 '불면증'이었다.
하루에 14시간 가까이 근무를 하고 나서도, 꿈에서까지 또 근무를 하는 스트레스는 버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보상을 많이 주고, 사람이 그걸 자발적으로 원했다고 해도 말이다.
불면증에 빠진 직원들은 업무 효율이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회사가 마련한 기계에서 더 이상 잠들 수가 없었기에, 근무 시간 중에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당연히, 회사는 이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뛰어난 성과를 거둔 직원이어도 용서 없이, 월급을 삭감했고 근무 태도 불량 등으로 퇴사를 통보했다. 직원 중 일부는 나빠진 건강으로 자진퇴사하기도 했다. 회사는 이들에게 다시 한번 비밀 서약서를 들이밀며 꿈속에까지 일을 시킨 것을 조용히 하라고 협박했다.
하지만, 태양을 손으로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퇴사한 직원 중 일부는 불면증으로 인해 우울증까지 빠졌고, 결국 그들은 유서를 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 유서를 통해, 회사의 만행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회사는 모두 지원자들의 자발적인 의지였다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국민들은 냉담했다.
전문가들이 조사한 결과, 꿈속의 지원자는 근무 시간이 130시간에 달했기 때문.
월 500시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근무 시간으로 회사의 이미지는 급격히 나빠졌고, 이는 매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회사는 결국, 기계들을 전부 폐기하고 직원들의 근무시간도 조정하는 조치를 취했다.
야근은 이제 절대 없는 회사라며 이미지메이킹을 시작했다. 저녁 6시가 되면 회사의 불과 컴퓨터를 전부 꺼버리고, 직원들도 내보내는 퍼포먼스는 우스꽝스러웠다.
다행히, 불면증이 생긴 직원들은 일을 쉬면서 건강을 다시 회복했다. 회사는 이들 인원에게 추가적인 돈을 지급하며 회복을 도왔다.
보통의 회사였으면 이로 인해 폐업 수순까지 밟을 위기였지만, 회사는 이미 대부분의 국민들이 사용하는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기에 망하지는 않았다. 각종 캠페인과 기부활동을 하며 가까스로 이미지를 회복했고, 시간이 지나자 그들의 만행은 다시 잊혔다.
바로 그즈음에, 회사는 다시 은밀하고 신중하게 꿈 근무 프로젝트를 재개했다. 주 1 ~ 2회로만 한정하고 바이오리듬을 철저히 관리하면 괜찮지 않을까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