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천시 스터디카페 3편

점점 더 수상해지는 고시원

by Nos

흠칫 놀란 민국은 핸드폰을 덮었다.

쿵쾅되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킨 뒤, 책을 펼쳤다. 하지만, 책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민국은 다시 한번 핸드폰으로 뒤를 살펴봤다. 남자는 엎드려 있었다.

'노려 보는 건 그냥 우연이었나?'

우연히 타이밍이 맞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누구나 못 보던 사람이 들어오면 한 번쯤 쳐다보기 마련이니까.

그래도 꺼림칙했다.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던 거 같은 민국은, 결국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아 독서실을 나왔다.


어차피, 곧 저녁 시간이었다. 민국은 방에서 밥과 라면을 챙겨 공용 주방으로 향했다.

공용주방은 3층을 넘어 옥상에 옥탑방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안에는 전기레인지, 싱크대, 그릇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그 뒤로 세탁기와 건조기가 하나씩 배치된 모습이 꽤 아기자기했다.

중앙에는 3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창가 쪽에는 바 테이블과 높은 의자들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입구 바로 옆에는 라면과 쌀이 쌓여있었다.

'아, 라면이랑 쌀은 기본적으로 주는 곳인가 보네.'


민국은 들고 온 라면 대신, 주방에 있는 짜장 라면을 집어 들었다. 김치가 없나 둘러보다가, 냉장고를 발견하여 열어보니 김치가 가득 쌓여 있었다. 딱 봐도 보급 김치인 것처럼 보였지만, 라면이랑 먹을 때 안 먹을 수는 없다. 전기레인지에 라면 물을 올리고 난 뒤, 가만히 물멍을 때리던 민국. 문득, 시선이 느껴져 옥상 출입구 쪽을 돌아봤다.


아까 독서실에서 봤던 거 같은 남자가 민국을 쳐다보고 있었다.

민국을 쳐다보던 남자는 계속해서 민국을 쳐다보며 걸어왔다. 민국은 화가 치솟았다.

한 번 기선 제압을 해줄 필요가 있다.

남자는 생각보다 왜소했고, 민국은 체구가 큰 편이었기에 자신 있었다.

가까이 다가온 남자에게 민국이 신경질적으로 한 마디 내뱉었다.

"저기요. 아까부터 왜 계속 기분 나쁘게 쳐다봅니까?"

"안 쳐다봤는데요."

목소리가 갈라져 나오는 남자의 목소리는 불쾌했다. 그 불쾌한 목소리에 놀란 민국은 남자의 눈을 보고 더 놀랐다. 눈이 너무나도 퀭하고 공허해 보였다.

민국은 섬뜩했다. 무언가 잘못 건드린 느낌이다.


섬찟한 느낌에 민국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남자는 민국을 쳐다보며 읊조렸다.

"시발.. 짜증 나게 이딴 새끼가 입주하고 지랄이야."

화날 틈도 없었다. 싸한 눈빛에 민국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등 뒤로 식은땀이 나는 느낌이다.

민국이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자, 남자는 혀를 차더니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남자는 빨래를 가지러 왔었는지 금방 챙긴 뒤 자리를 떠났다.

떠나면서 민국을 한 번 더 노려보고 갔지만, 민국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남자가 떠난 뒤, 민국은 그제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다. 손에는 땀이 흥건했다.

겨우 마음을 진정한 그는 짜장라면을 후딱 끓여 먹고 방으로 돌아왔다.

아까의 남자 눈빛이 계속해서 생각났다. 그렇게 섬뜩한 눈빛은 살아생전 처음이었다.

어떤 인생을 살아왔기에, 그런 눈빛으로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걸까.


마음이 진정되지 않은 민국은 결국 건물을 한 번 더 둘러보기로 했다. 산책을 하고 싶었지만, 밤이라서 할 수가 없었다. 3층은 2층과 똑같은 구조였다. 여기는 아마 여자들이 산다고 했던가. 괜히 어슬렁거리다가 이상한 놈 취급을 받을 것 같았던 민국은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 주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는데,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멀리서 보니 남녀 둘이가 같이 라면을 먹으며 웃고 있었다. 여기 와서 연애를 한다는 그 커플이었나?

딱히 방해를 하고 싶지 않았기에, 민국은 주방에 들어가지 않고 옥상 난간으로 가서 밖의 풍경을 바라봤다.


도로 너머로 차들이 제법 다니고 있었다. 골목마다 철창이 있었고, 그 철창 속에서 좀비가 빨간 인광을 드러내고 있었다. 거세게 창을 치는 모습이 섬뜩했지만, 아까 본 남자만큼은 아니었다.

야간에는 함부로 돌아다닐 수 없었다. 차를 소지하여 움직이거나, 급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걸어 다니는 것도 통제당했다. 경찰들이 투입되어 항상 순찰을 다녔고, 걸어 다니는 사람에게 주의를 주곤 했다.

밤에는 좀비가 공격성이 짙어지기에, 사람을 발견하면 득달같이 달려들려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인명피해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었다. 정부는 이 때문에 항상 골치가 아팠다.

시민의 자유를 통제할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인명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욕을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도시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저, 겉보기에라도 열심히 치안을 신경 쓸 뿐이었다. 이 때문에, 성천시의 밤은 빛으로 가득했다.

고장 난 가로등은 즉시 수리를 했고, 경찰들은 손전등을 들고 다니며 어둠을 비췄다. 마치, 어둠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좀비가 거기서 달려든다고 믿는 것처럼. 도시는 그 어느 때보다 밝았지만, 시민들의 마음은 어두웠다.


시뻘건 좀비의 인광을 바라보던 민국은 옥상에서 다시 내려왔다. 뭔가 아쉬웠던 민국은 1층을 한 번 더 둘러보기로 했다. 아까는 못 봤던 CCTV 모니터가 배치되어 있는 게 보였다. 독서실, 주방, 복도 등등에 깔려 있는 걸 보니 이곳은 보안에 각별히 신경 쓰는 듯했다. 생각보다, 더 많이 깔려있긴 했지만 고시원이 보안에 취약하다는 말을 의식한 걸까. 아니면, 좀비 때문에 추가로 더 설치한 것일까.

딱히 흥미 있는 걸 발견하지 못한 민국은 몸을 돌려 1층을 좀 더 구경했다.


독서실이 있는 곳 반대편으로는 주인이나 총무가 산다는 1층 방이 있었다. 벽에 문이 하나씩만 있는 것으로 보아, 이전에 살던 주인집 원룸 방이 딱 저랬다. 저 방은 다른 방보다 2배 이상은 넓을 것이다.

더 둘러볼 곳도 없었던 민국은 다시 CCTV 앞으로 돌아왔다.

주방에는 아까 본 커플들이 라면을 같이 먹는 모습이 보였다. CCTV 너머로도 서로의 애정이 느껴져 내심 부러웠다. 외부의 출입문쪽으로도 CCTV가 설치되어 있었는지, 바깥쪽 풍경도 보였다.

생각보다 고화질이었다. 꽤나 비싼 카메라를 설치했을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내부 CCTV보다 확실히 화질이 좋았다. 좀비 사태 이후 추가로 설치한 것일까.


의아해하며 CCTV를 보던 민국의 눈에, 한 가지 이상한 곳이 눈에 보였다.

다른 곳들은 모두 익숙한 풍경인데, 딱 한 군데는 어디서도 못 본 공간이었다.

철문이 화면에 떡하니 나타나 있고, 그 앞으로 계단이 눈에 보였다.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이런 곳이 왜 있는 거지?


민국은 그 철문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문이 열렸다.

육중한 철문은 천천히 열렸다. 그 문을 힘겹게 열고 나오는 남자의 얼굴이 카메라에 잡혔다.

스터디 모임장이었다. 흰 가운을 걸친 그의 모습은 꽤 잘 어울렸다. 한 손에는 방독면도 들고 있었다.

너무 수상했다. 단순한 스터디가 아니었나?

그는 문을 잠그더니, 그대로 계단을 올라가 카메라에서 사라졌다.


아차, 이렇게 바라보다가는 스터디 모임장에게 들키기 일쑤다. 민국은 황급히 CCTV에서 고개를 돌리고 로비 테이블에 앉았다. 앉아서 핸드폰으로 웹툰을 봤지만, 내용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임장은 정문 아니면 후문으로 곧 들어올 것이다.

긴장하며 딴청을 피우던 민국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스터디 모임장이 나오자, 화들짝 놀랐다.

뒤에 있던 방에서 튀어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어라, 왜 이렇게 놀라세요? 못 볼 거라도 본 것처럼?"

스터디 모임장이 능청스레 말했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숨을 약간 가파르게 쉬고 있었다. 계단을 올라오다 보니 헐떡이는 게 분명했다.

"아, 제가 원래 잘 놀라서요. 그냥 답답해서 1층 로비에 앉아있었습니다."

민국도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손끝이 떨려왔지만, 애써 진정시키며 모임장의 눈을 바라봤다.

아까 주방에서의 남자만큼은 아니었지만, 그의 눈도 꽤나 섬뜩했다.

기분 탓이라고는 도저히 핑계 댈 수 없을 만큼.

"아하, 밤에 못 돌아다녀서 그러시구나. 독서실에서 공부는 잘 되세요?"

"하하, 네 그럼요."

"그렇구나. 저도 주방에서 라면이나 먹으려고 나왔습니다. 먼저 올라가 볼게요."

"네, 들어가세요."


터벅터벅 올라가는 남자의 뒷모습은 평범한 남자였다. 하지만, 아까 보인 그 눈빛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도대체 그 장소는 어디일까.

아까 1층을 둘러볼 때는 그런 철문과 계단이 없었다. 게다가, 모임장은 자신의 방에서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방 안에 저런 공간이 따로 구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게 가능한 걸까?


생각할수록 이 고시원은 이상했다.

지나칠정도로 깨끗한 건물의 외관, 어딘가 수상한 스터디 모임장. 주방에서 마주친 공격적인 남자.

평화롭게 공부만 하려고 온 자신이 너무 순진한 건가?

아니면 자신이 너무 예민한 걸까.

20만 원을 지불한 게 아까워서라도, 민국은 조금 더 지내보기로 했다.

아까 그 정상적인 커플들도 있지 않았던가.

수상한 남자가 둘이나 있었지만, 민국이 조심만 하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또,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더 추가될 것이다 분명히.


전부 다 기우겠지, 생각하며 민국은 방으로 돌아왔다.

아늑한 방은 평화로웠다. 그는 불안한 마음을 접어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 쿵

.. 쿵

쿵!.. 쿵!


그는 현관문 근처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결국 잠자리에서 깨어났다.

처음엔 꿈인 줄 알았다. 비몽사몽 깨어난 민국이 다시 잠자리에 들려던 찰나, 현관문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찰칵.. 찰칵.

잘못 들었을 리가 없다. 문고리가 정말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민국은 자리에서 조심히 일어났다. 책상에서 급하게 볼펜이라도 손으로 쥔 그는 현관문으로 향했다.

발소리를 죽여가며 기어가던 민국의 눈에는 선명하게 보였다.

현관문의 문고리가 조금씩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


그리고,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현관문에 부딪치는 소리 같기도 하고, 그 옆의 벽에 부딪치는 소리 같기도 했다.

다가갈수록 소리는 더욱 커졌다. 무언가 중얼거리는 듯한 소리도 들리는 것 같다.

민국은 두려움에 몸이 덜덜 떨렸지만, 소리의 정체를 확인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숨을 다시 한번 들이쉰 채, 현관문의 구멍으로 밖을 바라봤다.

펜을 쥔 오른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정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맞은편의 문이 보일 뿐이다.

왼쪽에도 흐릿한 어둠만이 눈에 보였다.


민국이 시야를 오른쪽으로 완전히 돌렸을 때, 마침내 어떤 남자의 뒤통수가 어두컴컴하게 보였다.

정체불명의 소음을 낸 원인은 이 남자가 분명했다.

문에서 튀어 나가 싸워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남자가 머리를 들었다.

그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딱 하나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바로, 남자의 시뻘겋게 물든 눈이었다. 좀비와 별 다를 바 없는 눈이었다.

이마에는 피도 흐르는 듯했다.


남자의 움직임에 맞춰, 복도의 센서등이 다시 켜졌다.

갑자기 환해진 빛에, 민국은 잠깐 눈을 찌푸렸다. 다시 구멍으로 남자를 쳐다본 민국은 놀라서 뒤로 넘어졌다.

아까 주방에서 본 남자의 얼굴이었다. 민국은 다시 현관문구멍에 붙어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봤다.

퀭한 눈은 더욱 파였고, 눈은 시뻘갰으며 입에는 침이 줄줄 새고 있었다.

"크르르.."

그는 바깥의 좀비와 다를 바가 없었다.


민국은 조심스럽게 현관문의 도어 가드를 조심스럽게 잠갔다.

찰칵.

조심스럽게 했어도 소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민국이 낸 소음에, 그가 고개를 돌렸다.

기괴하게 뒤틀린 웃음을 지으며 현관문 앞에 도착한 남자.

민국의 시야가 갑자기 까매졌다.

콰앙!


민국은 다시 한번 뒤로 넘여졌다.

쾅. 쾅. 쾅.

현관문이 덜컹거리기 시작했고, 문고리가 찰칵찰칵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현실적인 공포에, 그는 정신이 나가기 직전이었다.


"크아아아!"

"아, 저 새끼 잡아 @#@%$!"

의식을 잃기 직전,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터디 모임장의 목소리였다.



고시원 1층 구조.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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