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천시 스터디카페 4편

수상한 스터디장.

by Nos

민국이 다시 눈을 뜬 것은 아침 7시 무렵이었다.

어리둥절하게 멍하니 누워 있던 민국은 어젯밤 장면이 되살아나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남자! 어떻게 된 거지? 설마 문 열고 들어온 건 아니겠지?‘

현관문은 다행히, 굳게 잠겨 있었다. 바깥도 쥐 죽은 듯 고요했다.


햇빛이 서서히 들어오고 있어서인지, 어제보다는 분위기가 덜 공포스러웠다.

민국은 현관문구멍으로 밖을 살펴봤다. 밖은 아무도 없었다.

도어가드를 걸고 문을 살짝 열었다. 핸드폰을 먼저 내밀어 좌우를 비췄다.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복도로 조심스럽게 나온 민국은 이상함을 느꼈다.

'이거 뭐야. 핏자국이 다 어디 갔어?'

분명, 어젯밤의 남자는 이마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벽을 쿵쿵 치던 소리도, 문고리가 돌아가던 소리까지 생생히 기억났다. 그런데 복도 어디에도 좀비의 흔적은 없었다. 닦아낸 것처럼 말끔했다.


꿈이었나? 잠깐 그런 의심이 스쳤지만 민국은 고개를 저었다.

조심스레, 1층으로 내려간 민국은 CCTV를 확인했다.

CCTV에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어제 봤던, 철문과 계단이 있는 CCTV 화면은 사라져 있었다.

No Signal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회색화면이 치지직 거릴 뿐이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진 민국은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가며 핸드폰을 켜자, 낯선 알림들이 떠 있었다.


[이재현 : 이번에 새로 들어오게 된 스터디원 김민국 님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07:22]

[민수정 : 잘 부탁드려요~ 07:25]

[이재현 : 오늘도 8시 50분쯤에 점호 후, 독서실에서 바로 공부 시작할 예정입니다. 다들 참석 부탁드립니다. 07:27]


스터디 모임 단체메신저방이었다. 민국을 포함하여 7명 정도가 있는 방이었다.

'스터디장이 초대했나 보네. 어제 독서실에 보였던 사람들은 다 여기 있겠군.'

오랜만에 들어보는 점호라는 단어가 친숙했다. 기숙사 느낌으로 시스템은 잘 운영하는 듯했다.

그러면 어제의 좀비는 도대체 뭐지?


그 순간, 민국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 어제 그 남자를 점호 때 확인해 보면 되겠구나!'

남자가 멀쩡하다면, 어제 일은 정말 꿈일지도 몰랐다.

그때, 메신저 방에 알림이 왔다.

[이재현 : 김지태 님은 오늘 몸이 아프셔서, 참석을 안 한다고 하시네요. 07:35]

김지태? 김지태가 어제 그 남자 이름이었나?

근데 이상하다. 아프면 얼마나 아프다고, 본인이 이야기하지 않고 스터디 모임장이 대신 이야기해 주지?


민국은 샤워를 하고, 대충 밥을 먹었다. 어젯밤의 일을 반드시 확인하고 말겠다는 마음으로 8시 50분에 맞춰 내려갔다.



1층 로비로 내려간 민국은 다른 사람들이 일렬로 서 있는 걸 보고 후다닥 로비에 섰다.

어제 부엌에서 본 남녀 커플과 키가 꽤 큰 여자와 평균 정도인 남자 한 명이 서 있었다.

그 옆에 쭈뼛대며 민국이 서자, 그제야 재현이 말을 꺼냈다.

"아침에 말씀드린 대로, 지태 씨 빼고는 저희 전원 다 참석했네요. 어제 새로 오셨던 민국씨만 잠깐 와서 인사할까요?"


민국은 마지못해 앞으로 나와 간단히 인사했다.

"어제 입주하게 된 김민국이라고 합니다. 공무원 공부하러 왔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모임장인 재현 외에는 그저 심드렁한 표정으로 성의 없게 박수를 쳤다. 딱히 기분 나쁠 것도 없다. 자신도 분명 새로운 사람이 오면 저럴 테니까.


"그러면, 어제 공부한 내용들 다들 읊어볼까요? 왼쪽에 현승 씨부터"

"어제, 000 키우기 피해량이 드디어 1조를 돌파했습니다. 덕분에, 못 깨던 레이드 보스를 하나 깼네요."

남자의 말에, 옆에 찰싹 붙어 있던 여자가 말했다.

"오빠? 나도 알려줬어야지."

민국의 옆에 있던 남자는 고개를 돌려 말했다.

"형? 이따 나도 팁 좀 알려줘. 왜 내 전투력이 더 높은데 못 깨는 거지?"

"내가 이따 세팅 한 번 봐줄게."


민국은 어지러웠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당황스러워하는 민국이 아무렇지 않은 듯, 남자의 여자친구가 말했다.

"전, 영화 2편과 드라마 5편을 다 봤어요."

"와? 언니 대박. 제가 추천한 거 재밌었죠?"

"어, 그거 진짜 재밌더라~"


민국은 속은 기분이 들었다. 이건 스터디 모임이 아니라, 그냥 노는 모임이지 않나?

앞에 있는 재현도 웃고 있었다.

다른 여자와 남자도 비슷했다. 영화, 드라마, 게임, 웹소설 등을 읽었다고 말한 그들.

보고가 끝나고 나자, 재현은 박수를 치며 해산을 명령했다.


"으아, 모팀장님. 오늘 간식은 뭐예요?"

"새로 오신 민국님을 위해, 아껴뒀던 카스타드 하나 오픈하겠습니다."

"와, 잠깐? 그거 분명 다 먹었다고 했잖아요?"

"특별식인데 아껴야지. 맨날 초코파이만 보급해 주는데, 이런 건 가끔씩 먹어야 더 맛있는 거야."


재현이 스터디원들을 달래며 말했다. 사람들은 장난스럽게 투덜거리다가, 각자 흩어졌다.

독서실이 아니라, 각자의 방으로 가는 듯 전부 계단으로 올라갔다.

사람들이 다 사라지고 나자, 민국은 재현에게 다가가 따지듯이 말했다.


"모임장님. 이거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분명 스터디 모임 아니었습니까?"

득달같이 달려든 민국에게 재현은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소곤거렸다.

"맞습니다. 저분들 전부 공부하시는 분들 맞아요. 몇 달 전엔 분명 다들 열심히 공부했었죠."

"그러면 계속 공부하게 통제해야죠. 그러려고 스터디 만든 거 아닙니까?"


재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도 다 해봤었습니다. 그런데, 다 큰 성인을 같은 또래가 어떻게 통제하나요. 저 같은 총무 나부랭이가 함부로 쫓아낸다는 협박도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그냥 놔두기로 했습니다."

민국이 반박하려던 찰나, 재현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어차피, 노량진에서도 놀 사람은 놀고 공부할 사람은 공부합니다. 저런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공부를 못하겠다, 이런 건 아니잖아요? 오히려, 저분들을 반면교사 삼아서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되는 효과도 있더라고요."

재현의 눈이 은은하게 빛났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재현의 묘한 카리스마에 민국은 아무 말할 수 없었다.


"이미 풀어진 사람들은 어차피 공부를 안 할 사람이었던 겁니다. 민국 씨처럼 의욕 넘치는 분들을 빨리 모집할 테니,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들 모아서 제대로 모임 만들어봅시다. 저분들은 그냥 내버려 두고 잠자코 지켜만 보세요. 저런 분들이 동기부여에 오히려 제격이라니까요?"

어느새, 재현은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섬뜩했던 민국은 말없이 독서실로 향했다.




독서실에는 역시 아무도 없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일까.

사라진 지태, 무언가 이상한 재현, 공부할 생각은 없는 스터디원들. CCTV 등등...


무엇보다, 어젯밤. 그건 절대 꿈이 아니었다. 밤이 되면 좀비가 돌아다니는 이 고시원에서 도대체 무슨 공부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만약, 어제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올라갔다가 마주쳤으면?

이 고시원엔 비밀이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그 비밀의 열쇠는 모임장이 들고 있는 게 확실했다.


어젯밤의 CCTV속 장소는 분명 모임장의 방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 방만 엿볼 수 있다면, 고시원의 비밀을 풀 수 있을지도 몰랐다. 민국은 방에 잠입할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순간 자신이 뭐 하고 있나 의문이 들었다.

'뭐, 내가 정의의 사도도 아니고 비밀을 밝혀낼 필요가 있나?'

아직 자신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가해진 것도 아니고, 그냥 공부만 하러 왔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나?


독서실은 쾌적했다. 텅텅 빈 독서실은 좀 아쉬웠지만, 자취방보단 훨씬 낫다. 핸드폰을 방에 놔두기만 하면 공부할 최적의 조건이 된다. 억지로 의자 앞에 앉아 있으면 책 한 줄이라도 읽기 마련이니.

그냥 얌전히 공부만 하면 되지 않을까. 자신의 목적은 원래 그거였지 않은가.


잡생각을 떨쳐내고, 공부에 집중한 민국은 어느덧 점심시간이 된 걸 확인했다.

공용주방에 들어선 민국은 모임장이 물을 데우고 있는 걸 발견하고 인사를 건네려던 참에, 그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오, 민국 씨. 공부 열심히 하셨어요?"

다소 피곤해 보이는 눈길이었다. 점호만 하고 다시 잔 게 분명하다.

민국은 의심스럽게 모임장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네, 생각보다 잘되네요."

"그렇죠? 이게 장소만 잘 갖춰지면 나머진 마음가짐이라니까요."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이, 오전에 독서실에 코빼기도 안 비췄나?

민국은 궁금증을 못 이기고 조심스레 재현에게 물었다.


"재현 씨는 요새 하시는 공부 없으신가요?"

"아, 저는 요즘 좀 쉬고 있어요 하하."

재현이 약간 난처해하며 대답했다. 눈동자가 천장으로 굴러가는 게 수상했지만, 민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 라면 드시러 온 거면 같이 드실래요? 삶은 계란이랑 같이 비빔면 해 먹으려던 참인데."

"어, 그럴까요?"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던 민국은 자연스레 합류하게 되었다.

"삶은 계란 4개, 비빔면 3개면 적당하겠죠?"

"네, 좋습니다."

"제가 알아서 조리할 테니 앉아서 잠깐 쉬고 계세요. 공부하느라 힘드셨을 텐데."

"앗, 그러면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재현은 휘파람을 불며 조리하기 시작했다. 기계처럼 척척 필요한 동작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니, 익숙한 듯했다. 민국이 핸드폰을 하는 사이, 재현은 삶은 계란과 비빔면을 정갈하게 그릇에 담아 가져왔다.

"아, 제가 삶은 계란이라도 까드렸어야 했는데."

"괜찮습니다. 설거지해 주시면 된 거죠."


둘은 말없이 식사를 시작했다. 주방에는 다른 사람들이 오지 않아 적막만이 흘렀다.

'아, 체하겠네.'

숨 막힐듯한 분위기에 민국이 말을 꺼내려던 찰나, 재현이 먼저 말했다.

"혹시, 민국 씨는 연락하고 있는 사람 있어요?"

"아뇨, 없습니다."

재현이 고개를 잠깐 들어 민국을 쳐다봤다. 민국은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지만, 그 눈빛이 빛나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하긴, 저도 이 사태가 터지면서 연락이 다 끊겼어요. 아는 사람들 몇몇은.. 좀비가 되었다가 사살도 됐죠."

"저도 뭐 부모님이랑 몇몇 친구들 말고는 연락이 안 됩니다."

"하하, 다들 똑같네요."


재현은 그 이후로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민국은 캐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입을 다물었다.

어색한 식사가 끝난 후 민국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 재현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시선이 느껴졌지만, 차마 뒤돌아볼 수가 없었다. 서둘러 설거지를 끝낸 민국은 재현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독서실로 향했다.

그는 핸드폰으로 지나치게 무언가를 열심히 작성하고 있었다.

수상했지만 화면을 훔쳐볼 수 없었던 민국은 그대로 주방을 떠났다.


오후의 독서실에는 몇몇 사람들이 찾아오긴 했다.

아침에 봤던 사람들이 드문드문 찾아와 책상에 앉았지만, 공부를 하는 것 같진 않았다. 소리 죽여 웃는 소리와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은 안 봐도 뻔했다.

어차피 공부 안 할 거면 각자 방에서 편하게 하면 될 것을 왜 독서실까지 와서 노는 걸까?

이거는 모임장이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민국은 점점 이 고시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늘 밤, 그냥 짐을 싸서 나갈까? 아니면 조금 더 지켜볼까.

그것도 아니라면, 확실하게 관리를 해볼까.


분명, 여건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구성원들이 너무 아쉬웠다. 이들을 내쫓고 새로운 사람들을 받아들일 순 없는 걸까.

'내가 고시원 주인도 아닌데 무슨. 그냥 귀마개나 들고 오자.'

방으로 돌아온 민국은 귀마개를 집에 놔두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 이거 하나 때문에 집에 가는 것은 귀찮았다.

그는 실례를 무릅쓰고 주변 사람들에게 빌려보려 했지만, 다들 이어폰은 있어도 귀마개는 없다고 했다.

이어폰을 쓰는 순간, 핸드폰도 들고 오게 되므로 민국은 귀마개가 꼭 필요했다.


안 물어본 사람은 딱 한 명. 재현이었다.

재현의 방 앞으로 찾아간 민국은 노크했다.

1분 정도 기다렸을까. 재현이 문을 열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눈빛이 약간 살벌한 것은 기분 탓이겠지. 민국은 주저 없이 말했다.

"아, 혹시 귀마개 같은 거 있나 해서요."

"없습니다. 필요하시면 집에 잠깐 갔다 오시거나, 다른 분들에게 빌리면 될 것 같습니다."

"아, 네 실례했습니다."


민국이 꾸벅 인사를 하고 뒤돌아서려는 찰나, 뒤에서 재현이 말했다.

"민국 씨. 제가 깜빡하고 설명을 안 드린 거 같은데, 제 방이랑 주인 방은 느닷없이 찾아와서 노크하시면 안 됩니다. 제 개인 메시지로 미리 일정 잡아서 와주세요. 교수님들 미리 면담 잡듯이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던 민국은 표정이 약간 굳어졌지만, 재빨리 풀면서 대답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잘 몰랐네요. 다음부터 주의할게요."

재현은 말대꾸도 하지 않고 그대로 문을 쾅 닫아버렸다.


"하, 진짜 별 지랄들을 다 하네."

화가 난 민국은 그대로 고시원 밖을 나섰다.



집까지 무사히 도착한 민국은 귀마개와 더불어 미처 챙기지 못했던 생필품도 몇 가지 더 챙겼다.

필요한 것만 챙기고 고시원으로 가려했지만, 뭔가 가기가 싫었던 민국은 침대에 그대로 누웠다.

오랜만에 느끼는 포근한 감촉에 그는 그대로 잠에 들어버렸다.


낯선 환경, 수상한 고시원, 새로운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이 피로로 쌓였던 것일까. 민국은 낮잠이 아니라 아예 잠을 자버렸다.

정신없이 잠들고 나서 시간을 확인해 보니 이미 오후 5시가 넘었다.


핸드폰에는 모임장한테 연락이 와있었다.

[김재현: 오늘 복귀 안 하시나요? 다음부터는 외박하게 될 시에 미리 얘기하셔서 허락받으셔야 됩니다. 연차 하루 차감하겠습니다.]

문자를 본 민국은 기가 찼다. 제일 중요한 스터디는 관리 안 하고 이런 근태만 관리하나?

기분 나쁜 민국은 답장하지 않고 핸드폰을 던져두었다.


오후 5시가 넘어버렸으니, 다시 고시원으로 돌아가기는 애매했다. 남은 공부는 오랜만에 집에서 하려 했지만, 역시 공부가 되지 않았다. 결국 침대에 누운 민국은 고시원에서 있었던 일을 복기했다.

"역시, 모임장이 제일 수상해. 그런데 주인은 어디 갔지? 그냥 방에서 안 나오시는 건가?"


이 의문을 해결하는 열쇠는 모임장의 방, 그리고 아프다고 한 지태였다.

그냥 조용히 넘어가기에는 점점 기분이 나빴다. 특히, 모임장이 어설프게 관리자 역할을 하며 권력을 누리는 듯한 모습은 솔직히 같잖았다. 그냥 공부만 하려 했지만, 점점 신경을 긁는 듯한 이 모임들을 어떻게 손 좀 봐주고 싶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민국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인터넷을 둘러봤지만, 성천시에는 딱히 특별한 이슈는 없었다. 다만, 민국은 유튜브를 살펴보다가 홀린 듯이 한 영상을 클릭했다.

[성천시에서 현재 불법 인신매매와 인체실험이 자행되고 있다??]

전형적인 어그로를 끄는 유튜버의 영상이었지만, 민국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영상을 클릭하니 한 유튜버가 책상 앞에 앉아 각종 캡처 자료들을 나열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니, 여러분들. 지금 성천시가 얼마나 무법지대인지 아세요? 좀비로 변한 사람들 신원 파악도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거는 다들 아시죠? 그런데 있잖아요? 살아 있는 사람도 그냥 인신매매해 버린 후에 좀비가 됐다 하면 이거 누가 수사합니까?"

유튜버는 채팅창을 확인하며 계속해서 말했다.

"게다가, 정부기관도 치료제를 개발해야 하는데 이거 동물실험으로는 한계 있죠. 분명, 어디선가 사람을 공급받아서 실험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헛소리도 작작해라는 말이 가득했다.


민국은 영상을 껐다. 정부기관이 인체실험을 한다니? 설마 그럴 리가 있을까. 그런 위험을 감수할리가 있나.

하지만, 백신을 개발하려는 민간기관이라면? 정부 기관의 사주를 받은 거라면 그럴 가능성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민국은 관련 영상과 자료를 찾아보며 정신없이 빠져들었다가,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오전 9시. 늦잠을 자버린 민국이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을 때, 그의 핸드폰에 알림이 떴다.

[재현 : 지태 씨는 건강 상의 이유로, 부득이하게 퇴실하게 되었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30초 뒤, 민국의 핸드폰에 재현이 톡을 보냈다.

[재현: 제가 어제 조금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해서 그런데, 저녁에 술 한 잔 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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