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짧게 찾아왔다가 긴 여운을 남기고 떠나는 법
저는 빵을 좋아하지만 직접 사 먹지는 않습니다.
누군가가 선물로 사 왔을 때, 한 번 먹게 되는 게 대부분입니다. 맛있는 빵을 먹으면 직접적으로 행복을 느끼는데도, 왜 안 사 먹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저에게 있어 빵은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입니다.
잠깐 찾아와서 기쁨과 즐거움을 맛보게 해 주고 다시 빠르게 떠나가는 손님이죠.
행복도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무심코 찾아와서 내게 즐거움을 주지만 또 금세 떠나가니까요.
마냥 행복만 좇다가는 오히려 놓치고, 열심히 고통을 견뎌내며 살다 보면 문득문득 찾아오는 게 행복이더군요.
매일 빵만 먹으면 질리지만, 가끔씩 후식으로 사 먹으면 맛있는 것처럼요.
(빵을 정말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이 말이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오늘도 행복을 구워냅니다>는 이러한 빵을 소재로 행복을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가 빵의 맛을 이미 아는 것처럼, 이 소설도 '힐링', '로맨스' 류의 소설을 좀 읽어보신 분들에게는 아는 맛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는 맛이 무서운 법이지만요.
시골에 행복과자점을 오픈한 유운.
그녀는 원래 공기업 취업준비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연이은 탈락에 시간이 지나도 제자리걸음을 하는 듯한 그녀는 시골에 내려와 행복과자점이라는 제빵 카페를 오픈합니다.
그곳에, 윤오라는 남자와 여러 시골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그녀가 구워내는 '행복'을 맛보는 이야기.
그 행복 속에서 유운 또한 행복에 좀 더 가까운 길을 찾아 나서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공기업 취업준비생 이야기가 소설에 나온 게 다소 특이했네요.
NCS 필기와 취업준비생이 가질법한 감정선들을 섬세하게 그려낸 점이 재밌었습니다.
실제로 이쪽 취업준비생이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감정들이 소설에 녹아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한 목표를 잡고서도 정작 그 목표에 대한 고민은 너무 얕고, 짧게 했던 것 같아요. 그게 후회가 되더라고요
공기업 취준은 사람마다 편차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2년 정도는 걸리는 것 같습니다.(제가 주변을 보고 느낀 거라 차이가 있습니다.) 공무원 시험도 보통 이 정도 걸린다고 생각을 하면 딱히 짧은 시간은 아니죠.
이렇게 취업을 위해 필요한 시간이 걸림에도, 우리는 정말 이게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은 적은 것 같습니다. 단순히 안정적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준비하기엔, 공공기관의 업무 성격이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요즘처럼 정보를 찾아보기 쉬운 시대에, 이런 것들을 제대로 찾아보거나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준비했다가는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할지도 모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분이라면 길을 걷기 전에, 그게 자신한테 맞을지 한 번 찾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걸어봐야 아는 것도 있지만, 이미 자신을 잘 안다면 굳이 걸을 필요가 없는 길도 분명 존재하거든요.
세상에는 생각보다 가시밭으로 둘러싸인 길이 많아서 잘 걸어야 하기도 합니다.
괜히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나면 세상을 걸어갈 힘을 다시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요.
어쩌면 행복은 진통제와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현실이 너무 버겁고 힘들기만 하면, 우리는 살아갈 힘 자체를 잃어버립니다. 그럴 때 문득 찾아온 작은 행복이 고통을 잠깐 잊게 해 주고, 다시 살아갈 힘을 건네주고 떠나갑니다.
주인공 유운에게 있어 '행복과자점'은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좋아하는 베이킹을 온전히 해보면서 쉬어 갈 수 있는 시간. 끝이 보이지 않는 NCS 문제집과 면접의 굴레에서 벗어나 숨을 고를 수 있었던 시간. 이 시간 자체가 그녀에게는 '진통제'였던 겁니다.
행복은 때로는 손에 쥔 빵 하나처럼 쉽게 얻어지는 것 같다가도, 빵을 아무리 사도 쥐어지지 않기도 합니다.
마치 파랑새 이야기처럼, 먼 길을 돌고 와서야 다시 깨닫게 되기도 하죠.
이 소설을 읽고 나니, 행복은 일상 속에서 스쳐가는 즐거운 시간 속에 숨어있기도 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하지만, 도망친 현실에서 느끼는 행복은 영원하지 않음을, 우리는 다시 행복을 위해 현실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도 느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