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사랑하는 나무의사님의 나무로 풀어내는 인생 에세이
저는 학창 시절에 나무와 숲을 좋아했습니다.
사람들이 산과 바다 둘 중 어디로 놀러 갈지 고민할 때, 저는 고민도 없이 바로 산을 좋아했을 정도였습니다.
숲 속의 나무를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안정되었고,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마음이 포근했거든요.
저도 꽤나 나무를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이었는데, 오늘 소개해드릴 에세이의 저자는 좋아하는 걸 넘어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나무를 사랑해서 나무의사까지 하면서, 나무를 치유해 주는걸 업으로 삼은 우종영작가님은 자신의 도서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에세이에서 자신의 사랑을 아낌없이 드러냅니다.
나무에 대한 재밌는 사실과 지식부터, 자신의 인생까지 녹여낸 이 에세이는 분명 누구나 읽어도 숲 속에 들어온 것처럼 포근하고 힐링이 되는 느낌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에세이 리뷰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삶에 있어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쉼표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야 비로소 느꼈던 것 같다. 내 삶의 이정표가 되어 주는 쉼표
저의 <공공기관 취업 실패기> 에세이를 보시면 공공기관 취준을 하면서 마냥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은 걸 볼 수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중간에 쉴 때는 책도 읽으면서 하고 싶은 행위를 하고 푹 쉬었죠.
그 휴식이 있었기에, 내가 좋아하는 활동이 무엇이고 내 삶의 방향을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바삐 달리는 기차 속에서도 풍경을 살펴볼 수 있지만, 멈추어서 감상하는 만큼 그 풍경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는 없는 법입니다. 의미 없어 보이는 단순한 오락과 휴식에도, 분명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삶의 이정표를 찾곤 합니다.
작가님이 한 가지 멋진 시를 여기서 소개해주는데요.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귀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굵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다시 걷는다
- 반칠환,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멈추어야만, 삶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고 앞으로 다시 걸을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휴식을 취하고 계시다면 휴식이 분명 필요한 것이니 죄책감을 가지지 말고 마음껏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저만치 달려가고 있는 남들도, 언젠가는 분명 휴식을 취할 때가 올 테니까요.
때로는 밉고 때로는 보기 싫을지라도 돌아서면 보고 싶어지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게 얼마나 커다란 삶의 축복인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라고 하던가요?
아무리 미운 사람이라도,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지 모릅니다.
저는 군대를 갔다 오고 대학을 편입하면서 친구를 많이 사귀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진짜 친한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공공기관 계약직을 하면서 사귄 친구들이 전부입니다.
미운 짓도 하지 않아서, 더욱 보고 싶은 제 친구들.
분명 저에게 있어서는 축복 같은 친구들입니다.
제가 열심히 살게 하고,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게 만드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 삶을 살아가는 큰 원동력이 되더군요.
그 축복을 지키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나무를 아프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사람들의 '조급함'인 것 같다. 조급한 마음에 약도 치고 함부로 가지도 잘라낸다. 그리고 그냥 두어도 될 나무에 영양제를 놓고, 거름도 듬뿍 안겨 준다.
작가님은 말합니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적어도 10년, 20년을 앞서 생각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어쩌면 이 나무는 "꿈"으로 대입해서 생각해도 맞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분명, 자신의 꿈을 향해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지만 속도가 느려 조급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조금이라도 꿈을 앞당기기 위해서, 더 열심히 일도 해보고 공부도 해보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겠지만, 꿈이라는 것은 그렇게 금방 자라서 실현되지 않더군요.
그저 꾸준하게, 관심을 가지고 시간을 들이면 서서히 커가는 나무처럼 우리의 꿈도 그렇게 돌봐줘야 하나 봅니다.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꾸준히 키워가다 보면 어느 순간 열매를 맺어주는 게 우리의 꿈이니까요.
그래서 나무는 해거리를 통해 한 해 동안 열매 맺기를 과감히 포기한다. 그리고 해거리 동안 모든 에너지 활동의 속도를 늦추면서 오로지 재충전하는 데만 온 신경을 기울인다.
그 어떤 생산 활동도 하지 않고 전원 스위치를 내린 나무가 해거리에 하는 게 있다면 오직 하나 '휴식'이다. 옆 나무가 열매를 맺건 말건 개의치 않고 쉴 때는 정말 확실하게 쉬기만 한다. 그리고 1년간의 긴 휴식이 끝난 다음 해에 나무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실한 열매를 맺는다.
휴식을 취하고 싶은데 용기가 나지 않는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문장입니다.
해거리를 하는 나무는 열매를 맺지 않습니다. 이 부분을 우리 사람들에게 대입해 본다면, 어떤 경제적 활동도 하지 않고 쉬고 있는 듯한 모습과 비슷하겠네요.
일도 하지 않고 경력도 쌓지 않는 모습은 열매를 맺지 않는 모습처럼 보일 겁니다. 우리 인간에게 열매는 분명 돈이나 커리어와 같은 것일 테니까요. 하지만, 억지로 열매를 맺으면 그 열매는 정말 달콤할까요? 내가 억지로 맺은 그 열매는 쓴 맛이 나지 않을까요?
내가 하는 일이 의미가 없고 지쳤을 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거나 꿈을 찾고 싶다면 과감히 휴식을 취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정규직을 잘 다니고 있는데, 무작정 때려치우라는 말이 아닙니다.
정말로 힘들어서 회사 갈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들거나, 내 꿈이 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딱히 돈벌이도 안되고 의미 없는 경력을 쌓고 있는 거 같을 때 과감히 그만둬보라는 말입니다.
문장에도 쉼표가 있는데, 사람에게 쉼표가 없어서야 될까요?
내 꿈을 찾고,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서 한창 열심히 다닐 맛이 난다면 다녀야 합니다.
하지만 그 꿈을 아직 못 찾고 지금 하는 일에 아무런 의미도 못 찾겠고 방황하고 계신다면 과감히 쉼표를 찍어보라는 뜻입니다.
쉼표를 찍고 난 다음에, 아름다운 문장이 나타날지는 누가 알겠습니까?
그 문장이 나타나기 위해선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만 분명할 뿐입니다.
나는 뒤에서 날아오는 돌은 숙명이고, 앞에서 날아오는 돌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뒤에서 날아오는 돌은 우연이 아니고서는 피할 수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숙명은 타고난 본성과 관련된 것이기에 바꾸려야 바꿀 수가 없다. 개인의 의지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운명은 개인의 의지로 바꿀 수 있다. 앞에서 날아오는 돌을 피하듯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숙명은, 나의 의지를 벗어난 환경적 조건에서 일어난 우연을 말하는 거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사고 때문에 신체가 다치는 것은 나의 의지로 행한 일이 아니며, 숙명이죠.
하지만, 나의 게으름과 부주의함으로 스스로 건강을 해치는 것은 운명입니다. 내가 피할 수 있음에도 피하지 않은 것이니까요.
나무는 풍요로우면 풍요로운 대로, 척박하면 척박한 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굴하지 않고 삶을 개척해 나간다고 합니다. 온통 바위투성이인 황량한 산에 가 보면 그런 나무들이 참 많다고 합니다.
주어진 땅에서도 최선을 다해 자라나고, 끝까지 생명을 놓지 않으려 하는 나무의 모습은 운명에 맞서 싸우는 전사 같기도 합니다. 우리 인간은 모두 삶을 살아가야 하는 숙명을 타고나서 원하지 않는 불운을 겪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걸어 나가야 하죠. 하지만 분명, 그렇게 걸어가야 할 길인 운명은 본인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내 인생의 길은 내가 선택해서 걸어 나가는 거니까요.
읽으면서 나무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듬뿍 묻어 나와서 읽기 좋았던 에세이입니다.
진심으로 나무를 사랑하고, 그 나무를 지키기 위한 나무의사의 이야기와 자신의 삶의 이야기들.
작가님이 책 속에서 군데군데 말한 삶의 흔적들을 보면, 그렇게 순탄한 인생은 아니었던 듯합니다.
굽이 또 굽이 길을 돌아 걸으며 여러 풍파를 거친 듯 하지만, 지금은 굳건하게 뿌리를 내린 채 살아가고 계시는 듯합니다.
나무가 모이면 울창한 숲이 되고, 그 숲은 보는 것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줍니다.
작가님이 쓰신 이 책들도 어쩌면 글자 하나하나가 나무이며, 그 나무가 모여 숲이 된 듯합니다.
이 책을 보면서 마음이 참 따뜻했거든요.
산을 좋아하고, 나무를 좋아하시면서 에세이도 좋아하는 분이라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