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동아서점 주인의 책과 삶에 관한 이야기
오늘 소개해드릴 에세이는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입니다.
속초의 동아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건 작가님의 에세이인데, 그동안의 독서에서 좋았던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서점에서 있었던 일들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정말로, 책의 제목처럼 부드럽게 파도에 휩쓸려가는 느낌이 듭니다.
서점 주인의 일상 이야기와 책추천을 동시에 읽어볼 수 있는 힐링 에세이.
주말에 가볍게 읽을 에세이로 추천드립니다.
절제된 보컬리스트처럼 감정이 복받치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일상적 대화에서 벗어나지 않은 음역대를 유지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우리
작가님이 아내와 부부싸움을 할 때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문장입니다.
서점에서 주로 생활하시다 보니, 싸움의 장소도 집이 아니라 서점이라서 최대한 조용히 싸울 수밖에 없어서 조곤조곤 싸우시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집니다.
누군가와 말싸움을 할 때는, 말에 담긴 내용도 조심해야 하지만 목소리의 크기, 어조, 표정, 동작 등 비언어적인 표현을 더 조심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소리를 지르면서 말하면 좋은 말이 아니게 되니까요.
어떤 말은 그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 높은 수준의 지능이나 예리한 통찰력이 아니라, 단지 시간만이 필요할 때가 있다
옛날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을 때,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문장들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책을 읽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으실 테지요.
보통 이런 경우는, 내가 삶을 살면서 겪은 경험과 감정들이 쌓여서 이해시켜 준 경우가 많더군요.
학창 시절이 좋을 때다. 공부가 제일 쉬운 것이었다.
이 말은 아무리 똑똑한 학생이라고 해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등교와 공부, 시험으로 가득한 쳇바퀴 같은 일상이 좋다고? 공부가 쉽다고?"
저도 학생일 때, 어른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이제 제가 직장인이 되고 나니 저 말을 뼈저리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모든 사람들은 다 이해할 수 있는 말이죠.
이해되지 않는 말들과 문장이 있다면, 내가 아직 삶을 덜 살아서 그런 걸 지도 모릅니다.
나의 감정과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생기는 지혜가 아직 덜 무르익은 것이 원인일 겁니다.
내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말과 문장들이 이해를 넘어서 공감까지 되는 순간이 올 테니 조급한 마음을 잠깐 버릴 수 있어야겠습니다.
예술가가 자신의 창작 행위에 몰두하려면 욕심과 유혹 같은 세속적 가치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 그 독립을 ‘고독’이라고 일컫는다
꼭 글쓰기뿐만 아니라, 어떤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모두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
만화, 영화, 소설 등등 종류는 다르겠지만 모든 작품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많은 시간과 집중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유혹을 뿌리쳐야 합니다.
술을 좋아하는 예술가는 아예 끊을 수는 없더라도 그 빈도를 줄여야 할 것이며, 다른 사람들이 오락을 즐기는 동안 본인은 창작 행위에 몰두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대화 주제가 점점 협소해지고 같이 있어도 점점 소외되어 가는 그 느낌들이 찾아옵니다.
내가 창작행위에 몰두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한 고립.
즉 고독이 찾아오게 됩니다.
이 고독이 있어야만이,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얻게 됩니다.
그래서, 모든 작품들은 예술가의 외로움을 먹고 자라나 봅니다.
저는 아직 글쓰기에 모든 것을 다 바친 예술가는 아니지만, SNS와 유튜브를 안 하다 보니 직장동료들과 대화할 때 공감을 못하는 주제들이 좀 있습니다.
제 친구는 저보고 "밈 사망자"라고 하면서 재밌어하더군요.
제가 더 좋아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 일부러 선택한 고립이지만,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술도 꽤 좋아하는 저는 이런 고립이 외롭고 쓸쓸할 때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 고립을 자처할 만큼 매력적인 독서와 글쓰기는 제 삶과 영혼을 풍부하게 해 주니 묵묵하게 이 길을 걸어 나가야겠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제 삶과 영혼을 만족시켜 줄 작품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고독을 벗 삼을 준비를 지금부터 해나가야겠네요.
몰랐던 책들을 작가님의 추천으로 알게 되고, 서점의 일상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속초 동아서점을 한 번 방문해보고 싶어 지더군요.
딱히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갈 일이 없겠지만, 작가님의 책을 읽기만 해도 한 번쯤 방문해보고 싶어질 정도로 따스하고 부드러운 책이었습니다.
정말로 파도 위에서 가볍게 몸을 맡긴 채 '떠오름'을 즐기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작가님이 만들어낸 파도는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워서, 유유자적하게 잘 즐기다 온 기분이었습니다.
해일처럼 거대하고 가파른 일상 속에서, 잔잔한 파도처럼 휴식을 즐기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