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처 직원들의 전쟁 같은 일상을 다룬 소설
대학을 졸업하신 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입학처에 들렀던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처음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서류나 행정절차를 위해서 들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저 같은 경우는 휴학이나 복학을 하기 위해 행정부서에 갔을 때, 옆쪽에 위치해 있어서 봤던 경험이 있네요.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거의 들를 일이 없어서 대학생들은 이 부서가 어느 일을 하는지 잘 모를 겁니다.
대부분 과사무실에 많이 들르거나, 고학년이 되면 취업을 위해 채용센터 같은 곳이나 대학 행정부서에만 가게 되니까요.
입학처는 그냥 대학생을 입학시키는 일이 전부가 아니야?라고 생각을 했던 제가, 이 소설을 읽고 입학처 직원들의 고충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이 실제로 입학처에 근무했던 경력과 직원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소설을 썼기에, 생생한 현실이 담겨 있었거든요.
소설의 줄거리는 사실 너무나 간단합니다.
좋은 학생들을 입학시키기 위한, Q대학교 입학처 직원들의 고군분투 일상을 다룬 내용입니다.
특별한 줄거리는 없지만, 하루하루가 전쟁과 같은 직장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1. Q대학교의 열정 넘치는 신입 교직원인 최성관
신입 교직원인만큼, 열정도 넘치고 열심히 일하려는 신입 직원
많은 야근과 특근으로 인해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위태해진 불쌍한 막내.
2. 자신의 모든 에너지와 커리어를 입학처에 바친 한덕수 입학처장
키 190센티 미터가 넘는 거구이면서, 사무실에서 거의 먹고사는 일중독자.
입시는 전쟁이라는 생각으로, 전쟁을 준비하는 자세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꼰대.
3.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을 수행하는 오현종 입학팀장
자신의 의견보다는, 대학에서 시키는 대로 곧이곧대로 일을 수행하는 팀장.
무능력하지는 않지만, 딱히 능력있지도 않아서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치이는 팀장입니다.
다른 등장인물들도 많이 등장하지만, 주요 캐릭터는 위 3명입니다.
막내 직원부터, 최고 처장까지의 입장이 서술되면서, 각자의 이해관계를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1.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생한 입학처 이야기
이 소설이 다른 소설과 차별화되는 점은 정말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지는 소설이라는 점입니다.
소설 속 학부모들의 민원 내용도 정말 상세하고(이건 정말로 작가님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업무 관련 인물들의 대화도 굉장히 내용이 깊습니다.
소설 속 배경이지만 정말 대한민국의 입학처를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요.
거의 르포르타주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2. 현실에서 볼 법한 인간적인 캐릭터들.
현실에서 정말 순수하게 악인인 사람이 있을까요?
직장에선 악마 같은 상사라 하더라도, 집에서는 굉장히 다정하고 따뜻한 부모일 수도 있고 좋은 친구지만 연인한텐 나쁜 연인일 수도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모두 입체적인 존재들이며, 함부로 선악을 판단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만나는 사회에서 100% 악인도 없고, 100% 선인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상황과 이해관계에 따라 고통스럽게 악인을 선택하거나, 선하게 행동할 수도 있다고 느끼거든요.
이처럼, 소설에서도 차가운 캐릭터들도 결국 그들의 실적이나 무언의 압박 때문이었음을, 따뜻한 캐릭터들도 어쩔 수 없이 차가운 선택을 해야 하는 이러한 입체적인 면들이 소설을 좀 더 풍부하고 재밌게 해 줍니다.
대학 캠퍼스 냄새나는 소설인 줄 알았다가, 입학처 직원들의 전쟁 같은 일상이 담겨 있어서 놀랐던 소설입니다.
그런데, 그 전쟁이 생각보다 재밌었습니다.
대학생 때 이 소설을 읽었으면 오히려 재미없었을 거 같았는데, 저도 전쟁 같은 일상을 치러내고 있는 직장인이다 보니 분야는 달라도 공감되는 내용도 많았고 재밌었네요.
대한민국 직장인들이라면 대학 캠퍼스의 추억을 살짝 느끼면서도 직장인의 애환을 다루는 듯한 내용이 재밌지 않을까 싶습니다.
벌써부터 출근하기 싫어지는 일요일 오후에 가볍게 읽으면 좋을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