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나 그렇듯 어둡고 두꺼운 먹색 구름들과 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11월, 12월을 보내면서, 어느 순간 햇빛이 낯설게 되었고, 조금이라도 먹색이 회색으로 잠시 바뀌는 날이면, 그것이 밝다고 느껴지는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제는 20년이 지났기에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좀처럼 이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러다가 2024년 크리스마스에는 해가 떴고, 그 해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너무도 신기하다 ^^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독일 남부는 눈이 많이 와서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한국의 겨울이 생각나서 그리워지는 겨울이다.
안개가 자욱하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 12월 31일 밤, 우리는 불꽃놀이를 위해 교회 앞 공터로 갔다. 모두들 2024년을 잘 보내주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각자의 폭죽을 갖고 모여들었다. 2025년 1월 1일 0시를 알리는 교회의 종소리가 나의 마음을 울렸다. 2024년을 조금은 특별하게 보냈던 나는, 빨리 연말이 되길 기다렸고, 그 순간이 오자 평소와 같은 교회 종소리가 그리 크게 들렸던 것이다.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을 순간 받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드디어 지나서 후련해서일까, 그래도 잘 보냈음에 안도의 눈물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복잡 미묘한 감정임에 틀림없다.
20번째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며 많은 생각이 든다. 언제나 바랬던 소망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시련에 부딪히고, 뜻하지 않는 것들에 놀라고, 또 이겨내고 견뎌내 가면서 단단해졌음에 감사하지만, 어떤 때에는 상대 없는 무언가에 대한 원망과 서러움과, 온갖 나쁜 감정들이 왜 없었을까. 뒤돌아보면 몇 줄에 적어 내려 가는 추억과 에피소드에 불과하지만, 그때의 경험들과 그로 인한 감정들은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기에, 결코 그냥 벌어지고 겪어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이만큼 자라줌에 감사하고, 남편이 매일 독일 사람들과 잘 버텨냄에 감사하고, 나의 직장도 적어도 아침에 발걸음이 그리 무겁지 않음에 감사하다. 20년 동안 살다 보니 이제는 낯선 삶이 아닌, 익숙해진 삶이 된 것에 감사하다. 생각해 보면 감사할게 너무도 많을 터인데, 현실에 살아가다 보면 그러지 못할 때가 많았다.
2025년에는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하루 최소 5분만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 이 작지만 큰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