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회사는 약간 외곽이라,
지역 기차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독일의 열차는 시간을 지키지 않고, 믿기지 않는 서비스로 아주 유명하다. 이것 또한 일상이지만, 진정 남편은 이번 주에 기차를 타러 중앙역까지 갔다가 못 타고 집에 와서 차를 갖고 출근한 게 5일이다. 즉 일주일 내내 그러했다.
진작에 차를 갖고 나갈 생각은 잘하지 않는다. 너무 밀려서 2,3시간은 서있어야 하기에...
매일 아침 기차 앞에 가면서까지 업데이트를 누르며 계속 앱을 통해 확인하고, 역에 가서 확인을 수없이 해도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기에, 갑자기 기차가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아침 7시 반, 아니 이미 그전부터 엄청난 싸움판이 벌어진다. 매일매일...
기차에 탑승하여 50분~1시간 반 동안, 곧 출발한다고 하고, 결국 다 내리라고 하기 때문이다.
다 내리라고 할 때는 3가지의 레퍼토리가 있다.
1. 시스템 문제
2. 기관사 없음
3. 이유 모름
너무도 당당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누군가 마이크로 이야기하고, 싸움은 탑승객과 보조요원의 몫이다.
이제 그렇게 진을 다 빼기에는 나이가 더 이상 적지 않기 때문에, 진정 지쳐있고, 여전히 언제나 심지어 더욱 악화되어 가는 모든 시스템에, 참다 참다가 말없는 남편은 한 마디 한다.
"지금 몇 년도지? 이건 진짜 아니지 않냐, 언제까지 내가 이 꼴을 이해하고 그런가 보다 해야 하냐."
내 기준으로는, 남편이 참기 힘들 정도면, 할 말 다 한 거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는 남편보다 인내심이 더 많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남편처럼 큰소리 안 내고, 화 내기 싫어하고, 긍정적인 사람도 본 적이 없다. 그런 그가 점점 분통이 터진다.
겨우 겨우 하루씩 감사함을 애써 찾아가며 어떤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살아가는데 힘을 내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가볍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바뀌지 않는 불편함에 익숙해지기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게 금요일을 퇴근까지 어렵게 마무리하였고,
작은 아들의 반장 소식과, 큰 아들을 만나는 기쁜 마음으로 주말을 시작하게 되었다.
역시나, 큰 아들도 버스의 차막힘과 이어서 총 3대의 기차들의 믿기 어려운 엄청난 연착과 갑자기 사라진 기차 등등으로 고생하고, 결국 중앙역에 저녁 9시 넘어 도착했고, 집에 오니 거의 10시였다. 결국 대중교통을 14시간 타고 있던 거다.
모두가 좀 피곤한 금요일 밤이지만, 그래도 작은 축하 및 환영 파티를 하였다 ^^
큰 아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 엄마, 이탈리아 학교 담임 선생님이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어. 나에게서 끓는 열정이 느껴진대. 아무리 똑똑하고 돈 많은 사람도, 이유가 확실하여 타오르는 끓는 열정이 있는 사람은 이길 수 없대. 그래서 나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한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더 구체적으로 계획이 세워지게 되었어. 이탈리아에서 나 너무 행복했어."
그 순간 우리의 마음은 감사함으로 가득찼다.
남편이 미소 지으며 나에게 이야기했다.
"그동안 저런 말도 안 되는 수만 가지의 상황을 분노가 끓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조차 안 나오는데도, 당장 오늘까지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이곳에서 이 사람들 틈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보이진 않는 우리 안의 단단한 힘 때문 아니었을까."
그렇게 감사함으로 주말을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