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잊자!

by Traum

둘째가 14개월 때,

7년 만에 한국에 가는 우리 셋.

5살 큰아들과 아기와 나.


비행기 자체가 너무 오랜만인데 짐도 많고 애기는 자고, 그야말로 정신 혼미...


손이 없어서 그때 마침 지나가는 독일 직원에게 요청했다.

"여기 애기 침대 좀 빼줄 수 있나요? 내가 손이 부족해서요. 고마워요"


그랬더니 그 독일인 승무원이 반말로 말한다.

"잠깐만, 내가 왜 도와줘야 하지? 난 지금 지나가는 중인데?"

라며 너무 당당하게 간다.

뒤따라오던 한국인 승무원..

"아 너무 죄송해요. 독일분들이 좀 차갑죠..? 제가 해드릴게요. 죄송합니다 , 저희들도 이 분들 때문에 일이 배로 생기네요. 대신 사과드립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나는 일단 자는 아기를 눕혀야 큰 아이를 챙기고 짐을 올리고 밑에 놓고 정리를 해야겠기에, 일단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계속 생각했다.

"하.... 내가 차라리 저 말을 이해를 못 했다면....."


저녁을 먹고 난 몇 시간 후, 자다 깬 큰아이와 나는 목이 말랐다. 애기 침대 때문에 잘 일어날 수 없고, 너무 곤히 자는지라 들 수도 없어서, 지나가는 다른 독일 승무원에게 말했다.

"미안한데, 물 좀 줄 수 있나요?"


그랬더니 그 승무원 이렇게 말을 한다.

"나는 아직 목이 안 마르는 시간이거든?

내가 목이 마를 때, 물을 꺼낼 때 너 것도 갖다 줄게. 지금은 나는 목 안 말라."


내가 잘못 알아들은 줄 알았다.

그래서 뒤에 한국분에게 물었다.

"지금 저 말이 제가 들은 게 맞는 건가요?"


그분이 말씀하셨다


"네........ 저도 같은 말을 듣고 기다리는 중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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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남편이 필요하다고 시킨 책이 배송되었다.

나는 외출해서 오자마자 막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 건물 입구 현관문을 눌러서 열어주며,

"내가 빨리 곧 내려갈게 기다려"라고 했다. 2초 만에 옷을 입고 내려가는데, 문 밖으로 나가는 집배원의 뒷모습이 보인다.

우리 집은 4층, 후다닥 1층까지 내려갔다. 복도에도 책이 없다. 바로 우체통을 열어보았다. 책은커녕, 우체국에 와서 찾아가라는 엽서 한 장이 놓여있었다.

일단 나는 화가 났다. 최대한 누르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뛰었다. 차 앞에 섰다. 그 사람은 화물칸 안에, 나는 비 다 맞으며 밖에.


내가 먼저 말 걸었다.

"Hallo!? 뭐 하는 거야?"

그랬더니 나에게 소리를 지른다.

" 내가 널 왜 기다려?"

어이가 없었지만, 나는 차분히 화냈다.

"내가 내려간다 그랬잖아. 내가 귀신이야?

4층에서 1초 만에 뛰어내려오게?"

그가 빤히 째려보며 말한다.

"나는 소포만 복도에 둘 수 없어, 너' 당케.'하고 끝이잖아"

내가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ㅡ

"뭐!????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내가 집에 있을 때 소포가 오면 안 내려간 적이 없어. 네가 안 올라오잖아. 어디서 누구한테 당하고 나한테 화풀이야???"

이 사람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고는 다급히 묻는다.

"이름이 뭐야?"

나는 째려보다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더니 그는 나를 몇 초를 보더니, 소포를 바닥으로 던진다. 그러면서 나를 본다.


나는 진정 이 순간 싸우고 싶었다.

그러나 결론이 뻔하기 때문에,

아무 의미가 없음을 알기에,

진짜 참고 또 참고, 또 한 번 참고 빨리 집어 들고 집으로 향했다.


올해 정말 많은 일을 했으니, 그리고 남편에게 좋은 일이 있고, 우리가 모두 고생한 결실을 보고, 특히나 남편이 계약서 사인을 하러 간 이 날.

나는 또 누르며 참을 일이 생긴 것이다.


집에 들어와서 분통이 터져서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흐르지 않는 눈물이 눈에 가득했다.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분노가 끓는 순간은 숱하게 많기에, 빨리 보내버리는 방법도 터득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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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 캔을 마시며...

그동안의 세월이 필름같이 넘겨진다.


빨리 잊어! 잘 참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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