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나에게 독일이란.

제발 좋은 사람 만날 수 있길 바랄게.

by Traum

타지키스탄에서 온 마디나,

너무 이쁘고 착한 24살 마디나와 친구 사이 이상으로 내가 아끼는 동생이 되었다. 마디나와의 인연은 참 소중하기에 나는 마디나가 정말 행복해지길 간절히 바란다....


지금으로부터 1년 반 전, 마디나는 타지키스탄에서 독일의 가정부 프로그램으로 독일 뮌헨으로 오게 되었다. 고향에서 대학 공부도 다 마친 마디나는 가정에 도움이 되고자 여러 가지를 알아보던 중, 가정부 프로그램을 찾게 되었다.

마디나는 마낭, 유럽의 독일은 선진국으로 일단 어떤 경로가 됐든 가기만 하면 모든 것이 풀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 누구도 그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지 않았겠지...

그 누구도 어떤 일이 벌 어질 것이란 걸 이야기해 주지 않은 거지..


계약서에는 분명, 한 달에 한화 35만 원 정도 해당하는 월급을 받고, 그 집에 들어가 가정부 일을 하며, 그 집에서는 마디나에게 독일어 학원을 등록해 주는 조건이었고, 식사 시간에 식사는 꼭 하며, 하루 10시간 이상은 일하지 않는 조건이었다. 그것으로 마디나에게 비자를 받게 해 준 거다. 물론 그 비자는 이 집에 일할 때에만 해당하는 비자이다.


역시나... 모든 것은 빗나갔다. 24시간 대기하며 잠도 못 자게 하며 일을 시켰고, 모든 슈퍼를 다니며 각 슈퍼에서 싸게 파는 것을 사 와야 했고, 그 집 3살짜리 애기 유치원을 하루 4시간 왕복 걸어서 등하원을 시켰고, 방은 지하실에 세탁건조실 옆에 쪽방으로, 창문도 없이 곰팡이 가득한 방에, 식사시간도 주지 않아서 먹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는 유일하게 밤 12시 넘어 자기 전에 방에서 몰래 빵 한 조각씩 먹었다고 했다. 그 집에서 월급도 첫 번째 달 이후로 주지 않아서 몇 번이고 얘기를 했지만, "너 같은 느리고 게으르고 맘에 안 드는 가정부한테는 돈을 줄 수 없다"라며, 돈을 주지 않아서 일주일에 한 번씩 1유로도 안 하는 빵을 사서 나눠 먹었다고 한다. 여자 집주인은 매일 나이트를 다니고, 나이트에서 입는 옷을 매일 세탁소에 맡겨야 했고, 본인의 계획이 틀어지는 날이면 마디나가 준비한 저녁을 다 엎어버리기도 했다. 매주 일요일마다 손님을 초대해서, 마디나를 앞에 두고 인종차별, 무시는 당연하고, 해놓은 음식에, 맛없다고 버리기도 하였으며, 그 집 애가 아프면 마디나 혼자 돌봤다고 한다. 독일어 학원에 대해서 조심히 묻자, 너에게 들어가는 돈은 1유로도 아깝다며, 꿈도 꾸지 말라고 했다. 너무 걸어 다녀서 다리가 아파지고, 너무 일을 많이 해서 골반이 틀어져서 더 못 걷게 되자, 일하는 속도가 떨어진 마디나를 보고, 고장 난 자전거를 줬다. 그거라도 어디냐며 타고 다니나 가 더 심하게 몸이 아파졌다.


그렇게 버틴 지 5개 월반째, 도저히 아파서 못 버티겠어서 나간다고 하자, 흔쾌히 내보내주었으며, 마디나는 심지어 캐리어 둘 중 하나만 갖고 나올 수 있었다. 마지막 날까지 마디나에게 고함을 지르자 마디나가 놀래서 하나만 갖고 나왔고.. 나중에 찾으러 갔을 때. 그 집주인은 "너 같은 건 너의 짐도 찾을 자격이 없어"라며 마디나 몸을 밀쳐냈다고 한다...

그 후 여러 차례의 시도로 결국 받아냈다.


나는 마디나의 이야기를 듣고, 모든 것이 상상이 돼서 그런지, 정말 펑펑 울었다.
20대의 나도.. 독일 사람들 때문에 매일을 울고 살았으니까.. 30대에도.. 지금도..
어떤 말투인지, 어떤 모습인지, 보지도 않은 사람과 집, 모든 것이 상상이 되면서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매순간 반복되는 인종차별을 겪어내야 한다는 것...언제쯤이면 끝이 있을까...지친다.


마디나는 이렇게 독일의 삶을 시작해서, 이제는 어지간하면 이들의 상식 밖의 어떤 언행에도 놀라지 않는다. 이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구분도 안된다. 우리는 얘기한다..
"굳이 일부러 경험할 필요까진 없는걸 우리는 안타깝게도 다 알 뿐이야"라고...


세상 모든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느끼는 것 또한 다르다. 마디나는 오자마자 혹독한 경험을 했고, 나는 마디나보다는 덜했지만, 결론적으로는 비슷한 경험으로 인해 느끼는 것이 일치한다. 나는 20년, 남편은 21년째 살아가면서... 딱 두 분 좋은 독일인을 만나보았다.

마디나와 나, 나의 남편, 그리고 우리 아이들, 그리고 수많은 우리의 외국 친구들.

모두 그 누구도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 한 명 없이,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마디나는 내가 사는 곳에서 자발적 사회봉사의 비자로 1년 반을 머물렀고, 지난 12월 한 달간, 치과위생사로서 일하면서 배울 수 있는 치과에 합격했고, 오늘 그 치과가 있는 뮌헨으로 가게 되었다. 가는 날 오늘 아침까지도, 언제나 그렇듯, 우리도 그랬듯, 외국인청에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

쓰고 보니 너무 짧게 설명이 되지만, 마디나와 나는 약 1달간, 너무도 마음 조리고 인종차별에 소름이 돋는 2024년 마지막 달을 함께 이겨내며 보냈다.

어제저녁 마디나가 갑자기 집 앞으로 왔다.
나에게 꽃과 편지를 건네고 나를 꼭 껴안고 이렇게 말했다.
"너를 만난 게 최고의 행운이었어" 하며 눈물을 흘렸다.

너무도 이쁜 마디나,
정말 착한 마디나,
나중에 종착역이 한국이길 간절히 바란다는 마디나.
우리 이렇게 조금만 더 버텨보다가,
몇 년 후에는 한국에서 만나길...
간절히 바란다며 웃으며...
집에 와서 편지를 꺼내보니, 한국말로 이렇게 적어놓은 편지였다. 얼마나 정성을 들였겠으며,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
마음이 너무 이뻐서 눈물이 자꾸 난다..
나는 그렇게...
마디나를 뮌헨으로 보냈다.

방금 마디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Madina, 넌 행복해야 해! 넌 너무 소중한 사람이야! 오늘부터는 정말 좋은 사람 많이 만나고, 많이 웃고, 덜 울고, 덜 상처받길 바랄게!
밥 꼭 먹고, 힘들 땐 쉬어야 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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