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할 거야!
몇 시간 후면 출근인데,
월요일이 시작인데,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문뜩 한 방향으로의 생각이 깊어지면서,
과연... 그날은 올까. 궁금하다.
스마트폰이 없었을 그때의 그 당시, 인터넷도 나가서 학교 컴퓨터실에서 줄 서서 10분씩 사용하고, 한국에 전화를 해야 할 때면, 전화카드를 사서 공중전화에 긴 줄을 기다리며 해외 전화 연결 번호를 통해야만 전화가 가능했던 그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지금까지 독일이 바뀐 거라고는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이용하는 스마트폰 세계로 들어간 것 하나다.
수없이 많은 인종차별, 지하철 안에서 머리카락도 잘려보고, 얼굴 앞에 대고 욕도 들어보고, 때때마다 비자 때문에 만나야만 했던 외국인청의 무식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직원들과, 말도 안 되게 본인들이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고, 사과를 하면 인생이 끝이 나는 줄 알게 자라서 절대로 사과를 모르는 이들을 상대하고, 무차별적 소리 없는 언어폭력 이상을 겪어냈고, 겪어내야만 했던 수많은 날들에게, 그 누구는 "이젠 지났으니 다행이야"라고 한마디로 클리어해 버리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그 수많은 순간들이, 우리를 너무 아프게 했고, 나도 아직 감 안 잡히는 이들의 세상에 내 자식들을 밖에 보내야 한다는 것이 불안했고, 모국어가 아니기에 절대로 이길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것이 그저 억울했다.
지나가지 않았다,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경험들로 인해, 살아온 날들이 쌓여, 대처 방법이 늘어갈 뿐이다. 지금은 하루가 너무 짧고, 체력이 바닥이 되어, 마음속에 매일같이 억울함을 느끼다가도 분노가 어쩔 수 없이 사그라들어야만 하기에 참아내는 일상이지만, 갑자기 너무 벅차올라서 억울해서 미칠 것만 같은 날이 있다.
남편과 둘이 이야기해 봤자 답도 안 나오는 이야기이고, 각자의 선택에 의해 독일로 나와서, 우리가 서로 만나, 그 후에 선택한 것이라고 하지만, 특히 나는 온전한 나만의 선택이 아니었기에, 가끔은 더 분통하다.
현재 적어도 우리 주변의 모든 외국인들은, 독일을 떠나고 싶어 한다. 실제로 아이가 아직 없는 젊은 사람들이나, 아이를 다 키운 사람들은, 얽매여야 하는 조건이 하나라도 줄었기 때문에 각자의 고향으로, 그 고향이 어디가 되었든, 독일이 유럽 선진국이라고 믿고 왔던 본인들을 자책하며 최대한 빨리 떠나려고 준비 중이고 가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직 그럴 수 없다. 큰 아이가 몇 년 후 수능을 보고 대학을 선택해야 하는 큰 결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아이들이 학교를 들어간 후로는, 도시를 바꾸는 전학이 아닌, 나라를 바꾸는 전학인 동시에, 아이들에게는 한국이 외국이 되기에, 선택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외국인이 그랬듯, "그래도 설마 내년엔, 후년엔, 좀 나아지겠지. 세대교체도 점점 되고 있는데 설마 나아지겠지"라는 말도 안 되는 희망으로 울며 버텼다.
한국의 지인들은 "그래도 한국이 아니니 얼마나 좋아, 스트레스 없지 않아?"라는, 아무 기준도 없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말로 우리를 더 힘들게 하곤 했다. 다른 거 다 떠나서, 외국인으로써, 모국어를 쓰지 못한 채, 독일어로 독일사람하고 살아가야하는데, 어떻게 그게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어떻게 스트레스가 없을 수가 있지?말문이 막혔던 날들이 수두룩하다.
완벽한 나라는 없다, 완벽한 사람도, 조건도 없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갈 때 적어도 최소한의 선과 일반적인 상식은 지켜지는 나라에서 살아야 숨을 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택엔 책임이 따른다.
무거운 짐을 어깨와 등에 걸치고, 양손 가득 들고, 발 위에 돌을 얹은 채, 내려놓을 수 없기에 앞으로 가야 하는 느낌이다.
독일이라는 나라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제는 머릿속에서 한 번 더 생각하지 않아도 독일어가 나오고, 어떤 상황이든 말싸움을 할 수 있고, 어떤 뉘앙스도 웬만하면 다 알아차린다. 그 사람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으로 사람을 대하고 마주하는지 뻔히 다 보인다. 그리고 하루종일 독일어를 해도, 예전만큼 힘들어지진 않는다.
"그럼 예전보다 나아진 거 아냐?"
라는 질문에, 정확히 이렇게 말한다
"절대! 차라리 아예 못 듣고 살았던 때가 나았어"라고..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떤 순간에는, 아예 모를 때가 오히려 나을 때가 있다.
다 듣고 나니 더 큰 문제가 보이고,
다 익숙해지고 나니, 이미 늦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다시 선택해서 다시 살아볼래?라고 묻는다면,
" 정말로... 더는 안 하고 싶어.."라고 간절히 말할 것 같다.
과연... 그날이 올까?
독일아, 이제 우리 그만 보자! 하는 그날...
작년 여름 방학, 한국 방문했을 때 태어나 처음으로 부산에 갔었다. 부산 어느 카페에, 이 문구가, 나를 위로해 주었다.
잠이 오지 않는 지금...
이 사진을 바라본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