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떤 전원 콘센트를 좋아해?
키는 나랑 비슷하고, 참 피부가 뽀얀 13살짜리 크리스티나가 있다.
크리스티나는 자폐 아이로, 가르쳐주는 것을 그대로 다 습득하는 아주 똑똑한 아이지만, 유감스럽게도 학교에서 그리 많은 수업을 하지 않기에, 참 안타까운 아이이다.
크리스티나는 소리에 아주 예민하다. 그래서 항상 헤드폰을 쓰고 다닌다. 그렇다고 귀에 딱 맞게 쓰는 것이 아니다, 그냥 헤드폰을 끼고 있으면 소리가 덜 들린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특징, 크리스티나는 한쪽 눈을 손으로 가리고, 다른 한쪽 눈으로 상대방의 콧구멍을 살핀다. 그 모습을 너무도 싫어하는 이 아이의 29살짜리 여담임은, 그러한 상황을 매일 수없이 보는데도, 그 순간순간마다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내고, 아이의 팔이나 어깨를 밀친다. 일상이 되어서, 이젠 나도 놀랍지도 않다...
크리스티나는 출근하는 나의 첫날부터 나의 이름을 외웠다. 독일인에게는 아주 어려운, 독일어는 's'에 가깝게 해당하는 'ㅈ' 발음을, 크리스티나는 첫날부터 완벽하게 해 주었다.
그 후로 매일 아침 나에게 아주 반갑게 인사한다. 크리스티나는 학교의 어떤 어른에게도 이름을 부르지 않기에, 나의 이름을 불러주어 정말 고맙다.
크리스티나는 하루에도 정말 여러 번, 그 아이의 담임에게 꾸중을 듣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교실에서 쫓겨날 상황은 바로, 혼자 얘기해서이다.
크리스티나는 혼자 이야기를 하면, 그 순간 누구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아이는 그것을 통해서 외롭지 않음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교사들은 절대 이해해주지 않는다. 사실 그들은 반 아이들의 병명조차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정말 관심이 없다.
그저 매일 들리는 말,
"크리스티나!!!! 계속 말할 거면 나가서 혼자 말해! 시끄러워!!!"
그렇게 되면 크리스티나는 교실에서 쫓겨나고, 복도에서 벽을 보며 말을 한다. 어쩔 땐 바닥에 엎드려서 바닥하고 이야기한다. 또 어쩔 때는 의자나 전원 콘센트를 보고 말한다.
늘 그런 일상...
어느 날부터인가 크리스티나가 복도에서 혼자 이야기하고 있을 때 내가 지나가면... 주위를 살핀 후 아무도 없을 경우, 아주 밝은 미소로 나에게 달려온다.
(키가 나와 똑같은 170cm의 아이가 달려와 안기는데,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
어느 날 크리스티나는 나에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원 콘센트를 보여줄게."라고 했다.
나는 처음에 당황했으나, 즉시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게 왜 좋아? "
크리스티나는 이렇게 말한다.
"이 콘센트를 보고 뚜껑을 보고 있으면, 담임선생님이 고함지르는 소리가 덮어지는 거 같아. 너도 한 번 봐볼래?"
크리스티나는 전기 콘센트이기 때문에 만지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에, 만지지는 않고 보기만 하는데, 보기만 하는 것만으로도 좋은가보다.
나는 크리스티나에게,
"나도 콘센트를 좋아해, 여기에 코드를 꼽으면 불빛도 생기고, 충전도 되고, 기계도 돌아가고, 되는 게 정말 많잖아. 그래서 아주 중요한 거라 생각해." 라며, 반대편의 콘센트를 가리키며, "그래서 나는 이 콘센트를 좋아해. 크리스티나 콘센트 반대편에 있네!?"라고 했다.
그 순간 크리스티나는 얼굴이 너무도 환해지면서, 나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도 이걸 좋아하는구나. 나랑 같네. 너도 좋아하는지 몰랐어. 너의 콘센트는 너만 좋아할 수 있게 내가 지켜줄게"
그때 그 순간 크리스티나의 눈빛은... 누구보다도 환했으며, 자기의 마음을 알아줬기 때문인지, 밝은 웃음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나는 크리스티나와 소통한다.
어느 날은 벽을 고르고, 어느 날은 손잡이를 고르러 다닌다. 어느 날은 나의 손톱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손톱을 찾아낸다.
그것이 크리스티나의 표현 방법이다. 그렇게 해서 크리스티나는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것이다.
나는 그런 크리스티나와 소통할 수 있어서, 참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음이 참 여린 이쁜 크리스티나가... 상처를 덜 받고, 덜 울고, 행복한 웃음으로 기뻐하는 날들이 쌓이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