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나눔-우리 하나부터 열까지 천천히 세어보자!
한 아이가 있다.
계속해서 웃는다. 그리고 꾸중을 듣는다.
아이는 알아채지 못하고, 누군가가 화가 난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보게 되면 귀를 막고 겁에 질린다.
하지만 다시 웃는다.
나는 담임에게 물었다. "이비는 엔젤만 증후군이지?"
그는 3년째 이비의 담임을 맡고 있다면서, 내게 이렇게 말한다.
"몰라, 그게 뭐야? 다시 노트를 꺼내봐야 하지만, 하루종일 웃는 저 웃음소리가 날 너무 괴롭혀. 무슨 문제가 있는 건 맞을 거야"
엔젤만 증후군(Angelman Syndrom)은 희귀 유전 질환으로 심각한 신경계 이상과 발달 지연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이 증후군은 주로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15번 염색체의 특정 유전자가 결손 되거나 비활성화되어 발생한다.
이비를 보면 걷는 것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고, 반향어를 갖고 있으며, 언어능력이 제한적이다. 학습 능력이 많이 떨어지며, 일상생활의 자립이 어렵다.
하루는 아이가 유난히 다른 날보다 더 많이 웃고,
반 아이들의 모든 말을 따라 하는데, 유난히 더 많이 따라한 날이 있었다. 담임은 한참을 참는 것처럼 보이더니, 결국 터뜨렸다.
이비는 겁에 잔뜩 질린 채로 웃고 있었다.
'이 아이인들 그러고 싶겠나...'
나는 조용히 이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이비의 양손을 꼭 잡았다.
"웃는 모습이 너무 이쁜 이비, 날 봐. 내 눈을 봐봐. 오늘 아침부터 어제보다 더 기분이 좋구나! 기분 좋은 일은 이따가 쉬는 시간에 나한테 말해줄래? 지금은 모두 다 같이 앉아있지? 그래! 수업을 시작해야 하는 거야! 그러니 다 같이 조용해야 해~~ 나에게 아주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 잘 봐봐~ 나랑 같이 우리 아주아주 조용하게 천천히 1부터 10까지 세어보자, 어때?"
라고 아주 조용히 속삭였다.
이비는 "Ja" 라며 내 눈과 마주하며 흔쾌히 수락하였다.
"Eins, zwei, drei, vier.............. zehn"
갑자기 이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이비는 스스로도 놀란 듯 눈물을 닦으며 나에게 말한다
"Dan.... dan... dank... danke"
우리는 모두 놀랐다.
특히 담임이 가장 놀랐다.
이비가 나의 눈을 바라보며 숫자를 세기 시작하고 중간 즈음, 이미 웃음을 멈췄고, 아주 차분해지기 시작하다가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나도 순간 눈물이 흘렀다.
이비는 말할 수 없었지만, 나는 이비의 눈물의 의미를 짐작해 본다. 아마도... 이비의 마음을 읽어줘서이지 않을까... 이비도 그렇게 웃고 싶지 않은데... 그게 잘 안되는데... 누군가의 고함을 듣고 싶지 않았는데... 말을 못 하고 있던 건데, 그 마음을 알아줘서이지 않을까...
100까지의 숫자판
그 후로 30분 동안 이비는 엄청난 집중력으로 숫자 맞추기를 해냈다. 물론 그 후로도 웃음을 반복하였고, 또다시 나와 숫자를 세기를 반복했다. 이비가 나의 손을 잡고 눈을 마주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면, 얼마든지 기꺼이 이비와
계속할 수 있다.
그런지 벌써 3개월째,
이비는 이제 스스로 통제가 가능하지 않을 큰 웃음이 날 때쯤이면, 나에게 온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Hilfe" 도와달라고 손을 내민다.
눈을 마주하고 마음을 읽는다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어떤 순간들이, 결코 영원히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과 성장해 나가는 모든 순간들에 감사하며, 그렇게 새로운 일주일을 위해 에너지를 충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