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면서,
너무 기가 막히고 화가 한계 이상으로 나면
계속 웃음이 나오는 것도 경험하였고,
사람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충격을 받으면
어떻게 되는지도 다 경험하였다.
그동안 이곳에 살면서 답이 나오지 않고,
이들에게 너무 큰 충격과 상처로 인해
세상과 이별을 해야만 했던 많은 한국 사람들을 만났었다.
결국, 그냥 말없는 자만이 억울하게 되는 곳임을
이곳 생활 5년 차에야 알게 되었었다.
그때 나는 너무 어렸다.
나아질 거라 믿었고,
또 큰 모험을 하기가 너무 두려웠고,
참으면 다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참고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첫번째 큰 실수였다.
몸이 멈추니, 세상이 차갑게 느껴진다.
사람들의 말 끝에는 온기가 없었고,
그 말들이 내 안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사라졌다.
그동안 나는 “진심”이라는 걸 믿었다.
좋은 마음으로 대하면,
그 마음이 언젠가는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몸이 아프고 나서야 알았다.
돌아오는 건 마음이 아니라,
그들이 편할 때의 관심이었다는 걸.
누군가의 필요로 살아온 듯하다.
필요할 때 불리고, 필요 없을 땐 조용히 잊히는.
그게 일의 세계이자, 관계의 현실이었다.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차갑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나는 자의에 의해서가 아닌,
한국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되었으며,
독일에 너무 오래 살고 있다는
변하지 않는 사실로 인해, 가족뿐 아니라 모든 지인에게,
“넌 한국 잘 몰라.”라고 취급받고,
"네가 뭔 스트레스가 있겠니, 한국에서 안 사는데"
“독일에 사니, 넌 한국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지.”
라는 말도 안 되는 편견에,
독일에서는 영원한 아시아 외국인으로,
“독일에서 태어나지 않아서 몰라.”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이 가장 불쌍해"
"너네 나라가 살기 힘들어서 우리나라에서 사니?"
라는 더 이상은 참기 힘든, 수준 이하의 말들을 아직도 들으며 또 다른 취급을 당한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던져버리는 탁구공 같은 신세로.
한국의 모든 사람들은 뭘 원하는 걸까?
독일의 사람들은 뭘 말하고자 하는 걸까?
답은 명확하다.
필요할 때 부르고,
이용가치 없거나 불필요하면 버려버리고.
한국에선 각자 본인들이 가장 힘든 사람들이어야만 하며,
독일에서는 인종차별을 할 타이밍만 보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니까.
그래서 누구의 기쁨과 슬픔을 공감해주는 것은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 쓸 데 없는 감정소모인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가치 없는 한 물건 대하듯 하는
양쪽 나라에서의 취급 덕분에,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 얼마나 더 해야 할지 모르는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터 한가운데에 놓인,
방패 하나 없는,
무방비 상태의 공공의 적이 된 듯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