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인 상황에 놓이면 병사들은 어떻게든 살기 위해 결사적으로 전투에 임한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헝그리 정신을 이용한 낭떠러지 전략이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상황에 내몰리면 무엇이든 열심히 해내게 되는 것이다 "
— 이삼수, 『마흔, 사람을 공부할 시간』
이 문장을 읽고 한참을 멈춰 있었다.
낭떠러지 전략.
인생의 반 동안의 나의 타국의 삶이 떠올랐다.
정말, 나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살기 위해, 버티기 위해, 어떻게든 해야만 했다.
언어도, 문화도, 사람도 총체적 난국이었다. 지금도 그러하다. 그 낯섦은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안된다.
두려움은 없었다. 지금도 두려움은 전혀 없다.
물러날 곳이 없는 사람은 두려움이 없다.
전진만 가능함을,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아니까.
나에게 또 다른 선택지는 없으니까.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다.
하지만 그 끝자락에서, 나는 조금씩 다른 나를 만났다.
누구의 도움과 충고도 전혀 없는 상황이 나를 강하고 독하게 만들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절박함이 내 안의 힘을 돋우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야 했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해야 했다. 무시를 당해도 웃어야 했고, 조롱과 비난을 당해도 참아야 했다.
그 반복 속에서 나는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이유도 간단하다.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까.
지금의 나는, 그 많은 모험들이 이젠 지친다.
안 해도 되는데 굳이 해왔던 일들.
보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다 보고 들었던 것들.
무의미한 게 뭐가 있겠냐만은,
지금 이 시점에서 돌이켜보니, 어이가 없다.
오늘 하루 종일 누워 있는 나를 보고,
작은 아들이 물었다.
“엄마, 다시 독일 오기 전으로 가서 엄마의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엄마, 독일에 올거야?”
소름이 돋았다.
생각도 하기 싫다.
나는 이야기했다.
“엄마가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절대로 독일 안 올 거야.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안 올거야"
그랬더니 작은 아들이 말했다.
“엄마, 조금만 참아. 조금만 덜 아파해~~
나도 형아처럼 독일 사람들 다 이길 거야. 두고 봐.”
옆에서 남편이 조용히 덧붙인다.
"아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