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2명 병가.
결국 나 혼자 여러 그룹을 맡았다.
점심시간. 30명씩 두 그룹으로 나누어 들어온다.
점심 먹는 도중,
학교에서 한 아이가 말없이 사라졌다.
2학년을 두 번째 유급을 하고 있는 여자아이.
어느 교실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갔더니, 교실 책장 옆에 숨어있다.
안 나간다고 한다. 적어도 숨어있는 이유를 말하라고 하니,
"삶은 감자가 맛이 없어" 란다.
"삶은 감자가 맛이 없는 거랑 네가 여기서 아무 말 없이 숨어있는 거랑은 무관해"라고 최대한 차분히 달래어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다른 아이를 챙기는 순간,
이 아이는 가방을 들고 집으로 간다고 학교 건물 밖으로 나갔다. 나는 수많은 다른 아이들을 두고 그 아이를 찾으러 나갈 수 없기에 복도만 먼저 찾고 있던 중이었다.
너무 다행히 동료 교사가 발견을 했고, 데리고 들어와서 담임교사에게 인계를 하였고, 담임교사는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어 통화 중인데, 그 아이 하는 행동..,
1학년 아이 숙제를 봐주며, "이 쉬운 것도 몰라? 바보야? "
라며 구박을 한다. 기가 막혀서 한참을 보았다.
작은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물리 시험 잘 봤어, 너무 쉬웠어. 근데 여자애들 7명이 시험보다 말고 울면서 나갔어. 그리고 다시 안 들어왔어. 엄마, 다른 여자애들이 그러는데, 시험 어려워서 학교 싫어졌대"
큰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 엄마, 나 수학 시험 다 맞을 거 같아. 완벽하게 풀었어. 걱정 마! 그런데 문제가 생겨서 지금 교장선생님 만나러 가야 돼. 시험보다 말고 중간에 3명이 나가서, 그냥 집으로 갔어. 수학 선생님이 교장선생님 만나러 가는데, 선생님이 내가 회장이니까 같이 가자고 해서 지금 잠깐 교무실 갔다가, 오후 수업할게. 걱정 마 엄마."
뭐 오늘 다 같이 마음에 안 들면 다 두고 집에 가는 날인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학교에서 아무 말 없이 집으로 가지?
시험 어렵다고 나가고, 밥맛 없다고 나가고,
또 뭔 이유를 붙여서 나갈지,
이젠 궁금해진다.
하루 종일 정신 사납다.
뭔가 풍선이 둥둥 떠있는 것처럼,
진정이 안 되는 하루인 느낌이다.
오후가 되어가니,
한 달 전 대상포진으로 고생했던 부분이 신경통인지 근육통인지 다시 아프다.
오늘 같은 날은 최대한 빨리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중요한 건,
아들들이 공부 열심히 한만큼 시험 잘 봤다는 것이다.
그보다 뿌듯하고 기특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앞으로 너희들이 한 살씩 더 많아질수록, 더 어려워지고, 더 힘든 일이 생길 수 있어. 그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고, 그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배워가는 것이야. 그런데 내 마음에 안 내키고, 어렵고 하기 싫다는 초단순한 이유만으로 그만두고 피해버리면, 계속 아기에서 멈춰있는 것과 같아. 힘든 일일수록 현명하게 대처하고, 어려운 것일수록 더 노력을 하는 과정이 다 소중하고 귀한 경험들인 거야. 실패와 어려움을 알아야 발전하는 거야. 너희들은 어려움이 다가울수록 감사히 생각하고 배워나가야 해. 그 모든 과정을 통해서 커가는 거야. 엄마는 너희들이 자랑스러워. "
라고 한 번은 한국어로. 한 번은 독일어로 설명해 주었다.
귀 기울이며 집중하여 잘 듣는 아이들에게 감사했다.
희한하게도 오늘은 학교 곳곳에서 비슷한 일들이 연달아 벌어졌다.
우리도 그 상황 속에서 또 한 번 배웠고, 아이들도 그것을 겪으며 조금씩 성장해 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