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나의 용기

by Traum

나에게 어려웠던 것. 용서하기. 그리고 용기내기.


배신감, 허탈함, 분노, 좌절, 고통...


어떤 단어로 설명을 하려 해도 잘 설명이 되지 않는

그 사건으로 인해,

나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과 같았고,

그렇게 분노와 좌절감에 빠져서 오랫동안 힘들어보기는 처음이었다.


20대에 캐리어 두 개를 끌고 낯선 땅으로 와서, 물론 아직 스마트폰은 없었고, 핸드폰은커녕, 인터넷이 안 됐던 이곳의 시스템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갔던 그때에 와서... 이곳에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어떤 도움도 없이 아이 둘을 키우고,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어느 봄날.. 그분들과의 전화 통화 끝에, 끊어지지 않은 전화기 뒤로, 한마디로, 결국 여태껏 나는 한 게 아무것도 없다.. 는 험담을 듣게 되었다.

그것도 두 차례에 걸쳐 길게...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프랑크푸르트의 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바쁘게 움직이면 괜찮아지겠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 괜찮아지겠지...

사실이 아니니까 나만 아니면 괜찮은 거겠지...


그 어떤 위로도 그 어떤 생각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나날들을 보냈었다.


그러던 12월 어느 날,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를 위해 사과를 받아들여봐"

나는 갑자기 드는 생각을 그 즉시 실행을 하고 싶었다.


나는 나를 위해 그분들에게

짧은 안부 인사와 함께 문자를 보냈다.

그 짧은 문자를 쓰기까지 수만 가지의 생각들로 머리를 채웠고, 서로 다른 편에서 갈등을 하는 두 마음의 나는, 그렇게 어려운 선택일 수가 없었다.

내가 약 7개월 만에 할 수 있었던 최상의 선택이었다.


생각보다 마음이 그리 후련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계속해서 너무 큰 상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분들은 계속해서 그날 이후로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시며 진심이 아닌데 본의 아니게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사과해야 한다고 하셨었고, 그것을 전해 들은 나는 어떤 마음도 요동치지 않았었다.


문자를 보내드렸고, 바로 연락이 왔고, 통화를 원하셨지만, 통화까지는 당장 자신이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나의 마음의 상처가 너무 크게 남아있어서 아직 아물지 않았고, 그 정도까지의 용서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의 진심이었다...


그러나 며칠 후 통화는 했고, 새해 인사도 했다.


하지만 언제나 밝게 안부를 묻고, 같은 하늘 아래 있는 사이보다 훨씬 더 많은 연락을 했었던 나는, 예전과 같은 날들로 되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다.

그것이 진심이다.

하지만...

사과해 주셨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 더 꼬지 않고, 그 마음이 진심이라고 믿고 싶다.


나를 위해서... 말이다.


우리는 때때로 고마움도 표현을 잘 못하고,

미안함에 대해서 사과도 못하고,

어쩔 때는 용서하기도 힘든 때가 있다.

그러나 딱 한 발자국만 멀리 떨어져 시간을 갖고, 시간을 방패삼아 천천히 생각해 보면...

그 또한 가능할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너무 어렵다면 굳이 바로 당장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무뎌지는 부분이 생길터이니, 그렇지 않아도 결코 쉽지만은 않은 삶에서, 상처까지 받은 마음에 굳이 한 겹 더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2024년이 다 가기 전에 "용서"라고 말하고, 나의 마음을 위한 것이라는 명목하에 "용기"를 내보았으니, 2025년에는 조금 더 마음을 열어보면서, 진심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기를 해보려 한다.


내가 나에게 "수고했고, 정말 잘했어!"라고 말해주었다. ^^


2025년에도 나에게 "용기"가 필요한 때가 오면, 작년을 회상하며 또다시 용기 내 보려고 한다. ^^

가을 저녁 어느 날, 고속도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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