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상하게만큼 먹는 것에 큰 관심이 없다.
배가 많이 고팠었고, 혹 맛있어 보이는 것을 보았더라도
20년간 먹어볼 생각도 못해봤기 때문이다.
모든 게 너무 낯설고 처음이었던 수많은 것들을 해결하기에 바빴어서, 내가 물은 마시고 있는지, 뭘 먹고는 있는지, 헤아려가며 살아본 적이 없다.
남편이 물어본다.
"먹고 싶은 거 있어?"
난 언제나 대답을 안 한다..
몰라서가 아니라, 없다.
남편이 자주 이야기한다.
왜 뭐 먹고 싶단 얘기를 한 번도 안 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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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후, 1년 후 임신, 첫째 출산 후, 4년 터울로 둘째가 태어나고, 아기가 막 걷기 시작할 때 즈음..
결혼식 이후 7년 만에 한국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시차 적응 후 아기들과 첫나들이...
나는 현재 롯데타워 공사장 앞, 잠실역 지하상가 내려가는 입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갑자기 잠실사거리가 휙 한 바퀴 돌더니 앞이 하얘지고 기억이 안 난다.
다행히 얼마 후 정신을 차렸고, 간신히 병원을 갔다.
아기 낳고 몸조리 못하고, 영양실조에, 저혈압, 수면부족 등등 계속 나오는 원인....
의사 선생님 말씀을 듣는데, 눈물만 흘렀다.
그 원인들이 기가 막힌 게 아니라, 다시 독일 가면 이 원인들이 해결될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저 답 안 나올 것을 확실히 알고 있음에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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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쩔 수 없었다.
먹기 시작해야 했고, 자야만 헸다.
내 새끼들 지키려면 먹어야 했다.
남편은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시간 지나야 들어오고,
온통 나의 몫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저 외롭고 버겁고 도움이 절실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먹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해 본 적이 한순간도 없다.
아이들부터 먹였고,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전쟁터 같은 곳에서 이들에게 무참히 짓밟힐 남편부터 먹여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회사에서 학력이 가장 좋은 남편이지만, 이들에게는 그냥 모국어가 독일어가 아닌 동양 외국인이 같은 공간에 있을 뿐이었으며, 잠시 알바하러 온 직업학교 갓 졸업한 18,19세 애들한테도 "아시아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종차별을 당하고 참아야만 했던 남편.
그 속을 누가 알아주겠나, 그럼에도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기들부터 봐주는 그 속인 들, 얼마나 썩어갔겠나.
내가 힘을 줄 수 있는 것은,
밝게 맞이하고 먹고 자고 입는 기본적인 것만이라도 챙겨주는 것이었다.
없는 거에서 있는 거로 만들어서 먹이고 또 먹였다.
그리고 나도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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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일을 하게 되었고,
그러려면 꼭 챙겨 먹어야 했다.
또 쓰러질까 봐.
몇 번의 비슷한 상황이 왔기에, 앰뷸런스도 불러봤자 소용도 없고, 병원은 예약 없이 가면 온갖 고함을 다 들어야 하는데,
그 꼴만은 도저히 못 보겠어서!!!!!
그래서 노력했다.
여전히 나는 예전부터 지금도 매일 요리를 한다.
그러나 나는 먹는 둥 마는 둥 했던 것이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먹고 있는 순간이 사치처럼 느껴졌다...
배부르게 먹은 후, 배부름만큼
또 무언가의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이 터질 것 같아서...
누가 뭐라 그럴지 몰라도,
나는 세상에서 그게 제일 어려웠다.
지금도 여전히, 제일 어렵다.
16세 큰 아이는 185cm, 78kg이고,
곧 12세 되는 작은 아이는 166cm, 52kg이다.
오늘 아이들 뒷모습을 평소처럼 보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다 생각이 나면서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엄마 요리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아들들.
최고의 맛이라며 과찬을 해주는 남편.
감사할 뿐이다.
아들들은 먹고 싶은 게 많고, 먹고 나면 또 배가 고프단다.
방학 동안 얼마나 먹는지,
매일 보는데 키가 커지는 게 눈에 보인다.
그래서 나는 매일 여전히
재밌고 신나게 요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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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가 아프거나, 너무 바쁘거나, 기운이 없으면...
'나도 배달 음식 한 번만 시켜보고 싶다....'
'제발... 딱 한 번만.....'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한국 음식을 주문 배달이 없으니 먹을 수 없는 현실.
오늘 갑자기 내 손을 보았다.
길고 얇았던 내 손이, 이쁘지 않은 손으로 변했다.
그런데 아들들은 어깨가 넓고, 키도 크고, 멋진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다른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된다.
나도 먹고 싶은 것을 생각해 보고,
관심을 갖고 눈을 뜨면,
더 좋은 훌륭한 음식으로 식구들을 먹일 수 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