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발견한 나의 모습, 이상하게만큼 무덤덤해졌다.
/
안 좋은 일들을 한꺼번에 몰린다.
꼭 중요한 일 앞두고 그러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단 어지간하면 방법이 없기에, 나는 그저 짜증만 날 뿐이었다. 그 짜증이 밖으로 표출이 되고, 참다 참다 터지기도 했다.
어느 순간, 그 모든 리액션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다고 상황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
힘껏 세게 소리 지르고 싶은 날이 많았다.
밖에만 나갔다 오면, 그런 일들이 투성이다.
억울하고 원망스럽고, 답답하고 짜증 나고,
믿기 어렵고, 언제나 잘못 보고 들은 것이길 원했지만,
현실이었다.
자고만 일어나도 일이 발생한다.
/
2005년 12월 어느 날.
나의 다이어리.
20년 전, 독일 새내기인 나에게,
당시 70세셨던 권사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 아휴... 더 늦기 전에 얼른 가... 시간 아깝게 여기서 이쁜 나이 다 썩히지 말고... 여기는 그런데가 아니야.. 아무리 한국이 안 좋다 힘들다 해도... 여기만큼은 아니야. 우리랑 비슷한 언어도 문화도 사람도 없는 곳에서 사는 게 어떻게 만만하겠어.. 내 말 듣고 얼른 다시 가. 여기서 살면, 100년이 지나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모든 것들에 아파져서 나처럼 돼. 그때 후회해 받자 이미 너무 늦은 거야.
이곳은 그리 사람 살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야, 내 나라 말 써가며 살아.. "라고 손을 꼭 잡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며 말씀해 주셨다.
나는 오자마자 아무것도 못 느끼겠는데, 이 권사님이 너무도 떨리는 음성으로 말씀하셨기에, 그날 집에 와서도 너무 정확히 기억이 나서 다이어리에 바로 적어놓았었다.
/
지금은 돌아가신 그분이 갑자기 떠올라서...
갑자기 오늘 눈물이 흘렀다.
그때 좀 잘 새겨들을걸...
왜 꼭 지나고 알까...
/
그래서인가, 머리가 그냥 하... 얘진다.
그리고 나는 오히려 진정이 된다.
내가 아무리 용써봤자,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이곳.
우리가 보고 있고, 겪고 있고, 살아내어 가고 있지만,
신기할 만큼 발전도 가능성도 없다는 것.
그러니 나는 또 진정하고 삼키는 수밖에.
삼켜서 저 기억 먼 곳으로 던져버리는 수밖에.
좋지 않은 일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도,
일상의 어느 한 날일 뿐, 어떤 의미도 둘 필요 없다는 것.
그저 더 큰일이 벌어지지 않음에 감사하고,
또 그러다 보면 지나가겠지, 하며 혼자 이겨내는 수밖에.
그러한 날이지만, 나는 밥도 먹고, 아이들과 웃고, 책상 정리도 하고, 내일 수업 계획도 하고,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안타깝고 속상하지만 이미 벌어져버린 모든 일을 뒤로 넘기기로 했다.
아주 많이 애써서. 꾹꾹 누르며. 그렇게 또 새로운 모드로, 이런 날이 또 생겨도 버틸 또 다른 방법이 있게끔,
내 삶의 메모리에 저장하였다.
머리가 멍해질 만큼 복잡하고 식은땀 흐르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오더리도, 나는 이제 안다. 반드시 지나간다.
그리고 하늘을 보면, 밝은 날의 밤이면 언제나 많은 별이 반짝인다. 그리고 머리를 식혀줄 바람이 선선하다.
그 위로로 나는 또 감정만이라도 사그라들기를 바라며, 내일을 기대해 본다.
/
내가 유일하게 마음이 트일 때는,
아무도 없는 하늘을 바라볼 때이다.
물론 날씨 좋은 날이 1년중 3개월 채 안되어 밝고 환한 하늘은 아니지만...그래도 적어도 하늘을 보고있으면,
지금 세상의 현실이 아무것도 아닌것 같이 느껴진다.
변하지 않는 진실은,
반드시 지나가고, 반드시 다가온다.
웃으며 맞이할 수 있는 새로운 내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