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by Traum

멀 줄만 알았던 날이 다가왔다.


5월 중순에 병원에서 실습을 하고 있던 아들이 메일을 받게 된다.

너무도 긴, 그러나 뭔지 모르겠는, 계속 봐도 뭔지 어리둥절하다며, 아이들과의 씨름에 학교에서 진땀을 빼고 있는데 연락이 왔다.

급해 보여서, 잠시 아무 비어 있는 교실에 들어가서 재빠르게 중요한 부분으로 보이는 부분만 읽었다,

읽으면서 나는 주저앉고야 만다. 그리고 주책스럽게 갑자기 멈추지 않는 기쁨의 눈물이 계속 흐른다.



장학생 선발.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학교와 교육청 등 관련 기관을 통해, 아들이 주 대표로 선정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본인의 결정 여부를 피드백을 줘야하며 부모에게 보내는 내용의 글과, 관련 서류들이 포함된 메일이었다. 병원에서 이 메일을 본 아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엄마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며, 집에 와서도 우리는 계속 이 상황이 뭔지 보고 또 보고 찾아보았다. 어디서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내용들이었다.


이 날을 우리는 잊을 수가 없다.

그 후로 너무도 많은 서류들과 편지, 이메일 등...

3월 중순에 시민권을 받고, 아직 한국에서 국적 관련 서류가 마무리되지 않은 중간에, 그만큼 중요한 상황에 놓이게 된 우리 가족...


그때 갑자기 나를 찾는 학생들도 부쩍 늘었고,

학교 일은 더더군다나 갑자기 정신이 사나웠으며,

큰아들은 실습 후에 중요한 시험을 너무 자주 보고,

작은 아들은 크고 작은 발표와 시험과 주말마다 대회에,

남편은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였다.


넷이 앉아 머리를 맡대어 계획을 짜보려 했다.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누가 뭘 어찌해야 하는지. 서로 도울 것에 대한 순위 매김을 위하여..

하지만 다 중요하고, 다 다급 한 것이라, 그냥 동시에 다 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6월에 아들과 나의 생일이 끼어있음에도 빠르게 한국에 갔다 온 것이었다.



이탈리아에 가게 된다.

작년에는 유럽 국가 간 전액 무료, 교환학생으로 이탈리아 남부에 10일 다녀왔었어서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엔 아예 몰랐던, 완전 다른 선발로, 주마다 아주 소수의 인원만이 큰 스케일로 가게 되니...

아직도 나와 남편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오늘도 하루 종일 수업을 하고, 저녁이 되어서야 아들의 짐을 보기 시작했다.

매 년 참 많이 어딘가에 가는 아들 둘.

이제는 짐 싸는 요령과 속도가 엄마아빠보다도 낫다.



올해를 생각하니,

무거운 짐을 어깨에 이고, 쉬지 않고 너무 많이 계속 달린 느낌이다. 사실 매 해 그렇지만, 올해는 더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너무 큰 충격 후에, 내가 해야만 했던 많은 일들이 다 떠올라서인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전혀 예상 못했던 선물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주르륵...지금도 눈물이 흐른다.



한쪽 문이 닫히면, 반드시 다른 한쪽 문이 열린다.



" 우리 아들, 태어나 제일 오래 집 떠나게 되네.

신나고 설레는 이 느낌 간직하고, 건강히 잘 다녀와!

누구도 도와주지 않은, 모든 걸 너의 힘으로 만들어낸 성과야! 엄마 아빠는 너무도 감사하고, 자랑스럽고,

너무 기특하고 대견해.

이번 이탈리아에서 공부와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너의 세상을 더 넓혀 주고,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마음이 훈훈해지며, 소중한 추억들도 가득 남기게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너 자신을 믿고, 즐겁게 지내는 거야.


엄마 아빠는 네가 선택한 길을 언제나 응원해!!

그 길을 가면서 힘든 날이 있거든, 언제든 엄마 품으로 와!

언제나 참 성실하고 착한 우리 아들, 엄마가 꼭 안아줄게!

엄마 아빠는 언제나 네 뒤에 있단다"


이렇게 편지를 적고,

캐리어에 있는 두꺼운 책들 사이에 넣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꾹꾹 눌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