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목소리

by Traum

지난 토요일 오후 뮌헨에서 이탈리아에 잘 도착한 아들은,

매일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뭐 먹었는지, 뭘 봤는지, 사람들은 어떤지,

학교에서 뭘 배웠는지, 독일과 어떻게 다른지,

가족들은 어떤지, 날씨는 어떤지

아들은 우리에게 해줄 말이 아~~~ 주 많다고 하면서,

무조건 시간을 내어 전화를 해서, 일어나서, 점심 먹으며 학교 이야기, 저녁 먹고 난 후 하루 이야기를 짧게나마 해준다.

하루 종일 이태리어 하다가, 독일 친구들 만나는 시간이면 독일어 하다가, 집에 전화해서 한국어 하다가, 또 다른 외국인 만나면 영어로 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남편과 나는 0개 국어인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라... 동시에 다 해야하는 상황에, 힘들까봐 진심으로 나는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정신없을까 봐, 짧게 얘기하고 끊으려고 생각했는데,

엄마 잘 지내? 엄마, 밥은 먹었어? 엄마 오늘은 잤어?라고 물어본다. 순간 울컥... 왜 이렇게 눈물이 핑 도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작은 아들이 독일어로 보고해 주었다. ^^



아마도 아들은, 엄마가 걱정이 많이 되나 보다.

워낙에 살갑게 표현을 잘하고, 엄마 아빠와 대화도 참 많이 하는 편이라,

걱정이 되는 표현에, 괜찮다고 말해주었던지라...

아직 이렇게 혼자서 엄마 걱정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몰랐다.



이탈리아에서 아들이 지내고 있는 가족의 친구도 동갑으로, 동생이 세 명이 더 있다고 한다.

아들은 친구 아빠와는 이탈리아어&영어

엄마와는 이탈리아어&독일어

첫째 여동생과는 이탈리아어&영어,

둘째 남동생과는 이탈리아어,

막내 여동생과는 아기 이탈리아어로, 제일 어렵다고 한다. ㅎㅎㅎㅎㅎㅎ

학교 가서 물리, 수학, 철학, 종교, 국어, 역사 시간에도 물론 백 프로는 아니라도 어렵지 않게 수업 같이 한다고 하는데, 지금 약 일주일 간 제일 어려운 건, 4살 막내 여동생과 인형놀이 하는 거란다. 난제라고 한다. ^^ 그런데 잘 놀아주고 있는지, 매일 점점 불어나는 인형들을 갖고 와서 놀자고 한단다 ^^



작년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똑같이 이야기한다. 한국 가정의 모습과 너무 똑같다고, 그러면서 이런 말을 한다.


"엄마, 여기도 물론 유럽이라 모든 게 느리고 안되는 것도 많을 거고 그럴 테지만, 적어도 엄마가 처음에 이탈리아로 왔었다면, 그동안 그렇게 안 아팠을 테고, 지금까지처럼 힘들지는 않았을 거야. 적어도 이 나라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많이 다치지 않았을거야. 엄마, 아무리 내 고향이지만, 진짜 이상해. 이번에 독일에서 모여서 간, 처음 만난 친구들이랑 엄청 친해졌는데, 오늘도 다 같이 이야기했어. 대부분이 대학 졸업 하고 독일 떠나고 싶대. 엄마, 조금만 더 참아줘. 고마워"


라고 한다.


내일은 12살이 되는 작은 아들 생일로, 케이크를 만들려고 ( 우리나라 케이크 같은 케이크는 없기에. 언제나 케이크는 만들어야 한다....) 준비해놓고 있는데, 큰 아들 전화로 기쁨의 눈물이 얼굴에 주르륵이다. 우리 아들 정말 많이 컸구나... 싶다.


이래서 오늘 또 웃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해본다.

다른 게 아니라, 아들이 들려주는 새로운 소식이 너무 감사해서, 저절로 기대하게 되며, 미소가 지어진다.


나는 자기 전 아들에게 문자를 하였다.


"엄마 아빠는 이미 너희에게 큰 선물을 받았어. 고마워. 그리고 너의 꿈을 위해 달려가는 네 모습에 엄마는 너무나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끝없는 세상 속에서 길을 찾아 마음껏 성장하길 응원한다. 사랑해"


미술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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