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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에 공군이 있어?

공군 갔다가 백령도에서 군생활 한 썰

by 가끔 글쓰는 회사원 Mar 07. 2025





 나는 분명히 공군 운전병에 지원했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하모니플라워'라고 쓰여있는 노란색 배에서 내려 백령도 용기포항에 서 있었다. 나의 백령도 군생활의 시작이었다.




 새벽부터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4시간이나 걸려 섬에 도착했다. 백령도에 와보니, 섬 위치가 생각보다 너무 북쪽에 있었다. 38선 이북으로 툭 튀어나온 위치에 있었는데, 남한 영토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한반도 이남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배 타고 섬으로 들어갈 때도 북한이 보였고, 섬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해병 친구들은 늘 북한 쪽 해안절벽을 감시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북한이 정말 코앞인지라, 헤엄쳐 건너온 탈북자가 한국군에 연락하도록 해변 한가운데에 생뚱맞은 전화부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백령도에 살면서 나는 '해무'에 익숙해져야 했다. 육지에서는 본 적 없는 짙은 농도의 안개가 시도 때도 없이 섬을 뒤덮고는 했다. 해무는 모든 군인에게 성가신 존재였는데, 티브이 전파가 잡히지 않아 주말에 티브이도 볼 수 없었고, 배도 뜨지 못해 휴가를 나갈 수 없었다. 군사작전에도 애로사항이 있었고, 앞이 안 보여서 축구도 할 수 없었다. 한 번은 해무 때문에 배가 일주일 넘게 뜨지 못했다. 배로 들어오던 식자재 보급이 끊겼고, 삼시 세끼를 통조림과 비축미, 간편식으로 해결해야만 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급양병 친구들은 표정이 좋아 보였다.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한 섬 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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