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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왜 군대 안 가?

모두가 만족할 만한 대체복무제가 어려운 이유

by 가끔 글쓰는 회사원 Mar 07. 2025

 몇 년 전 '여호와의 증인'신도들의 양심적 병역거부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국회에서는 대체복무제가 논란이 되었다. 여론은 대체복무자들의 '교도소 생활'로 빠르게 수렴되었는데, 관건은 복무기간이었다. 당시 많은 시민단체들은 "국제사회는 (...) 복무기간의 경우 현역 복무를 기준으로 1.5배 이상이면 또 다른 인권침해라고 지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36개월을 고집했다. 결국 국회에서는 '36개월 동안의 교도소 생활'안이 확정되었다. 그렇다면 왜 '교도소'였으며, 왜 현역 병사의 복무기간 1.5배가 아닌 훨씬 더 긴 36개월이어야만 했는가? 그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병역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사람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함이었다.



대체복무제와 공인근무제도가 존재하는 진짜 이유


 국가가 폭력을 동원해서 남자들에게 징집영장을 보내고 강제적으로 징집하는 제도 자체가 반인권적이고 개인의 양심을 침해하는 제도다. 한국은 징병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인 상황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징병제라는 비극이 사라지지 않는 한 수많은 젊은 남성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적인 노동과 삶을 이어나가야 한다.


 국가가 징병제를 유지하는 데에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개인들의 반항이다. 국가는 이 반항을 줄이고 남자들을 효과적으로 동원해서 군 조직에 투입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국가가 대체복무제나 공익근무 제도를 설치한 이유도, 결국 어떻게든 징병 대상자의 반발을 줄여 징병제를 효과적으로 유지하고 운용하기 위함이다. 애초에 대체복무제나 공익근무 제도에 효율성이나 인권적 요소를 고려하는 것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동안 공익근무제도나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은 개인들의 반항을 효과적으로 저지해 왔다. 항상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국가는 신체검사를 통해 현역병과 공익요원을 분리했기 때문에 공익근무요원들은 신체적, 정신적 결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역병의 역할을 다 해낼 수 없다고 대중을 설득해 냈다. 그리고 국가는 공익근무 판정자들에게도 강제적 노동을 강요함으로써 현역병들이 제기할 수 있는 형평의 문제를 불식시켰다. 가끔은 언론과 대중이 나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남성들에 대한 인신공격과 강제 추방을 통해 징병제의 효율성을 더욱 공고히 만들어 국가의 수고를 덜어주기도 했다. 병역 거부자들에 대한 형사적 처벌 또한 현역병들에 의해 제기될 수 있었던 형평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수준의 제도였다.


  제정 당시 논란이 되었던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도는 국가가 여태껏 공익 제도와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에 접근하는 방식의 연장선에서 다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징병제도의 운용이 힘들어지고, 국가는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는 어떻게든 대체복무제도를 통해서 현역병들의 불만과 문제제기를 불식시켜야 하고, 결국 유엔이 현역병 근무 수준의 1.5배를 제시하든 말든, 현역병들이 불평등하거나 부당하다고 느낄만한 요소를 확실하게 제거하는 결론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결국 징벌적 느낌이 강한 "교도소"가 근무지로 선정된 것이고, 현역병들이 억울해하지 않을 정도로 긴 기간인 "36개월"의 복무기간이 결정된 것이다.



 반항적인 개인들을 어떻게든 강제적으로 동원해야 하는 입장의 국가와, 국가의 폭력에 반항하는 개인들은, 병역거부자들의 독특하지만 존중받아 마땅한 양심적 잣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병역거부자들은 병역 거부로 인해 감내해야 할 사회적 멸시와 불이익보다 신으로부터 받을 심판이 더 두렵거나, 혹은 집총으로 인해 발생하는 양심의 가책이 자신에게 가할 고통과 자괴감이 더 힘들고 두렵기 때문에 징병을 거부한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 합리적인 논리이고 민주국가 시민으로서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의견이다. 하지만 국가의 폭력에 의해 체제를 유지해 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럴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은, 어쩔 수 없이 병역의무를 이행한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대체복무제도의 형식을 결정해야 했다.



징병의 역사가 끝나길 바라며


  군 생활은 내게도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군 조직이 병사에게 가하는 다양한 방식의 억압과 폭력은 20년 이상을 자유롭게 살다 온 어린 친구들에게는 참 견디기 어려운 것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징병제가 국가의 중요한, 어쩌면 유일한 생존수단이라는 현실을 깨닫는 순간, 그저 어쩔 수 없는 "비극"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비극"이라고 그 상황을 정리하고 나자 군 생활을 견디기가 훨씬 수월했다.


 이 나라가 수많은 안보의 위협들을 지혜롭게 이겨내길 꿈꾸어 본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오랜 징병제의 역사를 끝내고,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자원입대한 군인들로 운용되는 모병제의 시대가 도래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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