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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jeong Apr 28. 2022

4월에 박제된 장국영

그림일기

4월이 가기 전에 장국영의 영화를 본다.


처음은 어릴 때 아빠와 함께 봤던 '동방불패'였다. 판타지 같은 세계관, 마블 히어로 뺨치는 캐릭터, 대나무숲을 고고하게 날아다니는 무림고수들! 나에겐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 이후로 와호장룡, 영웅, 일대종사 등 중국 무협영화는 날 항상 설레게 했다.


그래서 장국영도 무협영화이자 왕가위 감독 작품인 동사서독으로 처음 만났다. 잘생긴 외모로 유명했다고 하는데 나에게 장국영에 대한 첫인상은 동글동글한 감자 같은 얼굴에 귀여운 새부리 입술을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연기한 어떤 인물들은 빛이 났다. 특히 왕가위 감독의 영화 속 장국영은 안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4월이면 부러 시간을 내서 장국영의 영화를 찾아본다. 작년에도, 올해도 '아비정전'을 봤다. 사실 내용은 뒤로 갈수록 허무맹랑한 액션으로 변질되고 장국영이 연기한 '아비'도 아주 찌질한 캐릭터지만 그 영화에는 여타 왕가위 영화처럼 계속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처음 장국영과 장만옥이 만나던 장면, 밤 가로등 아래의 유덕화, 장국영이 그 유명한 맘보를 추는 장면도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아비가 힘들게 찾아간 생모에게 문전 박대를 당하고 돌아서는 장면이다.


아비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가 항상 느끼는 가슴 텅 빈 공허함은 어디서 왔을까. 아마 아비는 어머니의 사랑이면 채워질 것이라 생각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생모를 찾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생모에게 다시 한번 버림받고 그는 폭풍 속에 추락하는 새가 되어 버렸다. 


생모에게 문전 박대 당한 아비는 아주 화가 난 사람처럼 걸어간다. 누군가를 한대 칠 기세로 두 주먹은 꽉 쥐고 두 발은 땅바닥을 흠집 내듯 어머니의 집에서 멀어진다. 그리고 그 성난 걸음 위로 아주 느리고 천진한 음악이 나오면서 영상 속 움직임은 느려지고 아득해진다. 영원히 그곳을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아비는 텅 빈 마음은 영영 채울 수 없을 것이다.

그 외로움은 사람 존재에 대한 불안일 테니까. 그래서 그 뒷모습은 아주 초라할 때의 우리의 뒷모습과 닮았다. 우린 결코 채울 수 없는 것을 탓하며, 그것 때문에 내가 외롭다고 핑계 되고 등 돌린다.

사실 아닌 걸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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