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인공지능과 산업구조의 변화 5장 산업별 적용 사례
음악을 만드는 손끝에서는 피아노 건반의 울림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찍어낸 비트가 섞여 흐른다.
광고 현장은 카메라 대신 알고리즘을 들고, 문화 산업은 AI는 인간의 상상력과 기계의 속도를 빛의 속도로 창작한다.
교육 문화 산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두려움과 기대로 이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내 일은 이제 사라지는 걸까?” 혹은 “이 AI를 잘 활용하면 새로운 기회가 열리지 않을까?
나는 후자이다. AI는 이미 거대한 물결처럼 우리의 배를 움직이고 있다. 휩쓸리느냐 아니면 선장처럼 조정간을 잡느냐가 관건이다.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1. 교실에서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AI로 공부한다"는 말은 공상과학 소설에 가까웠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초등학생들은 교과 과정에서 AI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교육부는 AI 사용 지도 원칙을 포함한 지침을 발행했다. 각 주별로도 AI활용 도입을 시도 중이다.
중국은 더 적극적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AI 수업을 정규 과정으로 의무화했고, 중고등학교에서는 실습과 창의적 응용 훈련을 병행한다.
이제 교사의 역할은 달라진다.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자’가 아니라, AI가 제시한 답이 옳은지 토론을 이끌고, 학생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멘토로 변모한다.
단순 문제풀이, 암기 위주의 교육은 점점 설 자리를 잃는다.
대신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연결 능력이 교육의 핵심이 된다.
2. 사교육의 변신
한국에서 ‘사교육’은 오랫동안 부모들의 마음을 잡아온 굳건한 산업이었다.
그러나 AI는 이 거대한 사교육 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단어 암기, 수학 문제 풀이, 기출 분석처럼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학습은 AI가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한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굳이 비싼 학원을 보낼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사교육은 단순히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진화한다.
입시 전략을 세우고, 진로를 상담하며, 학생이 AI로 쓴 글을 스스로의 목소리로 바꾸도록 돕는 AI 활용 코치가 된다.
AI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못하는 동기 부여· 멘탈 관리· 창의적 훈련을 제공하는 것이 새로운 사교육의 가치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교육이 많이 축소되었면 한다. 불필요한 선행학습, 경쟁적인 지식 축적, 입시 위주의 공부 등은 AI로 사라지면 한다. 그래야 한국 중년 층들의 불필요한 소비가 생산적인 자본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3. 대학과 연구 현장의 새로운 규칙
논문을 AI로 쓰는 시대가 열렸다.
이제 대학은 "AI 사용을 금지한다"는 규칙에서 벗어나, "AI를 썼다면 그 출처를 밝히라"는 투명성의 원칙을 요구한다.
결국 중요한 건 AI를 쓰지 않는 능력이 아니라, AI를 현명하게 쓰는 능력이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는 모든 신입생에게 "AI 숙련도(AI Fluency)" 교육을 의무화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는 수백만 명 규모의 AI 교육 훈련을 지원하며, "AI를 다룰 줄 아는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4. 문화·콘텐츠의 대폭발
광고 업계는 이미 AI의 천국이다.
전 세계 광고주의 80% 이상이 AI를 활용해 맞춤형 광고를 만들고 있고,
2026년이 되면 전체 영상 광고의 40%를 AI가 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음악은 어떤가?
AI가 비트를 찍어내듯 생성하자, 기존 작곡가들은 "내 곡이 팔리지 않는다"는 불안을 호소한다.
그러나 동시에, AI 음악의 범람 속에서 오히려 인간의 개성, 진정성 있는 목소리가 더 귀해지고 있다.
영상과 3D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광고 영상이나 짧은 숏폼은 AI가 손쉽게 만든다.
그러나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 어떤 감동을 줄지 기획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앞으로 사람은 단순 제작자가 아니라, AI를 조율하는 감독·연출가가 되어야 한다.
5. 한국의 현재, 그리고 과제
한국도 AI 도입의 물결을 피해 갈 수 없다.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AI 기초 소양 교육’을 초·중·고에 도입 예정이다. 하지만 교사 연수·교재 부족으로 준비 미흡 지적되었다.
일부 대학은 AI 과목을 교양 필수로 지정, 논문 AI 활용 가이드라인 마련 중이다. 그러나 "금지"와 "허용" 사이의 혼선 여전하다.
문화 산업의 K-팝, 드라마, 웹툰 제작 현장에 AI 적극 도입했다. 제작비 절감은 되지만, 창작자들은 저작권·경쟁 문제에 직면했다.
한국은 속도는 빠르지만 제도적 장치는 뒤처지는 모습이다. 글로벌 움직임을 참고해 균형 잡힌 전략이 필요하다.
6. 저작권과 창작자의 이름
AI가 쏟아내는 번역, 소설, 그림, 음악 속에서
독자와 관객은 점점 “누가 만들었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내 친구 유명한 번역가는 최근 AI 번역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AI의 번역이 갈수록 완벽해지고 있다.
“앞으로는 번역가의 이름이 독자가 책을 고르는 기준에 많이 참조될 것이다.”
이 말은 번역가뿐 아니라 모든 창작자에게 해당된다.
AI가 평범한 결과물을 범람시킬수록, 인간 창작자의 개성과 브랜드는 더욱 빛난다.
7. 문화에서 예술로: 새로운 무대
교육과 문화의 변화는 결국 예술 산업의 지형까지 흔들고 있다.
학생들의 학습 방식이 바뀌고, 광고와 숏폼 영상이 AI에 의해 재편되는 순간, 그 여파는 곧 영화와 음악, 미술 등 창작의 최전선으로 확산된다.
이제 질문은 단순하다.
“AI가 수업을 바꾸었다면, 예술의 무대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최근 미국에서는 AI가 만든 추상화가 예술대회에서 최고작을 시상받았다. AI를 작가로서 인정한 것이다.
8. 영화와 음악, 창작의 최전선에서
AI는 이제 영화와 음악 산업의 무대 위로 직접 올라서고 있다.
시나리오 초안을 몇 초 만에 뽑아내고, 배우의 목소리와 얼굴을 합성하며, 배경 음악과 효과음을 자동으로 생성한다. 할리우드에서는 AI 각본가와 배우의 등장 가능성을 두고 파업이 벌어졌다.
제작비 절감을 원하는 스튜디오와, 권리를 지키려는 노조가 충돌한 것이다.
AI는 단순한 편집 도구가 아니라, 창작자의 지위 자체를 흔드는 존재가 되고 있다.
9. 저작권의 새로운 전쟁터
AI는 수십만 편의 영화, 수백만 곡의 음악을 학습하면서, 기존 창작자의 흔적을 그대로 품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워너브라더스는 AI 이미지 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AI 음악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했다.
저작권은 이제 단순히 ‘표절 방지 규칙’이 아니라, AI 시대의 창작 질서를 새로 세우는 전쟁터가 되었다.
10. 새로운 창작 방식의 탄생
AI와 인간의 협업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AI가 초안을 내놓으면, 인간은 그 위에 의도와 철학, 감정의 색채를 불어넣는다.
과거에는 창작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AI가 제시한 초안 + 인간의 창조적 재해석이라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자리 잡을 것이다.
11. 독창적 소수의 시대
AI가 범람하는 시대일수록, 평범한 콘텐츠는 빠르게 묻히고, 독창적인 세계를 가진 소수만이 빛난다.
음악 팬은 여전히 “이 노래는 누구의 이야기인가”를 찾는다.
영화 관객은 “이 작품은 어떤 감독의 철학을 담았는가”를 묻는다.
AI는 콘텐츠의 양을 폭발적으로 늘리지만,
그 속에서 살아남는 건 자신만의 목소리와 세계관을 가진 창작자다.
앞으로 이름은 곧 브랜드가 되고, 그 브랜드가 작품의 가치를 결정할 것이다.
AI 시대는 교육에서 문화, 예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질서를 다시 쓰고 있다.
누구나 영상을 만들고, 누구나 음악을 작곡할 수 있는 시대. 그러나 진정한 가치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독창성의 문제다.
AI가 열어젖힌 새로운 창작의 장에서, 사람들은 결국 개성과 진정성이 살아 있는 소수의 목소리를 따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AI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열어놓은 가능성 위에 우리만의 철학과 색깔을 얹는 것.
그것이 바로 AI 시대에 교육자·문화인·예술가가 살아남고, 더 빛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