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픈 순간 병원에서 만나는 건 의사와 간호사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데이터와 복잡한 절차가 숨어 있다.
신약 개발에 수십 년이 걸리고, 진단을 위해 수많은 영상과 기록을 판독해야 한다. 의료는 본질적으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산업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AI)이 조용하지만 빠르게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신약 개발, 10년을 3년으로 줄이다
신약 하나가 환자에게 처방되기까지는 평균 10년 이상의 시간과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든다. 그런데 AI는 이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있다.
• 예를 들면 AI 신약개발 기업 Recursion은 기존 3년 넘게 걸리던 후보물질 발굴 과정을 18개월 만에 임상 단계로 끌어올렸다.
• 딥마인드(DeepMind)의 AlphaFold는 단백질 구조 예측 문제를 사실상 해결하며,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신약 후보 발굴의 기본 도구가 되었다.
지금은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 알파폴드를 활용하여 사전에 연구 과제를 점검하는 기본 툴로 활용하고 있다. 또 알파폴드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실험실에서 무수한 시도를 거쳐야” 했다면, 이제는 AI가 수백만 가지 조합을 미리 가상 실험해 유망한 후보만 골라내는 식이다. 이로써 동물실험, 초기 임상 단계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병원 진료, AI가 곁에서 돕는다
병원에서의 AI 활용은 이미 현실이다. 다만 ‘의사를 대체하는 AI’라기보다 ‘의사를 보조하는 AI’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 영상진단: AI는 수십만 장의 X-ray, CT, MRI를 학습해 폐암, 유방암, 뇌출혈 등을 빠르게 감지한다. 한국의 루닛, 뷰노 같은 기업들이 개발한 솔루션은 이미 여러 대형 병원에서 활용되고 있다.
• 진료 기록 정리: 미국 일부 병원에서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기록·정리하는 AI 비서가 도입되어, 의사들이 문서 작업 대신 환자와의 상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 환자 모니터링: 심전도, 혈압, 혈당 같은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이상 징후를 미리 알려주기도 한다.
AI는 의사의 눈을 대신하거나, 귀찮은 기록 업무를 줄여주는 조용한 조력자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미국과 한국, 다른 풍경
•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원격진료가 폭발적으로 확산되었고, 여기에도 AI가 결합하고 있다. 예를 들어 AI 챗봇이 환자의 증상을 먼저 정리해 주면, 의사는 더 짧은 시간 안에 진료를 할 수 있다.
• 한국은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규제와 의료계의 보수적 분위기로 인해, 아직 원격진료는 상시 허용되지 않는다. 대신 AI 영상진단 보조 진단이 병원 내부에서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즉, 미국은 원격진료+AI로 접근성을 넓히는 쪽이라면, 한국은 병원 내 진단 보조+AI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는 모습이다.
원격진료와 AI, 환자 곁으로 더 가까이
의료 현장의 AI 변화는 병원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미국을 중심으로 원격진료(telemedicine)가 빠르게 확산되었고, 여기에 AI가 결합하면서 의료는 환자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왔다.
미국에서는 이미 환자가 앱이나 웹사이트에 증상을 입력하면 AI가 사전 문진을 대신해 응급성 여부를 분류해 준다. 단순한 피로인지, 며칠 안에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혹은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덕분에 의사는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고, 환자는 불필요한 대기와 이동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웨어러블 기기가 결합하면 변화는 더 크다.
손목시계처럼 차고 다니는 스마트워치가 혈압, 혈당, 심전도를 측정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포착하면 원격진료 플랫폼으로 즉시 연결해 준다. 마치 개인 건강 코치가 늘 옆에서 상태를 확인해 주는 셈이다.
한국은 아직 상시 원격진료가 허용되지 않아 제약이 많지만, AI와 결합한 만성질환 관리 앱, 건강 상담 챗봇 같은 시도는 이미 시작되었다. 제도적 장벽이 풀린다면, 미국과 비슷하게 원격진료와 AI가 결합해 환자의 생활 가까이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원격진료와 AI는 결국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병원에 가야만 치료가 시작된다”는 전통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내 곁에서 건강을 지켜주는 AI로 의료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환자에게 다가오는 변화
일반인에게 가장 와닿는 변화는 바로 나의 건강 파트너로서의 AI다.
우리가 이미 경험하듯, ChatGPT 같은 AI에게 증상이나 약물 정보를 묻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아직은 참고용에 불과하지만, 미래에는 웨어러블 기기와 연결되어 나만의 건강 비서처럼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나는 병원에서 처방한 약에 대하여 Chat GPT에게 더 자세하게 물어본다. 그리고 증세가 있으면 GPT에 있는 의료 관련 엡을 활용하여, 어떤 상황인지 체크해 보면 정말 자세하게 잘 알려준다. 물론 백 퍼센트 믿지 않고, 나름대로 유용한 정보만 활용한다.
금방 내 상황을 이해해 주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많이 된다.
물론 한계도 있다. AI의 판단이 항상 정확하지는 않고, 법적 책임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AI가 의사를 완전히 대체한다는 극단적 전망보다는, AI가 의사를 도와 의료의 효율과 환자 경험을 높인다는 쪽이 훨씬 현실적이다.
의료 AI, 진짜 핵심은?
AI라는 이름을 붙인 모든 것이 진짜 AI는 아니다.
단순히 규칙대로 움직이는 자동화 시스템을 AI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데이터로부터 학습하고, 새로운 상황을 예측·적응하는 능력이 있을 때 비로소 AI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 분야에서의 AI는 엄격한 검증과 규제를 거쳐야만 환자 곁으로 올 수 있다. 이 과정이 느리게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신뢰가 쌓이면 변화는 오래간다.
AI는 이제 의료 산업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신약 개발에서는 시간을 단축하고, 병원에서는 의사를 돕고, 환자에게는 더 나은 접근성을 제공한다.
한국은 아직 제도적 한계가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이미 빠르게 확산 중이다.
앞으로 우리가 병원에 갈 때, 그리고 건강을 챙길 때, 곁에서 함께할 또 하나의 존재가 있다. 그것은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나를 이해하고 돕는 인공지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