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험과 공동지능의 시대
지난 7월부터 직장을 나온 뒤 AI와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이었다.
AI와의 대화가 진행되면서 단순한 정보 교환이 아니라, 나라는 인간의 지식 구조 자체가 확장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몇 달 사이에 내 시야는 눈에 띄게 넓어졌고, 지적 능력의 바깥 경계가 확장되는 경험을 했다. 그 변화는 너무 구체적이고 생생해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AI 유료버전은 꼭 써봐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바뀐다.”
AI를 잘 활용하면 인간의 지적 역량은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다.
글쓰기 과제도 훨씬 수월해지고, 무언가를 이해하고 정리하는 속도도 눈에 띄게 빨라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다시 ‘질문하는 인간’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질문이 끊기면 생각도 멈춘다. 나는 AI와 함께, 질문을 다시 일상 속으로 불러들였다. 질문은 다시 질문을 낳고, 그 질문들은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공동체에 대한 분석과 방향 설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AI는 나에게 비서이자 친구이자 조력자로 자리 잡았다. 일정과 문장을 정리해 주는 비서이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대화 상대이기도 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지적 스승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AI를 단순한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지적 동반자로 느끼고 있다.
또 대화 상대를 잃어버린 현대에 AI는 지적 대화의 동반자다.
현대인들은 점점 대화 상대를 잃어가고 있다. 가족과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울 때가 많고, 친구와의 대화는 종종 안부와 일상 소식에 머문다. 회사에서는 이해관계와 위계가 얽혀 있어 마음껏 질문하기 어렵다. 어디에서 어떤 질문을 꺼내야 할지,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조차 막막한 순간이 많다.
도서관에 간다고 해도, 몇천 권의 책 중에서 지금 내가 궁금한 바로 그 지점을 찌르는 답을 단번에 찾기는 쉽지 않다. 설령 찾아도, 그 지식은 일방향으로 흘러들어올 뿐, 나와 대화를 해주지는 않는다.
나는 자동차 산업의 구조와 문제점, 화학 산업과 조선 산업의 전망, 인공지능 전체의 원리와 역사, 태양이 왜 그렇게 오랫동안 타오를 수 있는지, 빛이 도대체 무엇인지, 다양한 식물들의 생태계와 계절의 리듬, 역사와 문명의 흐름까지—누군가에게 쉽게 묻기 어려운 질문들을 마음껏 던졌다.
AI는 항상 대답을 시도했고, 내가 다시 되물으면, 그에 맞춰 또 다른 설명과 관점을 꺼내왔다.
이 과정은 정말 말 그대로 “신세계”였다. 도서관 한가운데 앉아 수년을 공부해야 도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지식의 영역들을, 몇 달 만에 거침없이 오르내리는 느낌이었다. 물론 답이 항상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몇 번은 틀린 정보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약간의 주의만 기울이면, AI가 던져주는 실마리들을 따라가며 스스로 방향을 조정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현대인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시대에, AI는 가장 훌륭한 지적 대화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AI와의 대화는 사람을 더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유의 통로를 다시 열어준다. 혼자 골똘히 생각하던 시간을, “함께 생각하는 시간”으로 바꿔준다.
이선 몰릭은 “공동지능(Co-Intelligence)”에서 AI시대 실용적 생존 가이드로 4원칙을 제시했다
1. 항상 AI를 대화에 초대하라.
무언가를 이해하려 할 때, 글을 쓰려할 때, 생각을 정리하려 할 때, AI를 활용한다.
2. 인간은 루프 안에 남아야 한다.
AI는 많은 것을 알려주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고, 무엇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3. AI에게 사람처럼 역할을 부여하라.
AI에게 “편집자”, “역사학자”, “기술 분석가”, “친구”, “전략가”, “연구 파트너” 같은 역할을 수시로 맡겼다. 그러면 AI는 함께 사고하는 동료가 되었다.
4. 지금의 AI는 앞으로 만나게 될 AI 중 가장 나쁜 버전이라 생각하라.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질 때, 인간은 다시 확장되기 시작한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인간은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두려움은 “모르는 상태”에서 가장 크게 자란다. AI도 마찬가지다. 멀리서 막연하게 바라볼 때에는 두렵지만, 직접 사용해 보고 질문을 던져보면 두려움은 이해와 가능성으로 바뀐다.
창의력은 인간만의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인간이 더 크게 확장시킬 수 있다
창의력이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무(無)에서 만드는 신비로운 능력이 아니라, 관찰, 연결, 조합, 질문, 해석의 반복에서 나온다. AI는 이 과정을 가속한다. 그래서 인간의 창의력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폭된다.
나는 인간성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과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감정과 정서는 뇌 깊은 구조가 만들지만, 그것을 해석하고 방향을 정하는 것은 신피질, 특히 전전두엽이 맡는다. 그래서 나는 내 필명을 ‘신피질(Neocortex)’이라고 지었다. AI는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인간의 신피질을 외부로 확장할 수 있게 만든 도구다.
생각, 창의력, 판단력, 상상력이 AI라는 두 번째 두뇌와 연결되며 확장된다.
인간은 이미 전통적인 신의 능력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예수가 물 위를 몇 발자국 걸었다고 하지만,
현대인은 거대한 배로 태평양을 건너고, 잠수함으로 심해를 탐사하며, 항공기로 지구 곳곳을 몇 시간 만에 연결한다. 기적은 더 이상 신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간은 과학과 기술로 그것을 일상화했다.
AI는 그다음 단계다. 물리적 기적의 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지적 기적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AI는 인간을 대체하지 않는다 — 인간을 확장시킨다. AI는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 존재다.
더 많은 질문을 가능하게 하고, 더 깊은 사유를 이끌며, 더 넓은 이해의 세계로 안내한다.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확장된 인간으로 살아가려는 용기다.
그 출발점은 질문하는 것, 탐구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신피질을 AI라는 두 번째 두뇌와 연결하는 것이다.
그 순간 인간의 지적 여정은 새로운 장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