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테슬라 전기차를 넘어 산업 시스템이 되다.

by 신피질

테슬라는 전기차 회사만이 아니다. 이 문장은 수사처럼 들리지만, 숫자와 구조를 놓고 보면 사실에 가깝다.

전기차(모델 3/Y/S/X, 사이버트럭 등)를 중심으로 돈을 벌지만, 동시에 **에너지 저장(메가팩), 태양광, 충전 네트워크, 소프트웨어(OTA), 자율주행(FSD) 데이터·학습 체계, 로봇(옵티머스)**까지 한 덩어리로 묶어 “현장에서 배우는 AI 산업”을 만들려는 회사이다.


2024년 말 기준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약 7,000억~8,000억 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한다. 같은 시점 현대자동차 그룹(현대차+기아)의 합산 시가총액은 약 1,000억 달러 내외, 중국 BYD는 약 900~1,000억 달러 수준이다. 생산 대수로 보면 테슬라는 연간 약 180만 대, BYD는 300만 대 이상, 현대차그룹은 700만 대 이상을 판매한다. 그럼에도 시장은 테슬라에 완전히 다른 밸류에이션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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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대략 12월 22~23일 기준) 테슬라 시가총액이 약 1.6조 달러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시장은 테슬라를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AI 기반 산업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그 판단의 근거는 ‘말’이 아니라, 이미 현실에서 작동 중인 시스템이다.

전기차의 개념 자체는 새롭지 않다. 세계 최초의 실질적인 전기자동차는 1898년 **페르디난트 포르쉐(Ferdinand Porsche)**가 제작한 Lohner-Porsche 전기차였다. 내연기관이 승자가 된 이유는 효율이 아니라 연료 저장과 인프라였다.


오늘날 전기차가 다시 부상한 이유 역시 기술적 우월성보다는 에너지 시스템의 변화에 있다.


리튬은 흔히 ‘에너지원’처럼 오해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리튬은 연료가 아니라 저장 매체다. 에너지는 배터리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원자력 같은 발전원에서 생산되고, 배터리는 그것을 담아 이동시킨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태양광과 풍력의 평균 발전 단가는 지난 10년간 각각 약 80% 이상 하락했다. 원자력 역시 연료비 비중이 낮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전력원을 제공한다. 이 구조가 확대될수록 전기의 평균 가격은 내려가고, 전기차의 총소유비용(TCO)은 내연기관 대비 계속 유리해진다.


배터리 역시 소모재가 아니다. 현재 상용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술적으로 90% 이상 재활용 가능하다. 테슬라는 네바다 기가팩토리에서 이미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럽과 중국에서도 유사한 순환 구조를 확대 중이다. 전기차는 석유를 태워 사라지게 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에너지를 저장·사용·회수하는 순환 시스템이다. 이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누적 효과를 낳는다.


이 에너지 구조 위에 테슬라의 진짜 핵심 자산이 얹힌다. 바로 현실 주행 데이터다. 테슬라는 2024년 기준 전 세계에 600만 대 이상의 차량을 운행 중이며, 누적 주행 거리는 수백억 km에 달한다. 이 차량들은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 카메라 8개와 레이더·센서를 장착한 이동형 데이터 수집 장치다.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는 아직 레벨4가 아니다. 법적·기술적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레벨2~레벨3 사이에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레벨’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학습 방식이다. 테슬라는 모든 주행 영상을 무작위로 수집하지 않는다. 급제동, 차선 이탈, 운전자 개입, 신호 판단 실패 등 의미 있는 이벤트 중심 데이터만을 선별해 수집하고, 이를 학습에 사용한다.


이 데이터가 집결되는 곳이 DOJO다. DOJO는 범용 AI 슈퍼컴퓨터가 아니다. DOJO는 영상 기반 자율주행 학습에 특화된 테슬라 전용 AI 트레이닝 시스템이다. 수천 개의 GPU로 구성된 기존 방식 대비, 반복적인 영상 학습을 더 빠르고 더 낮은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DOJO에 저장되는 것은 개인의 신원 정보가 아니라, 객체 인식·경로 판단·상황 대응에 필요한 익명화된 영상 패턴과 행동 데이터다.


테슬라의 DOJO는 하나의 완성된 제품이라기보다, 자율주행 학습을 내부에서 끝까지 통제할 수 있는지 시험한 전략적 실험에 가까웠다. 이후 테슬라는 도조팀을 해체하고 자체 칩과 외부 GPU를 병행하는 보다 현실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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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 덕분에 테슬라는 자율주행을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현실 도로에서 진화시킨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Austin)**에서는 이미 테슬라 차량이 운전자 개입을 최소화한 자율주행 테스트를 일상적으로 수행 중이다. 이는 웨이모처럼 특정 지역에 지도를 깔고 운영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테슬라는 도로 환경이 바뀌어도, AI가 적응하도록 만드는 전략을 택했다.


이 모든 시스템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바로 자체 칩 전략이다. 테슬라는 FSD 컴퓨터용 자체 설계 SoC를 사용한다. 이는 엔비디아 GPU를 완전히 배제하기 위함이 아니다. 실제로 테슬라는 여전히 엔비디아 H100 계열 GPU를 대규모로 사용한다. 다만 모든 연산을 범용 GPU로 처리하는 것은 비용과 전력 측면에서 과잉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특정 작업은 전용 칩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삼성과의 협력도 이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메모리(HBM·DRAM)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업이며,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차량용·AI용 반도체 생산을 확대 중이다. 테슬라 입장에서 삼성은 단순한 공급업체가 아니라, AI·자동차·반도체가 만나는 지점의 전략적 파트너다.


이 AI 기반 구조는 옵티머스(Optimus)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확장된다. 옵티머스는 아직 인간을 대체하지 못한다. 배터리 지속 시간은 수 시간 수준이고, 손가락 촉각과 미세 조작 능력은 숙련 노동자와 비교할 수 없다. 이미 자동화된 공장에서 고정형 로봇을 대체할 가능성도 낮다. 그래서 휴머노이드에 대한 현재의 기대에는 과장이 섞여 있다.


그러나 테슬라의 목표는 명확하다. 사람이 남아 있는 비정형·이동·변동 작업 영역이다. 공정이 자주 바뀌고, 환경이 일정하지 않아 고정 자동화가 불가능한 영역. 옵티머스는 그 영역을 AI 중심으로 흡수하기 위한 장기적 실험이다. 단기간의 수익 모델이 아니라, AI가 물리 세계로 확장되는 통로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현대자동차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병행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택한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를 통해 연간 수천만 대 규모의 시장을 지배한다. BYD는 배터리부터 차량까지 수직계열화로 중국 내수와 신흥시장을 장악한다. 이들과 비교하면 테슬라는 가장 위험한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AI와 산업 시스템의 결합을 가장 극단적으로 실험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테슬라는 AI를 설명하지 않는다. 테슬라는 AI를 도로에 올리고, 공장에 풀어놓고, 실패하게 만든다. 성공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옵티머스의 의미 있는 매출은 빨라도 2030년대 초반이 될 가능성이 크고, 완전 자율주행 역시 규제와 책임 문제를 넘어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다.

AI가 산업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 과정을 가장 먼저 현실에서 보여주고 있는 회사는 테슬라다.

그래서 테슬라는 전기차 회사가 아니다.
테슬라는 AI 시대 글로벌 산업 전환의 실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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