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AI시대 왜 기업을 다시 묻기 시작했는가?
산업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점차 힘든 노동에서 해방되어 왔다.
내가 어렸을 때 농촌에서는 낫으로 벼를 베었다. 삽과 괭이로 땅을 팠고, 손으로 직접 씨를 뿌렸다. 물이 가득 찬 논 속에 들어가 어린 모를 심었다. 수확한 농작물과 땔감은 지게를 지고 날랐다. 조금 더 힘이 필요한 일에는 소의 힘을 이용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모든 생산 활동은 자연에서 나온 생물학적 힘에 의존한 노동이었다. 인간의 근육과 가축의 힘이 생산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지금 농촌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드론이 농약을 뿌리고 트랙터가 넓은 농지를 관리한다. 한 명의 농부가 과거 여러 사람이 하던 일을 감당한다. 농촌 인구는 줄어들고 고령화는 심해졌지만 농업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산업화가 인간의 노동 구조를 얼마나 크게 바꾸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농촌에서 줄어든 노동력은 도시로 이동했고 기업이 그들을 받아들였다.
공장에서는 기계를 다루고 사무실에서는 기획과 영업, 생산관리 같은 일을 맡았다.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 되었고 수많은 산업단지가 들어섰다.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화학, 조선 같은 산업이 거대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간은 육체노동에서 점차 벗어나 지적 노동을 수행하게 되었다.
엔지니어링을 하고, 기계를 설계하고, 데이터를 분석한다. 영업과 마케팅을 하고 전략을 만든다. 컴퓨팅 능력은 계속 증가했고 산업은 더 복잡하고 거대해졌다. 생산성이 높아졌지만 산업 자체가 확대되면서 기업은 여전히 많은 사람을 필요로 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제 성장과 고용이 함께 증가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전환점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기계화와 자동화는 인간의 육체노동을 줄였고 이제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적 노동까지 대체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발전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이 다시 떠오르는 이유다. 우리는 지금까지 기억력, 창의력, 분석력 같은 지적 능력을 확장하며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이러한 영역까지 빠르게 침투한다면 인간의 성장은 앞으로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만약 기업이 신규 인력 채용을 크게 줄이고 많은 업무를 인공지능으로 처리하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은 기업이라는 조직 안으로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으로 생계를 유지하게 될까.
여기에 또 하나의 변화가 더해지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앞으로 10년에서 20년 사이 휴머노이드의 신체 능력이 인간에 가까워진다면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에서도 인간의 역할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기술 발전의 속도를 보면 이러한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인간은 기업이라는 조직 안에서 성장해 왔다. 기업은 일자리를 제공했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능력을 키웠으며 그 대가로 소득을 얻었다. 그러나 이 관계가 약해지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전혀 다른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인간의 성장과 소득은 앞으로 어디에서 만들어질 것인가.
최근 인공지능 연구의 선구자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은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인간 노동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려는 유인을 강하게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사회 전체의 부는 증가할 수 있지만 동시에 대규모 실업과 불평등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MIT 경제학자 에릭 브린욜프슨 역시 비슷한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인공지능이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지만 그 이익이 자동으로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기술 발전이 항상 사회 전체의 번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제도와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기업이라는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가 AI 시대에 기업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 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인간 공동체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 왔는지를 생각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각 시대의 사건과 변화는 그 시대의 기술과 사회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인간 사회는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흐름을 돌아보면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조금 더 확장할 수 있는 길도 상상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기술 발전은 인간을 힘든 육체노동에서 해방시켰고 동시에 지적 능력을 크게 확장시켰다. 지적 능력의 발전이 다시 기술 혁신을 만들었고 그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줄여 왔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전의 산업혁명이나 정보혁명과는 다른 차원의 변화일지도 모른다.
일부 학자들은 이것을 문명의 구조를 흔드는 변화에 비유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과 경쟁하기 시작하면 사회의 기본 구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인공지능은 국가가 아니라 기업이 만든다는 점이다.
세계 곳곳의 기업들이 이윤 동기를 중심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경쟁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기술이 아무런 방향 없이 확산된다면 그 결과는 인류 전체의 이익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질문하게 된다. 기업의 원래 목적은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그래야만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고, 인공지능이 인류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던지고 있는 질문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인간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기업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기업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