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래터럴 뷰티 Collateral Beauty

간극의 아름다움

by MOC

햄릿과 돈키호테. 세상에서 이보다 상투적으로 언급되는 인간유형이 있을까. 우유부단함과 저돌성을 대비시키는 이 문학적 클리쉐는 그 부정적 뉘앙스에 고착된다. 과학수사가 불가능한 시대에 부친의 살해의혹을 밝혀야 하는 왕자의 입장이라면 어떠해야 할까. 숭고한 기사도 정신이 사라진 시대에 그 에센스를 간직한 자가 살아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미'(美)를 체화한 자


이 시대에 새로운 인간유형을 요구한다면, '아름다움, 미 그 자체를 체화한 인간'이어야 한다. "볼려고만 한다면 아름다움은 모든 곳에 존재한다."고 "차의 책"에서 오카쿠라 덴신은 말하였다. 티마스터는 '미' 그 자체를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자로서 곳곳에 미의 손길이 닿지 않는 데가 없다는 맥락으로 이어진다.



영화, 콜래터럴 뷰티(2016)


딸을 잃은 주인공이 상실감에 빠져 사랑, 시간, 죽음에게 편지를 보낸다는 설정을 토대로, 의인화된 사랑,시간, 죽음이 등장하여 주인공을 위로한다는 다소 연극적인 영화이다. 딸을 잃은 후 주인공은 전처와의 대화에서 이런 얘길 듣는다.


"내가 한 노파를 만났는데, 그녀도 자식을 잃었대. 내가 어떻게 계속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그녀가 말했어. ‘슬픔 속에서도 Collateral Beauty, 즉 ‘부수적 아름다움’을 찾게 될 거라고.’"


이 대사는 영화 제목의 의미를 직접 밝히는 결정적 순간이며, 단순한 위로나 허망한 희망이 아닌, 비극 속에서 의외로 드러나는 삶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메시지이다.


Collateral Beauty는 원래 경제용어 Collateral Damage (부수적 피해)를 뒤집은 표현이다. 전쟁, 사고, 상실처럼 예상치 못한 파괴 속에서도,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인간적 연대, 성장, 이해, 사랑과 같은 아름다움이 '곁가지처럼' 피어난다는 의미이다.


비극의 이면에 숨어 있는 뜻하지 않은 아름다움, 딸을 잃었지만 계속되는 삶에서 지난 추억을 회상하며 샘솟는 기쁨과 애틋을 느낄 수 있는 건 뜻하지 않은 죽음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비단 비극과 슬픔 뿐만이 아니다. 삶의 순간순간에 스쳐지나가는 모든 아.름.다.움의 가능성을 포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자기목적적 인간


자기목적적 성격autotellic personality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플로우"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돈, 명예, 인정과 같은 외부적 보상 없이도 그 활동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인간유형을 의미한다. 달리기에서 하이런과 같이 최적경험을 설명할 때 '마치 물이 흐르는 것 같다'는 공통된 표현에 착안하여 '플로우flow'라는 개념을 창안하였다. 기술과 도전 사이의 상관관계로 몰입을 느끼거나 지루함을 경험하게 되는 원리를 설명하는데 90년대에 나온 심리학이 현재도 신선하고 호소력이 있다.


이러한 자기목적적 성격은 삶의 어느 순간에서도 콜래터럴 뷰티를 발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간극의 아름다움'이란 번역어가 적절한지는 미지수이나, 인지가능한 평행한 두 직선이 있고 미처 발견하거나 깨닫지 못한 미지의 여백이 그 사이에 존재한다는 맥락에서 투박하지만 일면의 진실은 담긴 표현인 것 같다.


태어남, 삶 그 자체를 선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매 순간 리본을 푸는 일상이지 않겠는가.



2025. 08. 22.


#ContemporaryPilgrimage

#worldismyoyster

#stupidityismy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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