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곧 매력을 알려준다.
얼마 전, 여동생이 일터에서 좋지 않은 일을 경험했다고 한다. 사장이 성희롱을 했다는 것이다.
남자친구랑은 왜 헤어졌냐는 둥, 뭐가 안 맞았냐는 둥, 모텔은 가봤냐는 둥. 참 속이 뻔하고 보이는 질문만 던졌다고 한다. 듣다 보니, 이미 성희롱의 근육으로 다져진 사장에겐 진솔한 답변은 아무 의미 없다고 느껴졌다. 여자 아르바이트생만 뽑는 패턴과 자신이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만 그런 식으로 성희롱을 한다고 들었다. 동생에겐 얼른 그만두라고 이야기했다. 그런 사장은 갈 때까지 가는 놈이라고.
이어 얘기했다. '그나저나 이 경험을 통해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겠네, 앞으로도 이런 일은 또 일어날 수 있어. 왜냐하면 네가 그런 매력을 가진 거니까. 어쩌면 너에 대한 한 가지 발견을 한 거지. 앞으로의 상황을 미리 예견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기르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끼네.'
동생은 나의 뜻과 달리 오해했다. '왜 저주해?' 하지만 나의 뜻은 매우 달랐다. 앞으로도 또 그러라고 말한 의미도, 의도도 아니었다. 결국에 싫다고 의사표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장 놈은 계속 성희롱을 했다. 그런 성희롱도 아무에게나 하는 게 아니었고, 마음에 들고 끌리는 사람에게 했을 것이다. 내 동생에겐 그런 매력이 있던 것이니까. '이런 매력은 필요 없어' 외쳐도 부질없다. 이미 상황이 알려줬다.
이런 매력이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매력을 알고 더 가꾸고 꾸민다면 좋은 사람들이 매력을 알아보게 되니까. "핵심은 어떤 매력을 지녔고, 매력으로 인해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한번 일어난 상황은 두 번, 세 번, 네 번 일어나기 마련이니까. 그때마다 자신만의 '상황 매뉴얼'이 있다면 대처가 가능하고, 더군다나 매력 컨트롤이 가능하다면 필요할 때 키고, 필요하지 않을 때 끄면 된다.
나도 이런 경험을 해봤기에 더욱 공감되었다. 난 어린 시절에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남자치고 유독 하얀 피부에, 잘 사는 집안이라는 타이틀과 옷을 좋아하는 어머니의 코디 덕분이었다. 기본적인 속성이 '관심을 끄는 매력'이었는지는 몰랐다. 아무튼 돌아다니면 흔히 귀엽다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내겐 그런 관심과 삿대질, 속삭임이 전부 욕으로 들렸다. 그래서 돌아다니는 걸 무척이나 싫어했다.
20살이 되어서는 다시금 옷을 좋아하게 되어, 대학교 때 관심을 끌었다. 일종의 내적 관종 같았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부정적이었다고 생각했음에도, 20살이 되어서는 그때의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던 건지. 혹은 '관심을 끄는 매력'이 내 속성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내 눈에는 유독 색감이 있는 옷과 질감 등, 희소성 있게 꾸미는 걸 즐겼던 것 같다. 이런 속성 덕분에 관심을 끄는 매력은 다시금 슬금슬금 올라왔었다.
한창 이런 기억을 가지고 한 어른과 대화를 했었다. 내게 말해주길. '본인도 알잖아,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희한한 능력이 있다는 걸' 쉽게 부정하진 않았다. 서서히 인정했고, 이게 내 매력이라는 걸 깨달았다.
매력이란 정말 별 거 없다. 반복적인 상황이 지속적으로 알려준다.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그것을 아는 사람은 자유자재로 꾸미며, 상황에 적재적소 맞춰 사용하곤 한다. 누군가는 그 매력을 키우는 일에 집중하고, 누군가는 없던 매력을 가지려고 애쓴다. 상황이 마음에 들건, 안 들건. 한 번쯤은 반복적인 상황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따져보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