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모두에게 읽히고 싶은 글에서 모두에게 읽히지 않아도 되는 글이 되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내 글은 독자가 존재한다. 미래의 '나'라는 존재다. 부모와 자식의 깊은 관계처럼, 나와 나에게 쓰는 글은 그런 깊은 존재를 연상케 한다.
글은 정말 인간 하나의 삶이기도 하다. 글을 쓰는 내내 걸음마를 비롯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등을 거치며 많은 시기와 시절을 보내는 듯하다. 언제는 당돌하고, 당당한 글을 썼고. 언제는 또 사색에 잠겨 혼자만의 글을 쓰고. 언제는 대중을 사로잡는 글에 꽂히고. 언제는 고요한 글에 다시 꽂힌다. 수많은 변화 속에서 허우적거린다고 생각하지만, 사계절이 지나듯 나는 잘 흘려보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고자 한다면,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먼저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나를 챙기는 건 오직 나밖에 없으니까.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이 타인을 사랑한다고 믿으니까. 한 측면에선 이기적으로 보여도, 절대 이기적이지도 이타적이지도 않다.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야만 단단한 기둥으로 많은 이들에게 등받이 해주는 게 가능하니까. 나부터 단단해져야만 된다고 본다.
요즘은 그런 시간에 잠겨 골똘히, 고요히 생각하는 시간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