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이 키우려고 집에 둔 식물이 죽었다. 이땐 누구의 잘못일까. 죽은 식물은 탓하지 못한다. 인간은 여러 탓을 둘러댄다. 식물 자체의 문제, 방의 구조, 자신의 바쁜 일정 등. 일종의 핑계로 보이기도 한다.
단순히 식물과 인간관계만 두고 본다면 어느 정도는 끄덕이며 합리화가 된다. 하지만 인간과 인간으로 두고 본다면 구질구질한 핑계로 보인다. 핑계는 참 좋다. 자신에 대해 깊게 성찰하지 않아도 되니까. 따지고 보면 핑계로 사는 인생은 가볍고 쉬워서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성찰하는 이를 살펴보라. 꽤나 많은 이들이 성찰하는 이를 바라보며 깊은 마음 속에서 무엇인가 공허함을 느낀다. 결코 회피는 가볍고, 쉽지만은 않다는 뜻이다. 당시 상황에서야만 가볍고 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