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by 쓰다쟁이

만삭인 엄마를 옆에 태우고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아빠는 네게 “하나님은 너를 만드신 분”이란 찬양을 불러주었단다. 제왕절개를 하러 엄마는 수술실로 들어가고 아빠는 초조히 대기실에서 너를 기다렸지. 30분쯤 지났을까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000 보호자 분, 축하드립니다. 딸이에요.” 그 말에 벌떡 일어나 널 보러 아빠는 쏜살같이 달려 나갔지. ‘세상에나 정말 내 딸이 태어났구나.’ 눈물이 핑 돌았어.


2.7kg, 작은 크기로 태어난 너는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어. 돌이 될 때 산토끼 노래를 제법 구성지게 불렀지. 어딘가 그 영상이 있을 텐데 말이야. 재잘재잘 말하기를 좋아하고 흥이 많은 널 보면서 내 딸이 맞구나 싶었단다. 3살 때 교회 성탄절 무대를 뒤집어 놓은 너의 춤사위는 지금도 잊을 수 없지. 그 조그만 아이가 어찌나 몸을 잘 흔들던지 “어머 쟤 좀 봐”하며 성도들이 입을 쫙 벌리고 감탄을 했단다. 어릴 적 그 끼가 이렇게 배우의 길로 이어질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단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자기의 길을 찾아가는 네 모습을 보면 가끔 부러워. 아빠는 네 나이 때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하지 못해 좌절과 실패감을 가지고 살았거든. 그래서 비록 고되고 힘들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주체적으로 선택한 네가 멋져 보인단다. 매일 연극 연습과 학원을 병행하느라 많이 피곤해 보이더구나.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부실하게 끼니를 때우는 것도 걱정이 돼. 건강은 자기가 챙기지 않으면 누가 대신해 줄 수 없으니 부디 몸을 잘 챙기길 부탁해.

오늘 입교식 한다고 앞에 서 있는데 여러 감정이 교차했어. 유아 세례를 받는다고 해서 모두가 입교하는 것은 아닌데 연우가 자기 입으로 신앙을 고백하고 하나님을 따르겠다고 고백하다니 감사와 감동이 밀물처럼 밀려왔어. 신앙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와 준 네게 진심으로 감사해. 좀 더 친절하고 다정한 아빠이면 좋으련만 네게 늘 부족한 아빠라 미안해. 하지만 아빠는 너를 사랑하고 누구보다 너의 길을 축복하고 응원하고 있음을 잊지 마렴. 삶에서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혼자라는 생각이 찾아올 때, 누군가 네 편이 필요할 때 아빠는 늘 네 옆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다오.


아빠가 대학생 때 누군가 아빠에게 앞으로 꿈이 뭐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어. 그때 아빠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아니? “응 나는 좋은 아빠가 되는 게 꿈이야”라고 말했어. 아빠는 지금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살고 있단다. 아빠의 꿈은 너고, 너를 통해서만 아빠의 꿈은 실현될 수 있어. 이제 대학에 가면 지금보다 더 너와 함께 할 시간이 적어질 거란 생각을 하면 문득 허전함이 찾아와. 너는 점점 더 어른이 되고, 너의 길을 찾아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테지.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잊지 않게 되기를. 너는 나의 소중한 딸이며, 자랑이라는 것을. 사랑한다. 연우야. 네가 우리에게 찾아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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