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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다쟁이 Nov 21. 2021

엄마는 해녀입니다

오늘은 <엄마는 해녀입니다> 그림책으로 청년들과 모임을 가졌다. 해녀인 할머니처럼 살고 싶지 않아 육지로 나갔던 엄마가 바다로 다시 돌아와 해녀의 삶을 산다는 이야기다. 아내가 책을 읽어주었고, 우리는 그림과 글을 눈으로 따라가며 천천히 읽었다. 인상적인 장면에 대해 나눴다. 엄마가  위에 둥실  있는 장면, 바다를 그리워하는 장면, 육지로 떠나는 딸에 대해 밝은 표정으로 기꺼이 보내주는 할머니의 얼굴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나는  웃던 엄마의 표정이  장면에서 굳어있던  가장 인상에 남았다고 말했다. 육지를 떠나 매일 반복되는 일을 하며 살아갈 , 바닷속에서 커다란 전복을 따다 죽을 뻔한 순간을 만났을  엄마의 얼굴은 어두웠다. 할머니는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 엄마에게 일렀다. 엄마는 바다를 떠났을     없었고, 바다 깊이 들어갔을  숨이 찼다.

각자 책을 읽고 떠오른 질문을 포스트잇에 적었다. 자기 질문을 읽은 후 준비된 전지에 붙였다. 기발한 질문, 예리한 질문, 예상치 못한 질문이 쏟아져 나눔이 풍성했다. 몇 가지 적어보자면 ‘내 숨만큼을 넘어서서 산소통을 쓰고 싶은 영역은 없는가’,‘내가 엄마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욕심내지 않고 바다가 주는 만큼 내 한계를 넘어서지 않는 삶이 현대 사회에서 너무 어려워 보이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욕심내서 과하게 일하다가 그르친 적이 있나’ 등이다. 나는 ‘미용실 가위질 쇳소리, 드라이기 모터 소리, 머리 헹구는 소리, 비질 소리를 듣고 귀가 아팠던 엄마가 파도 소리를 듣자 귀가 씻은 듯이 나았다. 지금 나를 괴롭게 하는 소리와 나를 치유하는 소리는 무엇인가’,‘엄마는 살고 싶어 바다와 할머니에게 돌아왔는데 나를 살게 하는 공간과 사람은 누구일까’,‘할머니처럼 살기 싫었다가 할머니처럼 살고 싶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했다. 자기 숨만큼 살아가고 싶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는 씁쓸함과 커다란 전복을 따려는 욕심이 결국 우릴 죽게 만드는 것 같다는 안타까움도 나눴다.

엄마는 바다가 지긋지긋했다. 할머니처럼 살기 싫었다. 그래서 바다 건너 도시로 나갔고, 다시는 바다로 안 돌아올 결심을 했다. 미용실에서 매일같이 반복된 하루하루를 살며 바다와 파도, 할머니의 숨비 소리를 그리워했다. 엄마가 바다를 떠나보지 않았더라면 바다의 소중함을 알았을까. 두고두고 육지로 나가지 못한 걸 후회하며 살지 않았을까. 매일 미용실에서 일하면서 매일 보던 바다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매일 보던 바다를 보지 않게 되면.

할머니는 엄마보다 키가 작고, 손도 작고, 눈도 어둡다. 그러나 할머니는 엄마보다 더 깊이 잠수하고, 더 많이 건진다. 할머니는 바다님 말씀을 잘 듣기 때문이라 했다. 자기의 숨만큼 매일 바다에 있다 보면 점점 바다의 이야기를 잘 듣게 되고, 할머니처럼 긴 숨을 쉬게 되나 보다. 매일 자기의 숨만큼 살다 보면.

책에 등장한 주인공 세 사람은 여성 삼 대인 딸과 엄마와 할머니이고 글쓴이, 그림, 번역도 세 명의 여성이다. 세 명의 여성 이야기를 세 명의 여성이 그렸다는 게 흥미롭다. 아내는 그림책 모임 첫 책으로 이 책을 선택한 게 청년을 위한 위로의 메시지를 대신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다가 주는 만큼 가져오는 해녀들만의 약속처럼 책이 각자에 주는 만큼의 감동을 가져갔기를. 내 글의 숨은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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