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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 Apr 23. 2021

잊지 못할 상사가 있으신가요?

나에게도 잊을 수 없는 상사 한 분이 계신다. 첫 직장에서 만난 과장님이다. 과장님은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상사라는 단어에 걸맞은 태도와 언행을 갖추신 분이었다. 수년 뒤, 내가 상사라는 말을 들을 때가 오면 그 분과 같은 상사가 되고 싶다.


사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나의 첫 신입시절, 과장님은 한 줄기의 빛 같은 분이었다.

내가 입사하고 나서 세 달 후에 들어오셨는데 아직도 처음 뵌 날이 기억에 생생하다. 포스 있는 느낌으로 검은색 옷을 입고 자리에 앉아계셨다. 그 후 업무 파악을 하러 한 명, 한 명 기존 직원들에게 가서 진행하고 있는 업무들을 직접 물어보시고 손수 노트에 적으셨다. 전날 듣기로는 해외에 오래 계셨고 모두가 아는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셨다고 했다. 같이 일하게 될 분이라고 하셔서 설렘 반 긴장 반이었다.


생각대로 과장님의 업무능력은 정말 뛰어나셨다. 들어오시자마자 업무 프로세스를 만드시고 직원들을 관리했다. 능력 있는 상사의 보편적인 이미지는 차갑고 냉철한 느낌이지만 과장님은 냉철하긴 하나 굉장히 따듯한 분이었다. 부하직원들의 장단점 파악은 물론이고 부족한 점들은 하나하나 알려주시고 보완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모든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상사였다.


과장님은 과장님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직원들과 고충이 있거나 업무적으로 의논이 필요하면 꼭 나에게 제일 먼저 물으셨다. 누가 봐도 타당한 과장님의 의견을 따르지 않는 부하직원이 있으면 나를 따로 회의실로 데리고 들어가 속상함을 털어놓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인간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00아, 너는 수십 명 백 명 사이에 있어도 유독 튀어 보이는 사람이야. 그게 00 이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어, 누구보다 튀어 보이기에 남들과 똑같은 실수를 해도 크게 보일 수 있거든. 다른 사원 친구들에게 두세 번을 말해서 이해시켜야 할 것들이 있다면 너는 한 번에 이해하고 두세 개를 더 아는 친구였어.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네가 하는 일에 있어서 금방 싫증을 느끼게 될 거야. 나가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나랑 같이 일하자고 하고 싶은데 결정이 확고하니 말릴 수가 없네. 나가서도 연락해 00아"


이 말은 다니던 첫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나서 과장님이 해주신 말이다. 친한 언니처럼 따듯하게 건네는 그 말이 마음에 콕 박혀서 그 이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힘들 때마다 꺼내서 펼쳐보는 기억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따듯하게 건네는 말의 힘이 이토록 크다. 지금은 해외에 계셔서 연락도, 만나 뵐 수도 없지만 지금으로부터 또다시 몇 년이 지나더라도 언젠가 다시 뵐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상사의 표본을 보여준 그녀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다시 만난다면 말씀드리고 싶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내게 과장님이 건네준 따듯한 말 한마디가 그 이후의 사회생활에 큰 힘이 되었노라고.

그때 건네주신 말이 어떨 땐 채찍으로 어떨 땐 힘으로 다가왔다고.

지금까지 과장님 같은 분을 다시 만나지 못했지만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 다시 한번 과장님 같은 상사를 만날 수 있는 행운이 오면 좋겠다고.


아니, 내가 그런 상사가 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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