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른이 아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배운다. 어른에게는 항상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음.. 글쎄.. 아니다. 순서가 틀린 것 같다.
우리는 제일 먼저 배웠어야 했다. '존중'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른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남녀노소 구분할 것 없이 우리 주위 모든 사람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고로, '나이'가 많기 때문에 예의를 갖춰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또한 나와 같은 인격체이기에 서로 존중하며 예의를 갖춰야 하는 거라고.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우리의 배움에 있어서 '서로'라는 단어는 항상 '어른'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기껏 해봐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존재감을 알리지만 이 마저도 어른이라는 단어가 까불지 말라고 소리를 치면 위축되어 입을 닫아 버린다. 그리고 존중이라는 단어는 '서로'와 '어른' 사이에서 눈치게임을 하다가 어른에게 붙어 어른=존중, 존경, 예의로 묶여버린다. 이렇게 만난 세 개의 단어는 복종으로 탈바꿈한다.
'어른'에도 두 가지의 경우로 나뉜다. "와 저분은 진짜 어른이다!"와 같이 상대방이 높여주는 경우와 "너 몇 살이야? 내가 나이 많으니까 말 놓을게"와 같은 자의로 칭하는 어른. 나도 누군가의 어른이 될 수도 있는 사람으로서 후자의 경우는 조금 창피한 어른이라 할 수 있겠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듯이 다툼이 일어났을 때 "야! 그래서 너 몇 살이야?"부터 시전 하는 '어른'을 보면 쉬이 납득이 갈 것이다. 고로 어른이라는 단어에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렇게 배웠어야 했다.
"어린이 여러분~ 나이가 많다고 어른은 아니에요. 어른에도 소위 '자격'이 있어야 하거든요. 본받고 싶은 누군가를 향해서만 어른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어요. 물론 그것도 여러분들이 그 자격을 부여하고 인정해줘야 한답니다. 여러분들 주위에 진정한 어른은 누구인지, 자신은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이야기해볼까요~?"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그냥 '타인'일뿐이다. 우연히 만났든,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만났든 남녀노소 불문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타인일 뿐이기에 예의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는 대한민국에서, 조직 내에서 참으로 이상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직 내에서 반말은 힘이자 권력이다. 오직 힘을 가진 자만이 그렇지 않은 자에게 행할 수 있는 언어적 권력이다. 희한하게도 동의 없이 듣는 반말은 듣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참 이상하다. 사람 위에 사람 없다는데, 직급 위에 있는 직급은 상대의 인격은 가뿐히 무시한 채 반말을 해도 되나 보다. 그래서 나는 반말을 듣는 것이 당연하고 반말을 하는 당신조차 다른 사람에게 반말을 듣는 것이 정당 한 건가 보다!
그런데 그런 권리는 누가 준단 말인가?
음.. 알겠다.
나이 들면 목소리가 커지니까 당신이 스스로 허락해줬구나!
나의 다른 글에도 여러 번 등장했던, 사이가 좋지 않은 상사가 있다. 한동안 업무적으로 겹칠 일이 없어 서로 부딪힐 일 없이 조용히 지내왔다. 그런데 요새 부쩍 한 무리의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마다 허세를 부리며 "000~"내 이름을 예의 없이 막 불러댔다. 참 거슬렸다. 00 씨~하며 부르는 것도 아니고 "야", "너" 거리며 하대하듯 불러대는 것이 아닌가. 그에게 당신과 나는 직장에서 만난 직장동료이자 비즈니스 관계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메일을 썼다. "공적인 회사에서 '너', '000'등으로 부르시는 것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전에도 여러 번 말씀드린 바, 한번 더 무시하시면 상급자는 물론 회사에 공식적으로 항의하겠습니다."
그에게 답변이 왔다. 내 인생을 걱정해주었다. 그리고 예의 있게 굴라고도 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메일을 작성했다. 선 넘지 마시라고.
그분은 이 것 외에도 업무적으로 참 많은 문제가 있는 상사였다. 최근 같이 진행해야 하는 업무가 있었는데
저 메일을 받고 기분이 무척 상한 듯했다. 본인의 직급에 대한 우위를 십분 발휘하여 본인이 담당임에도 내가 만든 자료로 직접 사장님께 보고까지 하라고 명령했다. 그래서 말단 사원인 나는 그 명령을 받아들여 내가 작성한 문서를 인쇄하여 사장실로 갔다. 그리고 보고 드렸다. 해당 문서는 나 혼자 작성한 것임을, 그리고 그 상사는 본인의 개인적인 감정을 업무에 끌어들여 부하직원이 업무 진행함에 있어서 원활히 진행할 수 없도록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여태까지 참아왔던 그의 사내 태도를 고발했다. 또한 퇴근 전 사장님께 긴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예의는 상호 간에 지켜져야 하는 도덕성과 관련된 문제이지 부하직원에게만 강요하는 것은 수직적 관계에 의한 갑질이라고 말이다.
언제나 그랬듯, 나를 기죽이려던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몰랐던 그의 행태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 또한 앞으로 그와 업무적으로 엮일 일이 없게 되었다. 아주 만족스럽다.
역시 이래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 뭐든 인과응보 아니겠나.
조직이라는 수직선의 세상에서 나는 조금 옆으로 빗겨나가 볼까 한다.
하나 둘 모이다 보면 어른들의 세상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인간미 넘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모든 상사들에게 고함.
"반말하지 마세요, 진짜 짜증 나니까"